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되고 싶은 사람과 사람이 되고 싶은 천사, 이 둘 중 누가 더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사가 되고 싶은 사람 쪽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아무런 악이 존재하지 않는, 선으로 가득한 천상의 세계를 누가 동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에 비해 온갖 위선과 죄악이 넘쳐나는 인간세상을 동경할 천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만약 있다면 너무 무료한 삶에 지쳐 아주 잠깐 동안 인간세상을 그리워하는 약간은 어수룩한 천사일 것이다. 이 영화는 사람이 되고 싶은 천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료한 천상의 삶에서 인간세상을 동경하는 한 천사는 인간 세상에 ‘섞이고’ 싶은 것이다.영화의 도입부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서 인간들의 모습이 보여 진다. 분명 보는 사람은 있지만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바로 그가 ‘천사’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천사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모두 흑백으로 처리한다. 하필이면 왜 천사의 시선을 흑백으로 처리했을까. 오히려 ‘천사’라는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진 존재이기에 선명한 칼라로 나타내야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감독은 천사의 시각과 인간의 시각을 분명하게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천사의 삶이 칼라이고 인간의 삶이 흑백인 것이 더 타탕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삶은 고라고 했듯이, 인간의 삶은 한 순간도 평탄하지 않다. 온갖 부도덕과 갈등, 악이 존재하는 인간세상이 어찌 절대 평화의 세계인 하늘과 비교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천사가 아닌 인간의 시각을 칼라로 표현한 것은, 아마도 ‘실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쇼펜하우어는 ‘삶의 맹목적 의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는 실존주의적인 맥락에서 결국 인간은 ‘자신’을 찾을 때 인간으로서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다니엘은 천사로서의 ‘실존’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다니엘이 자신의 실존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하는데,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은 그가 인간을 동경하는 부분이다. “ 영원히 살면서 순수하게 천사로 산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야, 하지만 가끔씩 싫증을 느끼지. 영원한 시간 속에 떠다니는 나의 중요함을 느끼고 싶어. 내 무게를 느끼고 현재를 느끼고 싶어.. 부는 바람을 느끼며 ‘지금’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 지금....지금..”이라는 구절은 다니엘이 얼마나 자신의 ‘실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영화는 다니엘의 입을 통해 ‘아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영화에서 ‘아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니엘은 이런 시를 이야기한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활개를 치며 걸을 수 있었다. 시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되기를 바랐다. 자신이 아이라는 것을 모른 채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대한 아무런 선입견도 없었고 습관을 가지지도 않았다. 때로 머리가 엉망인 채로 사진을 찍을 때에도 표정을 꾸미지 않았다.”이 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라는 것은 순수함의 표상이고 습관도, 선입견도, 꾸밈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다니엘의 모습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면, 결국 천사로서의 자신의 삶을 ‘아이’에 비유한 것이 된다. 천사로서의 삶은 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아무런 걱정도, 선입견도 없이 그저 ‘순수하기만 한’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 그러나 선입견을 갖는 삶, 꾸미는 삶이라는 것은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결국 ‘인간의 삶’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아이의 눈에만 다니엘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아이는 인생을 잘 모른다. 삶의 괴로움도 고통도 악도 잘 모른다. 이런 아이의 삶이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 인간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히며, 갈등하며 살아야 진정한 ‘인간’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을 감독은 하고 싶었던 것 같다.“왜 나는 내가 아닐까. 왜 나는 여기에 있고 저기엔 없을까. 시간은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내 자신이 내가 되기 전에 도대체 나는 무엇이었을까. 언제쯤 나라는 존재는 더 이상 내가 아닐 수 있을까. 삶이 결국 꿈은 아닌지.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은 한 낱. 환상에 불과한 건 아닐까.”라는 시도 다니엘의 마음을 한마디로 드러내 준다. 다니엘은 이런 의문을 가짐으로서 자신의 삶에 불만족을 느낀다. 천사로서의 무미건조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의 ‘실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문이 결국 인간이 되고 싶은 바람을 갖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