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 구스 반 산트 감독의 1997년 작 은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봄직한 영화다. 언제 관람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옛 기억 속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오로지 윌 헌팅 뿐이었다. 이 영화는 불우한 배경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가진 수학 천재 윌 헌팅이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을 거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성숙한 인격체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이다...정도가 이 영화에 대한 옛 기억이라 할 수 있다. 진로 상담이라는 과목 과제를 위해 비록 타의로 영화를 재관람하게 되었지만 상담자의 입장으로 재관람한 이 영화는 나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고 내담자의 마음을 여는 상담 기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다시 본 의 주인공은 진정한 상담자인 정신과 의사 션 맥과이어였다.수학 천재 윌이 가진 문제점은 자폐수준의 방어기제와 어릴 적 양부들의 폭력의 학습으로 인한 폭력 성향, 반복되는 입양와 파양으로 인해 지속된 분리 불안이 야기한 대인관계 지속의 어려움, 극도로 발달된 부정적 성향, 타고난 천재성과 높은 지적능력으로 인한 지나친 우월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마지막에 언급한 천재성과 높은 지적 능력은 반강제적으로나마 윌을 정신과 치료로 이끌게 한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이 천재성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 뿐 아니라 특히 스스로가 높은 지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대다수의 상담자들을 심리적으로 제압하는 결과를 빚어 상담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하는 방해물로 작용하고 자폐적 수준의 방어기제를 더욱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심리적인 문제의 발단은 대부분 성장과정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 때문이다. 윌은 반복적인 입양과 파양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어린 나이에 지속된 불리 불안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인간 관계의 시작은 그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장점인 천재성과 지적능력-모든 것이 부족한 윌에게 유일하게 완벽한-으로 인해 개시되지만 버림받을까봐 두려워 먼저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학생인 스카일라를 만날 때도 이런 점이 드러난다. 서로에게 끌려 연애를 시작하였지만 사이가 깊어지면서 스카일라가 윌의 약점인 가족들이나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결국 자신의 불우한 환경 때문에 스카일라가 떠날 것이라 생각하고 먼저 관계를 정리하는데서, 그의 분리 불안으로 인한 대인관계 지속의 어려움과 철저한 방어기제를 엿볼 수 있다. 또 양부들의 살인적인 폭력에 의해 자연스레 폭력을 학습하게 되었고 아울러 충동 조절의 부재, 불완전한 감정 조절, 상승된 공격성향을 얻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통상적인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은 여러 범죄를 저지르게 되어 더욱 불리한 사회적 위치에 서게 된다. 만일 그에게 천재성이 없었다면 새로운 인격체가 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남은 여생은 감옥에서 보내게 되어 더욱 강화된 폭력에 노출되어 더 형편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앞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그의 천재성과 고도의 지적능력은 윌을 반강제적으로 심리 상담으로 이끌게 한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상담을 가장 방해하는 점인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의 부정적 성향이 합해진 우월감은 스스로를 낮은 사회적 위치에 맴돌게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지속하게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윌이 안보국이나 대기업에 일하면서 그의 천재적 수학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자신의 능력이 무기 개발이나 전쟁에 사용되어 부자들의 부의 축적이나 대량 살상을 하는데만 사용될 거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천재 수학자 한 명만으로 세상이 뒤집어질 일도 없으며 윌의 능력이 나쁜 곳에만 사용될 일은 더더욱 없지 않은가. 내가 나서서 능력을 발휘하기만 하면 세상이 해를 볼 것이라는 비뚤어진 우월감을 가진 윌은 결국 일용직이나 노동직을 택하며 모든 직업은 고귀하고 평등하다는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머무르는 방어기제까지 발휘하고야 만다. 하지만 그 많은 청소부 자리 중에 세계 최고의 공대인 MIT에서 청소부 일을 하는 윌의 모습을 보면 마음 깊은 곳에 그의 꿈을 리 상담 과정을 통해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게 되는 계기가 된다.이러한 윌의 문제점을 상담을 통해 마음속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아픈 기억을 잊게 하며 성숙한 인격체를 가진 새로운 사람이 되게 도와주는 사람이 정신과 의사 션 맥과이어다. 션과 윌은 8번의 상담을 하게 되는데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고 도움이 되었던 3회기의 상담 과정은-물론 모든 상담과정이 인상적이고 좋았다. 심지어 아무 말 하지 않고 끝낸 세 번째 상담마저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상담이다.윌과 션의 첫 번째 만남. 