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편지’를 읽고...내가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텔레비전을 보다가 ‘느낌표’ 란 프로그램에서 이 책이 선정된 것을 알고 나서였다. 겉표지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다른 책들과는 달리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한 감옥에서 야생초를 키우며 동생에게 쓴 편지인데, 야생초 몇 개를 직접 자세하게 그린 것을 보니 정말 인상적이었고 멋있었다. 실제로 우리들은 사람 속에서 자란 풀들만 보고,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우리의 야생초를 별다른 감정 없이 무심코 잡초라 보게 되는 것 같았다. 책 속에서 저자가 심호흡을 하려고 창문 밖을 내다보았는데, 그 깊은 푸른 하늘을 보고 그만 오히려 숨이 멎은 적이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바쁜 생활 속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심호흡을 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가끔씩은 느긋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잠깐의 생각에 잠겨보는 여유를 배우는 것도 좋을 듯 하다.제일 기억에 남는 풀은 이름하여 '며느리 및 씻개' 였다.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그 유래된 이야기를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남는다. 옛날, 며느리를 미워하던 시어머니가 밭에서 똥을 누는데 호박잎을 짚다가 그만 호박잎과 비슷하게 생긴, 까끌까끌한 이 풀도 같이 짚어서 시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미운 며느리한테나 걸려들 것이지......' 이렇듯, 우리 나라의 야생초들의 이름은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예쁜 우리말로 지어진 것이 정말 많다. 입에서 입으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에 유래담을 거의 찾을 수 는 없겠지만... 감옥에서 일어난 웃긴 사건들도 많았다. 장난기 많은 동료 한 명이 우글우글한 쥐들 중 한 마리를 잡아 목에다 끈을 메고 개처럼 끌고 다녔다는 것이다. 감옥이란 곳이 얼마나 무료하고 재미가 없었으면 이렇게 해서라도 무언가의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였을까...야생초와 저자에게 안타까운 점은 청소하는 사람들이 구석에 피어있는 야생초까지 모두 밀어 버린다는 것이다. 삭막한 시멘트 속에서 그래도 안정을 주던 것들인데 그것들마저 없다면 너무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 많이 들텐데. 하지만 이름 그대로 야생초가 아닌가! 꿋꿋하고 끈질기게 또 예쁜 싹을 틔울 것이다. 또한 저자가 정성껏 키운 것들을 물김치나 야채 샐러드를 해서 먹는 것은 좀 특이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야생초 중 못 먹는 것은 거의 없다는데, 아직은 좀 의심스럽다. 그래도 우리가 매일 먹는 배추 같은 것들은 싱거울 정도로 맛있다는 야생초를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책을 보면서 내가 있는 곳과 감옥이라는 또다른 곳의 이야기가 새로웠고, 야생초를 잊지 않고 사랑하는 저자가 고맙고 존경스럽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잡초에서 풀로 풀에서 야생초로 나의 생각을 변화시켜 주었고, 이젠 야생초는 산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으로 나에게는 자리 잡게 되었다.우리는 가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오히려 일반인보다 뛰어난 일들을 이루어 내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게 된다.?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씨도 13년이 넘는 징역생활에서 야생초 연구를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분이다. 저자는 치밀한 관찰을 통해 야생초를 그림으로 그리고 직접 먹어보며 그 맛과 효능을 자신의 몸으로 수년간 체험함으로써 야생초 편지를 작성하였다. 특히 그는 각각의 야생초에 대한 설명과 그림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진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편지를 읽어나가며 삶을 바꾸고 깨달음을 가져다 준 요인들을 찾아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딱지꽃의 성장을 통해 교만에 빠진 자신을 다스리고, 비름을 맛보며 문명의 폐해를 역설하는 저자의 말들이 놀라웠다. 이 책의 저자를 통해 감옥 생활 속에서도 무언가 새로운 삶에 대한 발견의 노력을 하며 살아가구나 라는 생각이 든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에서 어려운 시기 운운하는 것은 어쩌면 나약한 마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제 3세대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학원 간첩단 사건으로 연루되어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서른 살 되던 해부터 마흔 네살이 될 때까지 13년 2개월의 황금 같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사람. 그는 그간의 억울하고 한 맺힌 심정을 세상 사람들에게 하소연 한 것이 아니라 감옥에서 발견한 귀중한 정보를 세상에 알려 왔다. 귀한 것을 보고도 귀한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이 안타까워 편지를 쓴 것 같았다. 그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별로 귀 할 것도 없는 흔하디 흔한 발길에 채이는 풀을 새롭게 발견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