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가 발상한 나라.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인구와 무지하게 넓은 땅덩어리를 지니고 있는 나라. 오랫동안 동아시아의 최대 강국으로서 엄청난 힘을 과시했던 나라. 전 근대 시절 우리나라가 모범으로 삼고 그들의 신하 국가가 되기를 자처했던, 어찌 보면 우리의 부끄러운 지난 역사를 생각케 하는 나라. 지금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와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나라. 공산주의 국가가 거의 무너진 오늘날에도 아직도 공산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나라. 여러 가지 진기한 음식들이 있는 나라. 이 정도가 내가 지금까지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지녔던 이미지들일까.그러나 〈동아시아의 전통과 현대〉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그동안 편견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내가 중국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것이었다.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삼국지』와 그 외에도『초한지』, 『열국지』등 여러 가지 고대 중국의 역사를 다룬 책들을 통해서도 그렇고, 유교 사상과 여러 가지 문화 양식들 등 우리나라와 관계가 깊었던 사실 때문에도 우리는 하, 은, 주 시대부터 시작해서 근대 중국이 이루어지기 전 청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에 대해서는 비교적 알고 있는 편이지만 근대화 이후 공산화된 중국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시피 하다. 그리 되기까지는 우리나라의 제도권 역사 교육도 한 몫 했다.나는 자연계열이라서 중학교 때 이후로는 제도 교육 하에서 정규과목으로 세계사를 배우지 못했다. 중학교 〈사회〉라는 과목에는 정치, 경제, 세계사, 세계 지리, 사회?문화 등의 내용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는데, 중학교 1학년〈사회〉에서는 근대 이전까지의 동양사를 다루고 있고, 중학교 2학년 〈사회〉에서는 근대 이전까지의 서양사와 근대 이후의 전체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중학교 〈사회〉에서는 근대 이전의 중국사와 근대화와 신해였다. (p.159.)-중학교 〈사회2〉, 한국 교육 개발원, 1996.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는 중국 공산당을 ‘쫓아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며, ‘결국’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패한 것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제도 교육 하에서 위와 같은 교재로 세계사를 제대로 배운 학생이라면, 중국 공산당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지닐 수 밖에 없다. 나도 그러했다. 중국 공산당을 극렬하게 증오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을 지니고 있었고, 모택동에 대해서는 냉혹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자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중국의 붉은 별』은 그런 모든 우리들의 편견을 불식하게 해준다. 저자 에드가 스노우는 1936년 전 세계적으로 베일에 싸여진 ‘홍비(紅匪)’라 불리우는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조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당시 중국 공산당의 근거지인 서북 지역으로 떠난다. 당시 홍비들의 실체에 대해서는 무수한 억측과 근거없는 소문만이 나돌 때라, 소문 속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일 년에도 몇 번씩 죽었다 살아나는 불사신이 되기도 했고, 비적 떼와 같은 무리로도 취급받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스노우가 체험한 홍비들은 너무나도 인간적이라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스노우가 찾아간 홍비들의 사회는 질서정연하고, 정의가 있었고, 서로를 동지로서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우리는 당신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에 개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소비에트지구를 살펴보기 위해 찾아오는 언론인은 누구든 환영할 것입니다. 그런 일을 막는 쪽은 우리가 아니고 국민당이지요.-『중국의 붉은 별 (상)』p. 88.주은래가 스노우에게 한 위와 같은 발언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철저한 언론 통제와 조작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쪽은 국민당 쪽이었다. 그들은 모택동이 이미 죽었다고 발표하기도 하고, 홍구(紅區) 쪽으로 들어가는 스노우를 막기 위해서 백비(白匪)들을 보내 뒤쫓기도 했다.내게는 너무나도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중국마을은 해방군을 맞은 듯 홍군들을 열렬히 환영했고 홍군들은 절대로 농민들을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마을의 신세를 진 것에 대해 감사했다. 홍군들은 농민들에게 글을 가르치기도 해서 당시 중국 인구의 대다수가 문맹이었는데 홍구 쪽만은 오히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모택동과 그 동지들의 목에 도합 200만원이라는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그들을 밀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국민당의 선전 삐라의 뒷면을 공책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종이가 모자라서였다고 한다).내게 또한 흥미있었던 사실은 소홍귀(小紅鬼)들의 존재였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이가 어릴수록 ‘인생 경험을 나이든 사람들보다 더 하지 못했고 철이 없고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기 십상이다(물론 어느 정도의 나이에 대한 질서와 나이드신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라는 것은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굶기거나 구타를 당하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등의 아동 학대 피해의 추산 인구는 약 45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꼭 학대를 당하지는 않아도 어린이들의 인권은 쉽게 무시되어질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오히려 60~70년 전의 중국에서, 홍비들이 나이 어린 소홍귀들의 인권을 존중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놀랍다. 