션은 윌을 데리고 온 친구인 램보 교수와 탐을 상담실에서 내보내고 윌과 독대한다. 윌이 먼저 책장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내 담배, 운동 등 계속해서 지나칠 정도로 산만하게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지만 션은 개의치 않고 적당히 답변해주고, 심지어 윌의 욕설 섞인 말투를 비슷하게 따라하기도 한다. 그러다 그림으로 주제가 바뀌어 션이 그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다 윌이 고인이 된 션의 부인에 대해 무례하게 이야기하게 되자 션이 크게 화를 내고 심지어는 폭력적으로 윌의 목을 조르게 되고 첫 번째 상담은 끝나게 된다.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며 끝난 첫 번째 상담은 마냥 좋은 상담으로만 볼 수는 없다. 심지어 션의 분노의 표출은 의도된 장치도 아니었다. 그저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상처를 건드린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보통의 상담에서 사실 이런 상담자의 자세는 올바른 것도 아니고 용인된 것도 아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적정한 수준의 라뽀가 형성될 때까지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감정을 드러낼 때는 그로인해 상담과정에서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물론 모든 상담이 연기(act)처럼 이루어질 필요도 없고 상담 과정을 위해 의도된 감정 표현이 무조건 솔직하지 않은 상담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분노를 표출한 션의 모습은 우연히 상담의 순기능으로 작화적 장치로 보자면-윌의 시각에서는 고매하신 정신과 대학교수님에게도 아픈 부분이 있고 그걸 건드리게 되자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보고 인간적인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첫 번째 상담에서 좋은 평가를 줄만한 부분은 션이 상담의뢰자인 친구 램보교수와 탐을 내보내고 내담자인 윌과 직접 마주한 점이다. 윌의 최악의 상담 전적을 알고서도, 그리고 사이가 좋지않지만 오랜 친구인 상담의뢰자인 램보교수를 내보낸 것은 진솔한 상담의 출발점이라 평가된다. 그리고 상담에 관심이 없으며 끊임없는 주제 변화로 상담자를 지치게 하고 자신의 높은 지적능력으로 상담자인 션을 통제하려고 한 윌의 질문 공세에 인내심으로 답변하였던 부분은 분명히 배워야 할 점으로 평가된다.책에서 얻은 해박한 지식이 직접 겪은 지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과 진정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려면 서로의 불완전성을 배려하고 심지어는 그 불완전성을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몇 차례의 상담 과정후의 여섯 번째 상담. 션은 윌에게 소울메이트에 대한 질문으로 상담을 시작한다. 윌은 그 사이 정보국 입사 인터뷰를 다녀왔지만 특유의 우월감과 방어기제로 뭉친 괴변으로 면접관을 당혹케 하고 돌아온 상태였다. 격려를 해주는 소울메이트가 있냐는 션의 질문에 윌은 없다고 대답하기가 싫어 잠깐의 망설임 끝에 쳐키가 그런 친구라고 대답하지만 마음을 알고 영감을 주는 그런 친구냐고 묻자 결국 대답을 하지 못한다. 직업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나누다 수학 천재가 청소부 일보다는 능력에 알맞은 직업을 구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션의 의견에 윌은 화를 내며 세상의 모든 직업은 귀중하다며 반박한다. 하지만 그 많은 청소부 일자리 중에 하필이면 왜 MIT 대학 청소부 자리를 택했냐고 묻는 션의 질문에 윌은 아무 말을 하지 못한다. 션이 연이어 윌에서 정말,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자 윌은 자신의 진심을 부정하며 양치기가 되고 싶다고 아무렇게나 대답하자 션은 상담 시간이 남았지만 화를 내며 윌을 몰아내고 이고 나가면서 상담이 끝난다.상담에도 진전의 과정이 필요하다. 앞서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이전의 상담 관계에서 윌 나이 또래에서 가장 관심을 보이는 이성 관계에 대한 상담으로 션은 윌의 마음을 연 뒤 소울메이트가 있냐는 질문으로 상담을 발전시킨다. 그리고 윌의 방어기제와 비뚤어진 우월감이 선택한 윌의 직업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폐쇄적인 내담자가 어느 정도 마음을 열게 되면 그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상담자가 오히려 공격적인 의견이나 질문을 제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션은 그러지 않았다. 왜 하필 MIT에서의 청소부 일을 하냐는 질문으로 윌의 심리 모순 상태를 정면으로 지적해내고 이미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일이 떠올랐으면서 자신의 질문에 아무렇게나 대답하는 윌에게 화를 내며 상담을 마친다. 물론 이 때 션의 분노는 첫 번째 상담에서와는 달리 의도된 장치라고 보여지며 이것은 훌륭한 역할을 한다. 윌이 상담이 끝나게 될까봐 걱정하게 만든 것이다. 상담자에게 내담자가 상담에 몰입하게 만들고 간절하게 만드는 이러한 모습들이 매우 훌륭하게 평가된다.8번의 상담 중 가장 인상적인 일곱 번째 상담. 윌이 상담실에 도착하기 전 션과 램보 교수는 윌의 진로 문제로 다투고 있었으며 문 뒤편으로 윌은 션의 상담이 모두 진심어린 과정이었음을 엿듣고 상담실에 들어서게 된다. (램보 교수는 퇴장한다) 윌의 서류 파일을 갖고 있는 션에게 윌은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면서도 파일의 내용에 대해 묻는다. 션은 파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에게 겪은 폭력-을 솔직히 털어 놓으면서 의미심장한 치유의 한 마디를 한다.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야) 윌은 처음에 안다고 가볍게 대답하지만 션은 너무나 진중하게 It's not your fault. 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 말의 의미를 점점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윌은 자기 방어의 벽이 허물어지는 고통 때문에 격렬하게 저항하며 화를 내지만 결국 진심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