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 끊임없이 의심하라1997년 그 어처구니없는 해를 대한민국은 기억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층을 눌러주는 사람이 있고, 백화점에서 문열어주는 사람이 있었던 경기 초 호황기는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우리의 인생을 통째로 변화시킨 날이 그 때 일어난 것이다. 비정규직과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구조조정을 기업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돈을 빌려 사업하던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금리인상으로 무너져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고, 많은 가정들이 붕괴했다. 출근한다고 거짓을 말하던 아버지들은 양복을 입은 채 숨어서 술을 마셨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는 괜찮아.’ 많은 아버지들은 말했다. 속으로는 앓았고 방법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참고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경제적 주권을 외국자본에 내놓은 결과였다. 당연했다. 경술국치가 다시 일어난 것이다.영화는 IMF의 배경을 생략하고 시작한다. 세 명의 시선이 등장한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에 베팅을 했던 유아인,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전에 이를 알리고자 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 김혜수 그리고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중소기업의 사장 허준호가 등장한다. 영화는 굉장히 친절하다. 유아인은 돈을 벌기위해 회사를 나와서 투자자들을 모으고 그들을 위한 설명회를 연다. 투자자들을 위한 설명이긴 하나 우리를 위한 설명이기도 하다. 그 친절한 설명들을 직접적으로 허준호의 역이 또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단적인 IMF 경제위기의 원인은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에 기반 한다. 하나, 둘, 셋을 세면 돈이 나온다. 그 정도로 쉽게 돈을 빌려주니 100억짜리 사업에 600억씩 빌려다 투자를 했던 것이다. 정부는 방관했고 국민소득 1만 달러의 뽕에 취했고 그리고 해외자본의 단기대출의 연장에 기대었다. 더 큰 돈을 벌어서 빌린 돈을 갚으면 기업의 이익커지고 그것이 곧 정부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늘 밝은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에 대한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다. 국민은 무지했고 정부는 거짓을 말했다. 상황도 많이 변했다. 이미 수출액 감소와 같은 이상 증상은 존재했고, 정부와 기업은 노력하지 않았다. 마침 우리나라는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의 생산변화가 있었고, 다시 일본과의 경쟁으로 그 입지를 잃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은 그렇게 고개가 꺾여갔다. 해외 투자자들의 ‘Leave Korea’가 시작된 것이다. 그 와중에도 정부는 ‘국민들의 사치’를 비난하며 경상수지 적자는 너희 탓이라고 이야기했다.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계속해서 비워내다 한계에 이른다. 그리고 한보그룹이 무너졌다.드디어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한국으로 들어온다. 1997년 11월 21일 우리나라는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로 했고 암암리에 시작된 협상은 12월 3일 발표된다. 유아인은 또 다시 부를 축적했고, 김혜수는 알리지 못한 일에 분노하고, 빚에 허덕이는 허준호는 자살까지 결심한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국민은 난도질당했다. 그 여파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확한 문제를 밝히려 하면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냥 대충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보수는 이를 밝히기엔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야하고, 진보는 과거 탓을 한다는 역풍을 맞을 위기가 있기 때문이다.이 영화에서 유아인의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국가부도에 베팅하여 돈을 벌지만 양심까진 팔지 않았기에 늘 웃지 않는다. 