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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건축학개론과 소설 상실의 시대 비교분석, 감상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보다 그 사람을 더 먼저 생각하는 것?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 그저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 과연 사랑이라는 말을 아무런 이의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뭐, 일단 겉으로만 보기에 ‘사랑’은 참 아름다운 단어이다. 혀끝에서 굴러가는 소리도 예쁘고, 단어의 직선과 곡선의 조화도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모양새만큼 모든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그저 행복하고 반짝거리는 사랑뿐만이 아닌, 여러 종류의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저 심장이 두근대고 설레는 풋풋한 사랑이 있나 하면, 지독하리만치 쓰리고 혼란스러운 사랑도 있기 마련이다.그런 의미에서, 영화과 소설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각자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먼저 에서 나타난 사랑의 모습은 어땠을까.대학신입생 때 이후 15년 만에 다시 만난 승민과 서연. 난데없이 그를 불쑥 찾아온 서연은 제주도에 집을 하나 지어 달라고 부탁하고, 승민은 애써 당황함을 감추고 옛일은 다 잊었다는 듯이 그녀를 대한다. 둘은 예전에 '첫사랑'의 감정에 설레었던 사이였다. 비록 15년 전, 사랑에 서툴렀던 이들은 작은 오해로 인해 서로에게서 멀어졌지만,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만나 함께 집을 지어 나가면서, 둘 사이엔 풋풋했던 그 시절의 추억이 겹겹이 쌓여간다. 건축학개론 첫 수업에서 만난 승민과 서연으로.‘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이 영화의 슬로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문구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기억은 있을 것이다. 첫사랑은 보통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것이고, 삶이 지칠 때 마음속에서 꺼내어 보는 빛바랜 추억의 앨범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은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아련한 추억이자 상처인 첫사랑을 소재로 만든 영화이다.하지만 이란 제목이 그저 첫사랑이 시작되었던 계기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영화에서 과거의 첫사랑은 건축학개론 첫 강의에서 시작해 종강으로 끝을 맺으며, 현실에서 다시 만난 둘의 추억 여행도 서연의 집을 설계하면서 시작해 완공과 함께 끝이 난다. 첫사랑, 추억 그리고 건축은 동일한 과정을 밞아나가는 것이다. 특히 건축학개론 강의는 그저 둘이 만나게 된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둘의 만남을 이어주는 동시에 사랑의 설계도로서, 또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둘은 건축학개론의 안내를 받으며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서서히 쌓아나가는 것이다.그렇게 영화의 구조는 벽돌을 쌓듯 하나씩 쌓여 올라간다.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쌓이고, 추억이 쌓인다.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쌓아간다는 것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가끔 단절되기도 하는데, 이는 첫사랑이란 대개 이야기로서가 아니라 순간의 이미지, 감정의 떨림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이렇듯 에서는 섬세한 감정표현과 서사구조, 그리고 테마곡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등 여러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통해 많은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그들과 관객들이 함께 같이 첫사랑이라는 감정과 과거의 기억을 습작해가며 조각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마음 속 깊은 잔상을 남겼다.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가 있다. 그 때의 떨림과 설렘은 언제나 다시 돌이켜봐도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그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 ‘첫사랑.’ 상대의 별 것 아닌 말 한마디, 표정, 행동 하나하나에 온갖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해하고 상처받았던 그 날들. 승민은 친구 납득이에게 얘기한다. “오늘 서연이가 시간 있냐고 물었어. 이건 무슨 의미지?” “아무 관계도 없는 남녀가 별 것 아닌 일로 만나 가까워졌어. 이유가 뭘까?” “둘이서 기찻길 놀이를 하고는 손목 때리기를 했어” 납득이의 반응처럼 제3자가 듣는다면 유치하거나 아무 의미가 없는 행동과 말이지만, 당사자에겐 그 얼마나 터질 것 같은 사랑의 떨림인지 그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그에 반해 는 의 첫사랑의 순수함이나 풋풋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멀다 못해 같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영화와 소설 둘 다 주인공의 20살 즈음의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과 달리 이 소설에서 사랑은 혼란스럽고, 격렬하며, 고통스러운 것이었다.소설은 37세가 된 주인공 와타나베가 약 20년 전 사춘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에 일어났던 실연을 떠올리며, 마음의 혼란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함부르크 공항에 내린 와타나베가 그처럼 옛일을 회상하며,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히게 된 것은 착륙한 비행기의 확성기에서 죽은 애인이 좋아하던 비틀스의 노래 이 배경음악으로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비틀어져 있다. '나'와 즐겁게 당구를 치고 돌아간 날 밤에 차고에서 자살해버린 기즈키, 서로 사랑하는 여자 친구의 묵인 하에 수없이 많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나가사와, 애인이 있으면서도 '나'에게 호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미도리,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레이코, 그리고 끝까지 괴로워하다가 결국 자살해 버리는 나오코에 이르기까지. '나'라고 하는, 어쩌면 평범한 남자에게 있어서는 다소 가혹한 환경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 속에서 혼란스러워하고 갈등하던 ‘나’는 결국 미도리를 택하지만, 그때는 이미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니 폭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책의 겉표지에 책을 소개하는 명목으로 쓰여 있는 ‘젊은 날 슬프고 감미롭고 황홀한 사랑 이야기‘라는 것에는 동의 할 수 없었다. 젊은 날의 이야기이고 슬프기도 하지만 ‘감미롭거나 황홀하다’고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주인공인 ‘나’는 나오코를 사랑한다며 그녀를 몇 번이고 찾아가고 꼬박꼬박 편지를 쓰면서도 미도리와 태연하게 접촉하고 심리적으로 깊은 관계를 가지는가 하면, 기숙사 선배인 나가사와와 길거리 헌팅으로 처음 보는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다. 또한 그가 미도리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에도?,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관계에 놓인 연상의 여인 레이코와 몇 번이고 사랑을 나눈다. 솔직히 그런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았고, 그가 미도리 혹은 나오코와 가지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하지만 그가 임종이 가까운 미도리 아버지의 병문안을 가거나, 미도리의 집까지 방문했을 때에 적극적인 미도리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육체적 관계는 맺지 않는 모습에서, 사랑이 담기지 않은 육체적 관계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담긴 상태에서는 쉽게 여기지 않는 그의 의지와 그만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즉, 여기에서 육체적 관계는 단순히 종족번식, 혹은 쾌락의 도구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갖는 일종의 의식적인 것, ‘사랑’의 또 다른 표현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내가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이야기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 않았지만, 는 소설이라는 특성과 하루키 특유의 문체답게 그 한 글자 한 글자를 담담하고 아름답게 풀어나가 글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천천히 곱씹게 하고, 노골적인 묘사를 통해 그들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그 상황을 스스로 그려나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그리고 이 소설에서 신선했던 점은 ‘나’와 나오코의 어딘가가 비틀렸지만 풋풋한 사랑 이야기와 ‘나’와 미도리의 파격적이고, 조금은 고지식한 두 개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지만, 여기저기 흘러넘치는 뻔하디 뻔한 삼각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의 여러 사랑을 표현할 때, 마치 그것이 필연인 것처럼, 즉 삼각의 인간관계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는 것처럼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원제인 에서의 숲(森)이 나무(木) 세 그루를 조합해서 세워 놓은 것과 같다는 것에서 발견할 수 있듯, 나와 미도리, 나오코 뿐 아니라, 이 소설에서는 삼각관계에 들어있지 않은 인물을 찾기 힘들 정도로 서로의 관계는 그물처럼 엉켜있었다.그런 면에서 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독후감/창작| 2017.04.02| 4페이지| 1,500원| 조회(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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