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그리스 신화속에 숨겨있는 여성상에 대해서...신화는 문명 이전의 고대인들이 원초적 감각으로 받아들인 세상 체험을 담은 이야기다. 신화는 양면성을 지닌다. 그것은 지식과 논리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싱싱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모순과 과장과 왜곡으로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랜세월 동안 형성된 두꺼운 퇴적층은 신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해석을 낳는다. 그중 그리스 신화는 인간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우리가 그리스 신화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언급하는 이유는 이것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가로지르는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우리를 거대한 상상력의 바다로 뛰어들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는 당대의 비극 작가들과 철학자들은 물론이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감성과 이성을 뒤흔들고 있다. 이것은 서구의 수많은 문학 작품과 철학 작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그리스 비극과 신화를 직접적인 주제로 하거나 또는 신화 속에 나타난 세계관과 인간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 신화를 통해 그리스 비극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으며, 반대로 그리스 비극과 철학을 통해 그리스 신화를 이해할 수도 있다. 특히 그리스 비극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통해 다양한 철학적 문제들의 단초를 제공한다. 그중 그리스 신화와 비극속에 나타난 여신과 여인들의 모순된 모습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가령 위엄이나 권위와는 아주 거리가 먼 듯한 헤라와 아프로디테는 질투심에 불타는 속좁은 여신이나 천박한 욕정으로 가득찬 여신으로 묘사된다. 또한 그리스 최고의 악녀라 불리는 클뤼타임네스트라와 메데이아는 남편을 살해하는 악독한 아내와 자식을 살해하는 비정한 어머니로 등장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왜 그들이 도대체 그토록 극단적인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되짚어간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상당히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 이제는 어떻게 왜곡되어지게 되었는지 그 기본배경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신화학자그리스 신화의 기본 구조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그들에 의하면 그리스 신화는 부계 중심의 사회 구조들 지닌 이오니아족과 아카이아족 그리고 도리아족 등 인도유럽어족이 평화롭던 모계 중심의 그리스 반도를 정복하면서 확립된 것으로, 강력한 아버지 제우스를 정점으로 한 가부장제를 받쳐주는 이데올로기다. 헤시오도스의 을 보면 태초에 인간은 남성뿐이었다는만 보아도 알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여성 판도라는 인간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남성보다 나중에 만들어진다.그리스 사회의 구조를 잠시 살펴보자면, 그리스 사회는 근본적으로 가부장제 사회였다.(앞에도 언급했듯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되는 최우선적인 덕목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연히 순결과 정절이다. 여성은 단지 재생산, 즉 순수한 혈통을 이어받을 자식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순결과 정절은 가장 칭송받는 덕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성과 달리 남성은 반드시 정절을 지킬 필요가 없었다. 그리스 사회에서 남성은 공식적으로 아내와 첩을 둘 수 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창녀와도 관계를 가질 수 있었으며 소년애 혹은 동성애까지도 전혀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가령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영웅들 가운데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 같은 영웅들도 동성애 관계였으며, 트로이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으나 결국 아내 클뤼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당한 아가멤논도 전리품으로 수많은 첩과 여자 노예들을 거느리고 돌아왔다. 말 그대로 그리스는 남자들의 천국이었던 것이다.더 심한 경우 여성 혐오증인 모습도 보이게 된다. 이는 신화와 비극 및 철학에 두루 나타난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원시 신화의 위대한 어머니 여신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박탈당한 채 헤라나 아테나같이 단순히 남신의 들러리 역할을 하거나 애매모호한 성 정체성을 통해 기본적인 역할만을 간신히 유지한다. 이것은 여신들이 가부장제 신화 속에서 그나마 수용 가능한 측면을 가졌거나 적당히 변형된 경우에 가능한 애기다. 이것조차도 불가능하다로 변형되어서 제거되거나 살해되어야 할 대상으로 등장한다. 그리스의 이러한 신화적 특성은 여성의 본성을 짐승에 비교하여 표현한다든가 혹은 악마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정형화한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 신화 속 대부분의 요괴들이 여성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또한 그리스 신화에는 가부장제 사회의 남아 선호 사상이 전형적인 형태로 등장한다. 스파르타에서는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서 병약하거나 불구인 아이들은 남녀 불문하고 버리도록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여아의 경우는 더욱 잔혹하게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되거나 버려졌다. 이것은 오늘날 의료 기술의 발달로 출산 전 남녀 성의 감별이 가능해져서 단지 여자 아이라는 이유로 낙태되는 것과 마찬가지방식이다. 그리스 신화 속에는 여자아이의 살해와 관련된 이러한 주제가 남장한 여자라는 형태로 등장한다. 