딱 한번 자신의 신세변화를 느끼고 웃을 뿐이다. 투자자들을 모아 은행을 찾아다니며 국가부도에 돈을 걸어 돈을 벌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달러를 사서 돈을 벌고, 쏟아지는 부동산을 쓸어 담아 돈을 번다. 나는 유아인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우리 부모님의 세대가 해내지 못했던, 졸부가 될 수 있었던, 신분의 상승을 크게 꿈 꿀 수 있었던 방법을 정확히 재현해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은 유아인의 성공과 크게 대비된다. 자본주의가 가진 특징을 보여주었다.자본주의의 칼날은 허준호도 타락시켰다. 직원들의 월급도 미뤄가며 떼인 돈을 받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진탕 술을 먹고 자살을 생각했던 허준호는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것마저도 포기하게 된다. 결국 그가 한 선택은 자신을 믿어주던 은인 정사장을 마이너스 어음을 돌림으로써 죽음으로 내 몬 것이다. IMF 외환위기라는 해일은 허준호의 착한 인격을 완전히 쓸어 가버렸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작금의 악덕 기업인이 탄생한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 전설이 된 그한 시대를 음악으로 풍미했던 전설적인 밴드 퀸. 그들의 일대기가 담긴 영화였다. 두 시간이란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전설을 담아내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겠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통해서 울고 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추억 속에 공감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서부터 퀸의 음악만을 알고 있었던 사람, 혹은 그마저도 몰랐던 사람들의 다수가 영화에 깊이 매료되었을 것이다.퀸은 왜 유명해졌을까? 지금 우리가 듣기에 그들의 음악이 그렇게도 멋지고 색다른 것인가? 과거의 기준이 정답이 된다. 6분짜리 긴 음악이라든지, 오페라와 아카펠라가 섞인 음악이라든지 또 관객과 함께하는 음악이라든지 그 과거엔 굉장히 충격적이고 독보적인 파트였을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주름잡는 다양한 음악으로 정점에 서게 된다.태양까지 높게 날던 이카로스의 날개는 불에 타 땅으로 떨어진다. 사람들의 관심과 시기가 사생활을 저격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사회와도 비슷한 면이 많다. 인기가 많은 공인들의 사생활은 언제나 이중잣대로 엄격하게 선이 그어지는 것들이 말이다. 대중들은 퀸의 음악보다 머큐리의 연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머큐리의 심적고난이 심해지는 것 같다. 휴식을 위한 잠깐의 해체로 좀 더 문란한 사생활을 살게 되면서 머큐리는 에이즈에 걸리게 된다. 그 때 불렀던 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정말 세상을 떨게 한 것 같다. 자신의 처지가 더욱 잘 이입되었기 때문일까.‘Mama, just kil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now he’s dead’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었을까, 혹은 질병으로 잃게 된 자신의 목숨이었을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 Live aid 공연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더욱 더 격렬하게 쥐어 짜내던 그의 노래 한 구절구절들이 얼마나 감동이었을까. 이제야 알게 된 그의 인생사를 통해 나온 그 가사들, 그 절규가 와 닿게 된 것이다.
고시맨 : 희극과 비극의 그 어디교묘하게도 고시촌의 해방은 개인의 탈출로만 가능했지 고시촌 자체의 해방은 없었다. 청년실업은 늘어나고 고용은 불안정해짐에 따라 모두가 공무원, 공기업에 목을 매고 있다. 고시촌의 탈출은커녕 이젠 그 공간에 포화에 이르기까지 한다. 기성세대들은 분수에 맞춰서 갈 수 있는 곳에 가서 일부터 배우라고 한다.‘눈이 높아서 그래, 한 단계만 낮춰봐.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얼마나 모자란데’청년들은 그 생각에 반기를 들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곳에 가서 보란 듯이 웃어주리라 다짐한다. 계속해서 청년들은 고시촌에 모여든다. 이 비참함을 끝내고자 더 비참하고 처절하게 눈을 뜬다. 뉴스에선 고시원에 화재가 발생하여 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더 비참하게 눈을 감아가는 사람도 생긴다. 그 암담한 현실이란 비극과 탈출의 이상이란 희극 가운데에서 이 책을 발견하였다.