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를 보고뮤지컬 빨래는 오래 공연되어왔고, 불리는 노래들이 좋아서 막연히 ‘이 공연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라고만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었는데, 이 뮤지컬 속에 나타난 다문화적 요소가 전반적인 내용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빨래에는 주인공으로 ‘나영’과 ‘솔롱고’가 등장하는데, 그 둘의 사랑이야기에는 미소 지어 졌지만, 그보다 자연스레 ‘솔롱고’가 처한 상황에 집중하여 보게 되었다. 솔롱고는 몽골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외국인근로자이다. 산업연수생이라는 신분으로 취업을 했지만, 국내 체류기간을 넘어서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이다. 물론 일정한 절차를 걸쳐 체류기간의 연장, 갱신이 가능하나 솔롱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불법체류자라는 사회적 신분으로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전화기를 들고 사정하고 돌아서 억울함에 눈물 흘리는 솔롱고의 모습 그리고 길거리 취객에게 구타를 당하고도 경찰서에 가면 강제 출국되기에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는 모습은 그들이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받는 차별과 멸시가 여전히 남아있는 현재를 돌아보았다. 요즘 다문화사회라고 하여 차별이 완화되고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무의식속에는 그들은 우리보다 약자라는 것, 그리고 단순한 인력으로만 여기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시적인 동정이 아니라, 그들을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 또한 다문화적 감수성인 진정한 ‘공감’을 통해 누군가 나를 때리면 나도 아프듯, 그들도 때리면 아프다는 것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뮤지컬에서 주를 이루는 나영과 솔롱고의 사랑을 보며 내가 순간적으로 떠올린 생각들은 나도 아직 무의식 속에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부끄러워졌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국제결혼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셨을 때, 아무렇지 않게 ‘상관없다’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막상 하나의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구체적인 상황을 보니, ‘저 둘이 만날 수 있을까?’ 혹은 ‘설마 결혼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또 그들이 결혼한 장면이 나왔을 때는, ‘잘 살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극적인 요소로 위해 ‘결혼’을 가미한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불법체류자인 솔롱고의, 그리고 그와 나영의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문화교육론을 공부하고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다문화교육을 공부하기 때문에 나의 다문화성은 다른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라고 생각해왔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인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무의식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편견과 차별 없이 생각하려 노력해도 나도 모르는 곳에 숨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