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사회학 ] 고형면 교수님시각의 사회성-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예술학부 연극영화학과2003018253 조정민보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인간 사회가 어디까지 붕괴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 소설은 우리에게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암시도 없이 그 ‘백색의 질병’은 시작된다.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 백색의 질병은 순식간에 그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에게 퍼지게 되고, 이는 다시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모든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이에 당국은 그들을 격리 조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백색의 어둠에 싸이게 된다. 그 중 유일한 한 사람, 안과의사의 아내만이 눈이 멀지 않는데 이야기는 이 아내의 시점에서 모든 것을 서술되어진다. 처음 백색의 질병을 가지고 소수의 사람들이 정신병동에 격리조치 되었을 때 그들이 처음으로 필요를 느낀 것은 새로이 존재하게 된 그들만의 사회를 이끌어줄 조직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각이 존재했을 때의 관습을 버리지 못했던 그들은 그들의 리더로서 그들 중 사회적 지휘가 가장 높았던 안과 의사를 암묵적으로 따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눈이 먼 그들에게 그러한 기존의 사회적 관념이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 곧이어 새로운 눈먼 자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 이러한 암묵적인 동의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게 되었고 조직체가 없는 그들의 사회는 점차 붕괴되기 시작한다.이러한 사회 붕괴를 촉진시키는 데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시각의 부재에 기인한 개개인의 이기주의와 서로 간의 불신일 것이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경계하고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을 상실하게 된 그들의 불안감은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자라나게 된다. 이는 그들의 격리생활 동안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생존을 위한 식량의 배분문제에 있어서 가장 크게 드러나게 된다. 또한 시각능력을 잃어버리면서 그들은 더 이상 이전처럼 자신의 행동에 타인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곧 우리가 기본적으로 당연시 여기는 윤리와 사회적 가치규범들을 단시간에 소멸시켜 버린다. 아무 장소에나 배변을 해놓는 것이라든지, 아무 장소에서 불특정 상대와 함께 이루어지는 성행위라든지, 소설 속에서 이러한 행위는 더 이상 남에게 지탄받을 일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이들에게 이타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 물론 이 소설의 중심인물들 (안과의사와 의사의 아내,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 사팔뜨기 소년, 안대를 한 노인, 처음으로 눈이 먼 남자와 그의 아내) 사이에서는 계속해서 이타적인 행동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는 그들 중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사람인 의사의 아내가 그들을 그러한 길로 이끌었기 때문이리라. (여담이지만 작가 개인의 인간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각이 아니었다면 사실 이러한 사회에서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사람은 결코 그녀와 같이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 깡패단체가 강압적으로 규정지은 불합리한 사회조직체에도 순응을 할 정도로 - 절박하게 조직체를 갈망하였던 그들이었지만 결국 그들이 조직체를 이루어내지 못했던 것이, 최초 그들의 조직체를 붕괴시켰던 요인이었던 서로간의 불신과 개개인의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공평한 자신의 삶의 몫을 요구하며 그것을 지켜줄 절대 권력을 필요로 했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믿지 못했기에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권리를 위임하지 못했다. - 소설의 종반에 길거리에서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그런 잡담들 가운데에 섞여서 논해지고 있는 장면들과 그것들을 그냥 지나치는 의사와 그의 아내를 보면서 그들도 결국 조직체의 재탄생에 대한 희망이 더 이상 부질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보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