그리스의 어머니들이 자식을 살리기 위한 한 방편으로 여자아이에게 남장을 시켰던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여성 혹은 여성성에 대한 열등한 평가나 혐오증은 그리스 사회에서 동성애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일조했다. 동성애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스 신화와 비극 및 철학 속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리하여 성적대상으로서의 여성의 특징마저 박탈당하고 단지 남성의 혈통을 보존해주는 씨받이의 역할과 양육자의 역할만을 담당하는 단순한 가사 노동 종사자로 남게 된다.이러한 배경속에 나타난 몇몇의 여신들의 생활과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겠다.먼저 악처의 전형이라 불리는 헤라!!그리스 여신들 중에는 결혼한 여신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여신들도 있는데, 그나마 우리가 존경할 만하게 기술된 여신들은 대부분 순수한 의미의 처녀신들이다. 올림푸스의 신들 가운데 정식으로 결혼한 여신은 헤라와 아프로디테이다. 헤라는 신들의 우두머리 제우스의 공식적인 아내다. 그러나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모습으로 나타난 헤라는 언제나 질투와 간계만을 일삼는 여신으로 묘사된다. 대부분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내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그려지기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그려진다 장애물이기 때문이다.그리스 사회에서는 여성의 유일한 세계는 가정밖에 없다. 그런데 자신의 전부를 바쳐 일군 가정이 일순간에 파멸로 치닫게 되었을 때 여성은 무엇을 느낄까? 가정이 파괴된다는 것을 한 가정이 붕괴되는것을 넘어 그 여자 자신도 파괴된다는 의미이다. 헤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결혼한 여신들은 대부분 여성 또는 아내의 부정적인 측면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특히 헤라이 경우는 최고의 신 제우스의 아내로서 가장 큰 권력을 휘두르며 다른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만이 유일한 낙인 것처럼 보인다. 헤라는 제우스가 바람 피우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제우스가 관계 맺은 여성들이나 그 자식들을 괴롭히고 심지어 죽여버리는 것으로 묘사 된다. 하지만 헤라가 본래부터 제우스의 아내였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제우스보다 훨씬 이전의 신으로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숭배하던 대지모신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에 가부장제 문화가 유입되면서 헤라는 왜곡되고 변형된 형태로 신화 속에 등장하게 된다. 헤라는 제우스와의 강제적인 결혼을 통해 종속적인 가부장제 속으로 편입되지만 여전히 제우스와 대등한 관계로 나타난다. 신화속에서 헤라는 언제나 제우스의 견제 세력으로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부정적으로 표현되는데 그리스인들은 여신이 남신과 동일한 종류의 권력을 갖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헤라의 모든 권력을 단지 제우스의 연인들을 질투하고 공격하는 데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 헤라의 모습은 연민을 느끼게 할정도로 처절하리만큼 제우스의 연인들과 그 자식들에게 집착한다. 사실 제우스의 강압에 의해 관계를 맺은 경우도 많으련만 헤라는 그 점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여염집 아낙의 모습 그대로다. 왜 여자만 공격하는가? 이것은 가부장제가 만들어놓은 하나의 여과 장치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와 여신은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다. 하나는 정숙한 아내의 모습이요. 다른 하나는 남자를 유혹하는 창녀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남성은 외도의 책임을 자기 돌린다. 설령 남편이 자기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아내는 결국 상대방 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런식으로 남자와 여자의 직접적인 대립 구도는 가급적 피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구도가 현실로 나타나면 남자 자신에게 미칠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헤라에게는 남편을 공격할 수 없고 남편을 되찾기 위해 공격의 화살을 다른 여자에게 향하는 생존과 자존심이 걸려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된다.이러한 모습은 자신의 작은 세계를 지키려하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여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헤라가 정숙과 신의를 대표하는 가부정적 미덕에 얽매여 있었다면 그반대로 간부의 전형이라 불리는 아프로디테는 어떠할까?아프로디테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주로 인간과 신들의 ‘사랑’을 주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본성적으로 남편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세상에 가능한 많은 사랑을 베풀어야 하므로 어누 누구에게 강제적으로 얽매여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프로디테는 남편을 갖게 되었으니, 그것은 단 한면의 여자로도 남자에게 종속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이건 마치 노예제도 같다. 모든 여자는 남편에게 종속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아프로디테는 본성적으로 남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남편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본래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와의 결혼 이전부터 전쟁의 신 아레스와 관계를 맺어왔으며, 결혼 후에도 아레스와의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스일들이 아프로디테를 아레스와 연관시킨 것은 사랑이 가진 ‘전쟁’의 측면 때문일 것이다.어느날 이둘의 관계는 남편 헤파이스토스에게 들키게되고 모든 신이 모인 자리에서 신으로서의 권위와 위신이 땅에 떨어질정도로 아주 심한 망신을 당한다. 이 사건으로 아프로디테는 데이모스(두려움)와 포보스(공포), 하르모니아(조화)를 낳았다. 이 이야기는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본성을 전쟁의 신 아레스와 연관시켜 사랑의 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