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는 서기 2019년을 배경으로 데커드라는 경찰이 지구에 불법으로 잠입한 복제인간들을 찾아 제거하는 내용의 SF영화이다. 이 영화를 별 생각없이 본다면 이 영화는 그저 미래공간에서 어느 한 형사와 인조인간들이 벌이는 사투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정도만으로 이 영화를 감상하기에는 블레이드 러너가 너무도 많은 메시지와 교훈 등을 내포하고 있다.영화가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 보여주는 것은 미래 세계의 모습이다. 온 세상에는 빈틈없이 높은 건물들이 들어 차 있으며 여러 곳의 굴뚝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불꽃들이 피어오른다. 곳곳에는 연기들이 피어오르며 벼락이 치고 있고 밤하늘의 별은 찾아 볼 수조차 없다. 한마디로 미래 세계의 모습은 암담하고 매우 삭막하다. 영화가 시작하고 막을 내릴 때까지 영화에서 밝고 화창한 모습의 미래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미래 세계의 암담함과 삭막함은 인간과 자연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모습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에서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을 찾아 볼 수 없으며 가끔 등장하는 동물들 역시 모두 가짜 동물들이다. 미래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인공성을 뛴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서 영화는 기술만능주의의 미래사회의 폐해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이러한 오염되고 타락한 미래세계에서 자주 나오는 광고의 슬로건은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광고에서 지구 밖 다른 행성은 황금의 땅으로 비유되며 새로운 기회는 황금의 땅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지구는 정신이나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 되었고 이러한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종은 대부분 일본인, 중국인 등의 동양인이다. 이는 영화가 다분히 동양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1980년대 초반 세계에 지배적이던 서구자본주의에 대항하여 경제 황금기를 구가하던 일본과 차츰적으로 경제가 깨어나던 중국에 대한 경계의식으로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이러한 자본주의 의식에 입각하여 영화를 감상한다면 영화가 극대화된 자본주의 의식의 폐해까지 비판하고 있다는 측면을 이해할 수 있다. 영화의 등장하는 타이렐 회사는 복제인간을 제조하여 그것을 제품으로 판매하는 회사이다. 타이렐 회장에게서 복제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존중은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서 복제인간이란 돈을 벌기위해 판매하는 전자제품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복제인간을 만들어 그들을 노예화하는 타이렐 회사는 인간이 인간을 만드는 지상 최고 권력을 가진 회사로 볼 수 있다. 이는 극소수의 인간에 의해 자본이 독점되어 소수의 지배계급과 다수의 피지배계급으로 구성되는 자본주의 권력사회에 대한 비판이라 볼 수 있다.마지막으로 블레이드 러너에 내재된 여러 메시지 중에서 가장 주제가 되고 영향력이 있는 메시지는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데커드는 인간구별기를 사용하여 인간과 복제인간을 구별해낸다. 조사자는 피조사자에게 감정적인 질문을 한 후에 인간구별기를 이용하여 피조사자의 동공의 변화를 살핀다. 동공이 변하지 않는 경우 감정이 없는 것으로 이는 복제인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복제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은 감정의 유무이다. 그런데 레이첼과 같은 최신형 복제인간은 과거의 기억까지 주입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감정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의 구별이 모호해진다. 게다가 복제인간이 감정이 없던 상태였었더라도 살아가게 되면서 그들에게도 감정은 생기게 된다. 이는 레이첼과 데카드 사이의 사랑, 프리스와 로이의 사랑으로 알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타이렐 회장은 복제인간과 인간과의 경계선이 없어질 것을 우려하여 복제인간의 수명을 4년으로 한정시켜두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복제인간과 인간과의 큰 괴리감은 찾을 수 없었다. 복제인간 인간들과 동일하게 사랑을 하며 슬픔을 느끼고 또한 죽음의 공포 또한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동일성은 복제인간의 대한 윤리성과 그에 따르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로이가 극적으로 데커드를 살려주고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될 때 예전에 본 영화인 ‘아일랜드’가 떠올랐다. 인간은 자신들의 수명연장, 편의성 등을 위해 신의 영역을 침범하여 자신들과 동일한 복제인간을 만들어냈다. 인간은 천부인권 사상을 입각하여 인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 받을 수 없는 권리로 본다. 하지만 인간과 동일한 복제인간의 경우에는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이 인간 보다 더 인간 같은 복제인간을 만들어냄으로써 인간의 인간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나에게 다시 한번 복제인간에 대한 윤리성과 존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