잘하고 좋아하는 것보단 내 자식만큼은 안정적이고 권위 있는 직장에 다니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인물들은 엮여있다. ‘오지 탐험가’가 되고 싶었던 현우, 이야기 속의 이야기 주인공인 천재 ‘선주’가 그렇다. 화자로서 등장하는 현우는 꿈을 접고 사법고시를 위해 고시촌으로 간다. 5년의 도전이 있었고 다시 오는 사시시험에서 몽유병이 도진다. 한 달이면 시험을 칠 수 있을 것인데 고시원 총무인 안석주는 퇴실하라고 한다. 희망과 절망의 줄타기 중에 안석주의 방에서 발견한 IQ350이란 노트에 의해 이야기는 풀려간다. 안선재와 안선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가만 보아하니 안선주는 안석주였고 이야기는 실화였으며 안석주이자 안선주는 고시촌의 영웅이었다. 고시맨이란 이름으로 자살하려는 이들을 예방하고 칼 갈지 않는 이들에겐 철퇴를 내림으로 고시공부를 그만두게끔 한다. 무슨 참견이냐 하면 할 말이야 없겠지만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달콤한 희망고문뿐만 아니라 따끔하게 소리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단 이야기겠다.‘미스터앤서’라고 하는 달콤한 사탕이 등장한다. 그는 온갖 희망과 장학금으로 많은 고시생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알고 보니 그는 고시생들이 망해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었고 복수심에 활활 타는 장작이었다. 그 악당과 우리의 영웅 고시맨이 부딪히는 이 책은 사실 한국형 히어로물이다. 고시맨은 결국 끝까지 남아 악당을 갱생시키고 직업이 고시생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치유시키는 영웅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역시 히어로물답게 해피엔딩이다. 그렇지만 이 내용이 왜 이렇게도 가슴시린지 모르겠다.
코끼리의 마음 : 나는 날 응원해꿈이란 그렇다.허황되기도 하고 매우 구체적이기도 하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미래는 꿈이다. 상상하지 못하는 모든 미래도 꿈이다. 그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이라는 녀석을 향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한다. 그런데 이 녀석이 조금만 실현가능성이 없어보여도 혹자들은 비난과 비판을 시작한다. 때론 이런 비난과 비판들이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두고 보자, 내가 꼭 해내서 내가 참아낸 조롱들을 다 짓밟아 버릴 거야.’반대로 수긍을 해버리기도 한다.‘그런가. 포기하고 다른 꿈을 찾는 게 나으려나?’이런 경우에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서의 평균, 그리고 그 평범함을 향해 수렴한다. 그래, 옛말에 ‘모난 돌이 정 안 맞는다.’라는 말도 있지 않았나. 그 평범함이 나쁘다는 것은 꼭 아니다. 그래야 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삶에서 포기할 수 없는 직장의 경우(나의 경우)에도 내가 맞춰 나가야하고 다른 이들과의 만남에서도 맞추어가는 것이다.꿈은 아니다.꿈은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리고 꿈꾸는 것이다. 실현가능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저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험난하더라도 미끄러지더라도 상관없다. 그 자체가 꿈이기 때문이다.코끼리의 경우 꿈은 높은 나무를 올라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다. 그리고 수없이 실패하고 떨어지며 온 몸에 혹이 난다. 그리고 코끼리는 이야기한다.‘아우!.. 아야..!’그것을 바라보는 인정 넘치는 우리 이웃들이 생각한다. ‘쟤는 수치심도 없나?’ 혹은 ‘내가 만약 코끼리였다면...’ 이 책의 대부분은 ‘내가 만약 코끼리였다면’ 이다. 코끼리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결국 이것인데, 모두가 틀렸다. 모두가 각자의 기준에서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근간에서 조언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코 옳은 방법이 나올 수가 없다. 새들의 경우에는 넓은 귀를 이용해서 파닥파닥 날아서 안전하게 떨어지면 될 텐데. 딱정벌레는 떨어져봐야 딱딱한 곳으로 떨어지면 안 아플 텐데.우리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다른 탄생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는데 어찌 감히 그 탄탄한 배경으로 완성된 타인들의 꿈과 가치관을 부정한단 말인가. 그래. 결국 조언이란 참견이고 부정이다. 각자가 가진 입장에서 각자의 입장을 타인에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