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아의 청소년 을 읽고마거릿 미드의 「사모아의 청소년」이란 책은, 20세기 중반 미국 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던 청소년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집필한 책이다. 미드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겪는 생물학적인 변화는 반드시 심리적, 사회적 스트레스를 수반한다는 당시의 일반적인 믿음을 전면적으로 반박하면서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들은 문화적인 요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소년기의 문제와 문화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미드는 통제된 실험이 사실상 불가능한 인류학의 연구방법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의 미국 사회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지닌 문명을 찾아가게 되는데, 바로 이곳이 사모아라는 섬이였다. 사모아의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미국사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족제도를 비롯해 남녀의 역할, 성문화, 사고방식 등이 사모아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그들과 생활하면서 알게 된 미드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그것과는 다른 사모아의 여러 모습들을 제시하면서 끝 부분에서 사모아와의 대조를 통해 생각해본 미국 청소년들의 교육 문제를 제시했다. 미드의 이런 노력의 결과는 실제로 미국 사회의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미국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친 이 책, 사모아의 청소년을 읽으면서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네의 것과도 많이 다른 모습을 지닌 사모아의 여러 모습들은 보는 내내 신기했다.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서는 안되고, 이런 사람은 뒤쳐진 사람이 쫓아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 모습들, 갖가지 규칙과 금기들이 존재하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사모아 사회의 모습들은 실제로 우리 사회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마거릿 미드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런 모습들을 비교함으로써 미국 청소년들의 문제점을 찾으려고 했는데, 이런 연구는 ‘그녀가 문화인류학자이니까.’ 라고 말하기 전에, 미드가 문화 상대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문화와의 비교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보려고 한 그녀의 시도는 전통적으로 많은 서양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원주민들의 문화는 열등하고 그들의 문화는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각각의 문화가 모두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문화의 연구를 통해 자신이 속한 문화를 생각해보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전혀 익숙하지 않은 낯선 문화를 가진 사람들 속에 직접 들어가 생활하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 사실을 기록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정말 이상했다’ , ‘왜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와 같은 표현들이 전혀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본 것을 최대한 그대로 기록한 것 같았고, 그런 서술방식들이 사모아의 문화를 여러 부분에 걸쳐 자세히 기록해둔 앞부분의 내용들을, 전혀 사모아의 문화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이 읽으면서도 알기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앞부분에 사모아 문화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설명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사모아의 소녀들과 생활한 것들을 기록하고, 우리들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수에 비해 소수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문화에도 나타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예도 같이 실어놓았다. 이런 식으로 글을 구성하고 서술한 미드의 책은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선 굉장히 신선하고도 즐거웠다. 혼자 겪고 느낀 것들을 단순히 기록해둔 것이 아니라, 수 개월간 그녀가 그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며 알게 된 그 문화의 배경지식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그녀의 생활 모습을 함께 글로 보면서 사모아의 문화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 독자들과 함께 마지막 부분에서 그들의 문화(미국사회)와 사모아의 문화를 비교함으로써 그녀가 이 책을 쓴 동기, 미국 청소년들의 문제 해결의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면서 책을 마무리 짓는 구성.이런 구성을 통해 그녀가 의도한 과정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두 가지 문화를 비교해보는 즐거운 경험을 함과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청소년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많이 생각해 본 것은 과연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에 관한 문제였다. 미드가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진 않으나,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유형의 청소년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 것은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드의 생각은 문화가 특정한 유형의 사람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지 않는 나의 생각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여서 특히나 이런 주제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개인적인 얘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나는 어린시절 강원도 고성, 인제와 같은 지역에서 살았다. 우리 집 근처엔 언제나 작은 산들이 몇 개가 있었고, 그 뒤로는 큰 산들이 있었고, 주변엔 강이나 바다가 있기도 했다. 이런 자연적인 환경을 지닌 곳에서 내 또래의 아이들은 (나를 포함해서) 산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전쟁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면서 굉장히 활동적으로 야외에서 놀았다. 오랜 기간동안 이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같은 동네에서 오랜 기간동안 지낸 다른 친구들은 축구나 농구와 같은 운동들을 상당히 즐겼고, 지금도 가끔 만나보면 여전히 운동들을 즐겨 하며 지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에, 같은 동네에서 같은 놀이를 하며 지냈던 나는 내 친구들과는 다르게 실내에서 피아노 연주나 음악 감상, 인터넷 서핑과 같은 것들을 즐기고, 운동엔 전혀 관심이 없거나 즐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명히, 내 생각이 맞다면 같은 문화적인 조건 속에서 자란건데, 왜 나는 이렇게 그 친구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는건지, 왜 같은 문화 속에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자라게 되는 지에 대해 평소에도 가끔씩 고민을 해왔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지 않나 싶다. 모든 미국 청소년들이 미국 사회가 가진 문화적인 특징들 때문에 문제를 보이진 않는 것이 아닐까. 물론 나의 사례를 모든 사람들에게 일반화 시키는 것은 논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문화 속에서도 나 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 않을까. 문제를 일으키는 미국의 청소년들이 모두 미국 문화의 영향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들이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