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의 기적’에 나타난 전후 독일의 사회상영화의 배경은 2차 대전 후 어느 탄광촌, 독일은 전범국이라는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국가 전체적으로 우울함과 무력감의 분위기가 감돌던 때였다.주인공의 아버지마저도 나치에 의해 포로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 속이었지만, 주인공 ‘마테스’는 어머니와 형, 누나와 함께 나름대로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나간다. 그러던 중 11년 넘게 러시아 포로 수용소에 있던 아버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아버지가 등장함으로써 마테스의 집에는 갈등이 시작된다.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인 큰 아들과 미국 군인과 어울리는 딸, 마을 축구선수인 란을 영웅으로 여기는 막내 마테스 모두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신만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이들에게 억압을 가했기 때문이다.그도 그럴만한 것이 그의 큰 아들은 자신이 나치 시절에 가졌던 이상에 도전하는 행동을 하고 있고, 딸은 전쟁 중 맞서 싸운 적이 있는 미군과 사귀고 있는 것이었다.즉, 전쟁과 노역에 동원되며 직접 전쟁을 체험한 기성세대인 아버지에 반해 큰 아들과 딸은 갈수록 전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고, 점점 더 커져가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에 의해 어떠한 이념이나 강요조차 거부한 채 자신의 욕망을 쫓는 세대이며, 마테스는 아예 전쟁 후에 태어나 전쟁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전후세대로서, 이들 세대에 대한 시각적 차이가 가족 내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것이다.영화의 한 장면 중 마테스가 아끼던 토끼를 아버지가 요리에 사용하자 충격 받은 마테스에게 엄마가 아버지는 그런 상처를 12년 동안 받아왔다며 그런 상처는 서로 도와야 한다고 다독이는 대목에서 두 세대 간의 갈등완화가 이 영화에서의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암시하고 있다.또한, 전쟁포로였다가 돌아온 아버지는 독일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전쟁의 상징이기도 하다. 다시 광산으로 일을 나갔지만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실신하는 아버지의 모습, 포로수용소에서의 고생에 대해 국가로부터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습에서 전쟁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가 현 독일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과 전쟁의 흔적을 가지고 있고, 국가로 인해 희생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사회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결국 이러한 갈등들은 형과 돌아온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극에 달하고 결국 형은 가출을 하게 된다.이 때문에 아버지는 신부님과 고민 상담을 한다. 신부님은 많은 귀환 포로들이 고통을 수치로 생각하며, 겉으론 강한 척 하지만 실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하는데, 마테스에게 ‘독일 소년은 울지 않는다.’ 라며 단호하게 말하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신의 상처와 내면의 모습을 결코 드러내지 않으려는 장면에서도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다.그러나 오랜 포로생활을 통해 강제적인 삶에 익숙해져있던 아버지도 자신의 삶이 다음 세대들의 삶과는 다르다는 것을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하였고, 마테스 역시, 전쟁과 포로의 삶을 겪은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결국 아버지도 수용소에서의 끔찍한 생활들을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내면을 보이기 꺼려하던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와의 소통을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그러다 고대하던 스위스 월드컵이 다가오고, 마테스가 평소 우상처럼 여기던 란이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마테스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냉담했던 아버지였지만, 아버지는 차까지 빌려와 아들과 함께 월드컵이 열리는 스위스의 베른으로 향한다. 당시 독일은 2차 대전의 전범국이었기 때문에 독일FIFA의 징계로 4년간 대회 출전이 금지되어 8년 만의 경기였다. 하지만 패전국이었던 당시 독일의 침체된 분위기와 들어맞게도 대표님은 전반전부터 연거푸 골을 잃고 있었고, 누구도 독일의 승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경기 후반부 쯤 마테스와 아버지는 경기장에 들어서게 되고, 란은 우연히 마테스를 보게 된다. 평소 서로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던 것이 무색하지 않게 란은 역전골을 넣기까지 한다. 결국 독일은 전쟁도 졌으니 축구도 질 거라는 국민들의 예상을 뒤엎고 정말로 ‘기적’에 가깝게 스위스 월드컵에서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패전국으로서 느껴야했던 독일의 패배감과 자괴감이 한 번에 모두 승리감으로 바뀌게 된 순간이었다.경기가 모두 끝난 뒤, 기차 안에서 마테스는 아버지에게 전에 형이 쓴 편지를 보여주게 되고, 아버지는 그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린다. 그 때 마테스는 말한다.‘독일 소년도 가끔은 울어요.’전쟁을 경험하지 못했고, 기성세대가 가진 전쟁의 흔적에 대해 무관심하던 전후세대가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상처를 공유함으로서 전쟁이라는 큰 벽을 사이에 두고 있던 다 세대 간에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