그들은 소홍귀들을 존중했으며 이유없이 때리거나 굶기거나 야단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어린이라고 해서 관대한 처분을 받는다든지 하는 일도 없었다. 소홍귀들은 ‘자신들이 어떤 성인병사와도 동등하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이 맡은 일에는 훌륭하게 책임을 질 줄 알았다.한번은 소년선봉대가 팽덕회를 멈추어 세우고 통행증의 제시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고 팽덕회는 말했다. 그리고 응하지 않자 그를 체포하겠다고 위협하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팽덕회요. 내가 바로 통행증을 발급하는 사람이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자 어린 회의론자들은 “당신이 주덕 라톤이 구상한 국가 등 이상 사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는 법이고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욕망이 겹치기 때문에 이상 사회란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무정부주의이든 모두가 하나의 이상일 뿐이지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체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이상을 가졌든지 권력을 맛본 자들은 한 때는 이상적이고 개혁적인 통치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종국에는 권력이라는 것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서글픈 진리가 현실이기 때문이다.하루 온종일 양군은 강을 사이에 두고 경주를 벌였다. 그러나 점차 홍군의 정예부대인 홍군 선봉대가 피로한 적병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들 적병은 더 자주, 더 긴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더 심하게 지친 것 같았다. 아니 무엇보다도 이들은 다리 하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중국의 붉은 별 (상)』 p. 227.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본 홍비들과 소비에트 사회는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이상적이고 정의로운 사회였다. 그들에게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혁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상이 있었기에 그 악명높은 대장정도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제 5부 장정(長征)을 읽을 때는 읽는 나의 손에도 정말로 땀이 쥐어졌다. 전체의 10분의 1만이 살아남았다는 대장정. 그들의 몇 십 배도 넘는 국민당 군대의 추격이 있었고 대협곡과 대초원, 한(漢)족에 대해 적대적인 이민족들, 추위와 더위와 굶주림 등의 너무나도 힘겨운 무수한 장애물들을 뛰어넘어 2만 5천리의 험난한 대장정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괴물같은 초인적이고 불가사의한 체력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국민당 군대보다도 훨씬 악조건에 처해 있었다. 그것은 이러한 그들의 꿈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대장정의 극적인 고비를 이룬 노정교를 건넌 사건에서 더욱더 두드어나고 촌스런 웃음을 거침없이 터뜨리곤 했다.…(중략)…그는 말씨에 꾸밈이 없고 소박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그가 다소 품위가 없고 상스럽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때묻지 않은 소박함 속에 예리하게 번득이는 기지와 온갖 세파를 겪으면서 닦은 세련된 풍모를 겸비하고 있는 기묘한 특성을 갖고 있었다.-『중국의 붉은 별 (상)』p. 112.그는 사회주의자였지만 교조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는 목적의 전도현상을 비판하지만, 비단 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실생활 속에서도 그런 일이 왕왕 일어난다. 어떤 체제의 사상이든지 기본적으로는 ‘이 세계를 어떻게 정의롭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체제와 사상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오히려 그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이 있으면 무조건 제거했던 일이 역사상으로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모택동은 기본적으로 정치는 인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으며, 민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홍군이 정한 여덟 가지의 수칙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 수칙은 ‘인민에게는 예의바르고 정중하게 대하며 가능한 경우에는 무슨 일이고 도와준다’, ‘농민들과의 모든 거래는 정직하게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이것이 결국에는 20여년에 걸친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에서 결국은 공산당이 승리할 수 밖에 없는 원천이었다. 국민당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중국 대륙의 거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었고, 홍군의 영향력 하에 있는 지역은 그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다. 거기에다가 하지만 국민당은 그야말로 목적이 전도된, ‘민주주의를 통해서 얼마나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 파가 어떻게 하면 공산주의 파를 몰아내고 중국 대륙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느냐’를 목적으로 삼고 8만 여명의 공산당원들을 학살했으며 농민들을 수탈하는데 급급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해놓지도 않았다. 근대화가 되었다고 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