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상자(은희경)를 읽고..1) 줄거리 요약이 소설은 불임인 아내가 주인공이다. 이 부부는 불임클리닉이 근처에 있는 한 강남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신도시로 이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매사에 무기력한 아내는 이사 간다는 말에 웬일인지 무척 기뻐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불임클리닉이 없는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남편은 평소에도 주변 일상, 환경문제 등 사소한 일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오직 증권 시황에 관한 뉴스 등 지극히 사회적인 것에만 관심을 가진다. 이러한 성격은 아내에 대한 태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내에게 육체적인 사랑을 요구하며, 자신은 정신적인 사랑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내에게 관심은 없으며 정신적인 사랑을 하려 하지 않는다.아내는 시시하다고 생각할 만큼 평범한 사람이다. 음식솜씨 보통에, 정리정돈 잘하며, 조용한 성격이라 외출은 하지 않고, 혼자 있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아내는 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로 이사 온 후에는 더욱 틈만 나면 잠을 잔다. 옆집에 새로운 여자가 이사 온 뒤로는 옆집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옆집 여자와 함께 나들이를 가기도 하며 신도시에 적응해 나가는 듯하다. 겨울 밤 아내는 갑자기 사라졌고 집이 텅텅 비게 되었다. 남편은 옆집 여자에게 아내의 소재를 묻자 ‘그린 파크’ 모텔을 알려준다. 남편은 그 곳에서 나체로 잠자고 있는 아내를 보게 되고, 아내를 증오하게 된다. 결국 아내를 참다못한 남편은 정신병원에 두고 오고, 아내의 방을 없애게 된다.2) 사건의 구조이 소설의 구조는 간단히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나눌 수 있다. 소설은 불임부부가 새로운 신도시로 이사 오면서 발단이 이루어진다. 아내는 점점 신도시의 생활이 자신을 말라가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소설의 전개 과정이다. 아내가 갑자기 행방을 감춘 부분은 위기라 할 수 있다. 절정은 남편이 아내를 찾다가, 옆집 여자의 말을 듣고 모텔로 찾아가 나체의 아내를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결말은 아내를 근처 정신병원에 데려다 주고, 남편은 이사를 가게 되는 것이다.이 소설의 구조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처음 시작하는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과거-현재 순으로 사건이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플롯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아내의 방으로 마지막으로 들어가 보는 장면이 나오며, 아내를 증오한다는 남편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 뒤로 아내와의 함께 있었던 신도시 아파트에서의 삶이 회상되며, 나중에 아내를 정신병원으로 보낸 뒤 아내의 방을 없애는 순서로 진행된다.이러한 구성을 통해 이 소설은 오히려 소설 구성에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임의적으로 회상이 이루어지며, 갑자기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며, 생각나는 대로 휘갈겨 쓰는 식의 서술 방식으로 인해 오히려 이 소설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아내가 주인공이지만, 시점은 남편에 의해 주도되는 방식이어서 오히려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아내의 시점으로 서술되었다면 페미니즘적인 성향이 짙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아내의 표면적인 모습만 보며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오늘날 무관심한 현대사회의 남편을 시점으로 하면서, 소설은 충분히 전달력을 가진다. 아내의 행동에 대해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 태도를 통해서, 오히려 독자는 그러한 남편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며, 통렬하게 비판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3) 인물의 특징이 소설에서 주요 인물은 아내, 남편, 옆집 여자 이렇게 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내는 질서 정연하고, 아무런 생동이 없는, 그러한 신도시 아파트에서의 삶에 의해 점점 ‘말라가게 되는’ 여성이다. 그녀는 도시에 삭막함에 심한 답답함을 느끼게 되며, 이러한 그녀의 답답함과 외로움이 쌓여 그녀는 세상에 대해 단절하게 된다. 그에 비해 아내의 남편은 아내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남편에게 신도시는 그저 ‘살기 좋은’ 곳으로만 느껴진다. 남편은 아내의 부적응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고, 끝에 가서는 오히려 아내의 행동을 증오하게 된다. 남편은 현대사회의 속물적 인간으로, 규격화된 생활에 아무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한편 이 소설의 중간쯤부터 등장하는 옆집여자는 아내와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인물이다. 외출을 싫어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내와는 달리, 정기적으로 문화생활을 하며, 나들이를 하는 등 개방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또한 옆집 여자는 아내를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4) 주요 화제와 주제의식이 소설은 삶 속에 내재하는 아픔과 그로 인한 장애 현상을 그린 작품으로 기존의 소설과는 다르게 특이한 접근방식을 취한다. 항상 ‘아내’는 집에만 틀어박혀 혼자, 소통할 사람도 없이 남겨진다. 이 소설은 그러한 아내의 외로움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론적인 비극을 드러내려 한다. 이러한 주제와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는 현대사회에서 버림받은 한 여성의 우울한 삶을 잘 드러내고 있다. ‘불임’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불임클리닉을 다니고 남편과 함께 잠자리를 하며, 각박한 도시세계, 쉴 틈 없는 사회에서의 무기력한 삶이 지속되는 것이다. 은희경의 작품을 보면, 일반적으로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성’은 지극히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하지만 가부장적인 현실 아래서 남녀 관계나 가족 내에서 상처와 좌절만을 경험하는 특징을 지닌다. 사회의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커다란 주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론적인 비극’이므로, 이를 통해 작품에서 고통 받고 있는 주인공을 ‘여성’으로 내세워 페미니즘 성격을 부각시켰지만, 주제의식을 통해 원론적으로 본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실존적 존재로서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아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5) 개인 비평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소설의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남편의 시점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소설은 한 층 더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며, 페미니즘적 성향을 잘 보여줄 수 있었다. 이러한 시점과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 때문에, 이상 성격을 가진 아내에 대한 남편의 냉정한(내면적으로는) 시선이 독자들에게까지 느껴진다.이 소설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내는 부부관계에서의 정신적인 단절로 인해 전보다 더 외로움을 느끼며, 잠을 청한다. 아내의 ‘잠’은 일종의 세상과의 단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전에 살던 곳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며, 압박이 없는 평안한 안락처를 가지고 싶었지만, 오히려 도시보다 더 도시적이고 답답한 신도시가 그녀를 잠에서 더 깊게 헤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을 억압하고 무관심으로 대하는 사회를 마주치지 않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잠’을 그녀 나름의 ‘비상구’로 만들게 된다. 이러한 아내의 성격은 개인주의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며, 매우 수동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외출을 싫어하며, 동그랗게 몸을 말고 의자에 앉아있는 등, 매사에 소극적이며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이 인물은 우선 사회를 비판하기 이전에 비판받아야 한다. 박완서 작가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에 등장하는 주인공 문경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 맞서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인물형으로 그려진다. 사회에 투쟁하여 자신의 권리를 얻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임을 알지만, 그녀는 변화시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에서의 아내는 변화를 두려워하며 자신의 상처를 ‘상자’에 넣어 보관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