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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사회학] 이데올로기로서의 사이코패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서의 사이코패스0. 근대적 범죄의 의미는 무엇인가?‘옳음과 그름’, ‘좋음과 싫음’은 인류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오래된 이슈였다. 특히 오늘날에는 더욱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는데 옳음과 좋음을 결정하는 주체가 온전한 개인이기 때문에 그렇다. 단순한 일반화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전통사회에서 옳음의 영역은 신이나 우주가 담당하였고 좋음의 영역은 왕과 같은 절대 권력이 담당하였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신과 왕이 없는 세계에, 이제 옳음과 좋음의 문제는 개인이 담당해야 할 것이 되었다.근대의 이와 같은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개념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국가의 구성원이 법의 입법자이며 동시에 그 법에 의해 지배받는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입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좋음의 원리에 따라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즉 (거칠게 구분하자면)좋음은 자유와 자본으로서, 옳음은 법치로서 개인의 내부에 안착된 것이다. 이 둘 사이의 긴장관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관리하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오늘날의 근대다.따라서 근대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범죄는 옳음이라는 사실과 타당성의 영역과 좋음이라는 진리와 자유의지의 긴장관계 어딘가에서 설정될 수밖에 없다. 즉 무엇이 범죄인지는 민주주의 원리의 입법과정에 의해 결정되며 그렇게 형성된 법제에 개인들은 스스로 통제 받는다. 또한 개인의 좋음을 타인이(또 다른 대인이) 침해하는 것 또한 범죄가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즉각적으로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왜냐하면 좋음과 옳음이 상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입법과정에서의 의사소통적 상호이해를 강조해야 한다거나(하버마스) 근대의 각 체계가 서로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루만)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다.그렇다면 어떤 주장이 맞고 틀린지와 관계없이 범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무엇이 범죄인지는 개개인의 좋음을 수호하는 조건들 사이 어딘가에 설정될 수 있을 뿐이다.그렇다면 우리는 합법적이지만 옳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정의’와 관계하는데 이 글에서는 수많은 부정의 중에서도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발생시키는 계급불평등과 이를 공고히 하는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가 주권자이며 스스로의 좋음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도,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도 타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수도 없이 목도한다. 즉 옳음과 좋음의 원리가 개인의 삶 속에서 상호 모순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과 대단히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1인 1표는 거의 대부분 간접적 대의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1인은 법이 허락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막대한 돈을 축적할 수 도 있고 단 한 푼도 갖지 못할 수도 심지어 빚을 질 수도 있다. 이는 다른 국가에서는 금지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허용되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가령 기업의 순환출자를 일정 부분 허용하거나 금융과 산업을 통합 하는 것,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게 설정한 법제와 행정은 한국이 다른 주요 국가와 매우 다른 법제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범죄인 것이 한국에서는 아니라는 이야기와 같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한국의 법제는 재벌이라는 한국형 자본주의의 기형적 모순을 야기하고 있다. 재벌구조가 발생시키는 문제는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반대로 우리는 법이 인정하지 하지 않는 범죄적 성향에 대한 담론도 익숙하게 마주한다. 즉 즉 법제화 되지 않은 담론적인 범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령 사이코패스와 같은 범죄 담론이 그러하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와 같은 담론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사이코패스라는 것이 실존하는 성향이라고 인정한다 하더라고 그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이 범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범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대중매체를 통해 소비되는 사이코패스 프레임의 현황과 표면적 문제점비상식적인 범행 수법을 드러낸 살인범이나 피해자의 고통에 무감각한 성범죄자, 연쇄 살인범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서, 이들을 ‘사이코패스 (psychopath)’라고 지칭하며 범행 수법과 범죄자 특성 등을 소개하는 언론보도의 수가 급증해 왔다. 그러나 정신병질(psychopathy) 성향이 높은 극소수의 범죄자들을 설명하는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범죄 관련 언론 보도에 무분별하게 쓰이거나, 실제 사이코패스의 특성과는 거리가 멀거나 한두 가지 단편적인 특성만을 가지고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적용하면서 이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언론 보도 기사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사이코패스 관련 특정 범죄 사건 언론 보도 가운데 강호순 사건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였고, 다음으로 유영철 사건, 정남규 사건 순으로 이어졌다. 또한 범죄 유형 가운데 살인이 보도에서 언급되어 가장 많았고, 그 외 연쇄 살인사건, 성범죄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언론 보도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성으로 언급된 내용을 살펴보면, ‘후회나 죄책감 결여’, ‘냉담함 혹은 공감능력의 결여’,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함’을 중심으로 보도되어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 가운데 극히 일부의 특성만이 언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다수의 언론보도가 사이코패스와 반사회적 성격 장애와 관련하여, 진단 기준과 적용 범위가 다른 두 가지 개념을 서로 동일한 것으로 소개하는 등 부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경우도 상당하다.사이코패스에 대한 개념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Cleckley Hare에 따른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정서적, 행동적, 대인 관계적 측면 등을 포함한 인생 전반의 포괄적 영역에서 만성적으로 높은 정신병질(psychopathy)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개념이 그 시작이다. 이렇게 정신병질 성향이 높은 사이코패스의 대표적인 특성을 보면, 우선 자기중심적인 특징이 두드러지며, 정서적으로 냉담하고 타인 등의 연쇄살인범, 그리고 오원춘이나 용인 엽기 살인범 등 잔혹하게 시신을 훼손하는 범행 수법을 보인 범죄자나 그 범행내용이 특히 잔인하고 흉포한 경우가 이러한 사이코패스 개념이 언론 보도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사통합 검색시스템인 KINDS(Korea Integrated Newspaper Database System; http://www.kinds.or.kr/)에서 최근 10년간인 2004년 1월 1일부터 2013년 7월 31일까지의 국내 언론 보도 중, ‘사이코패스’ 단어를 포함하여 검색된 보도 수는 총 274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이코패스’ 관련 언론 보도 가운데 학술적으로 사이코패스의 특성이나 진단 기준과 관련된 객관적이고 정확한 지식 없이, 단순히 범죄 사건과 관련하여 무분별하게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거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범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대중 매체에서 범죄자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범행을 설명하는 방식 등 언론 보도의 내용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기사가 단순히 범죄자의 특성이나 범행 내용 소개 등의 ‘사건 중심적’ 프레임에 치중하여, 범죄의 원인을 단순히 한 개인의 정신병리적 성향에 국한하는 선정적인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양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양적인 면에서만 관련 보도가 증가한 것이라 볼 수 있다.실제로 언론에서 소비하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개념은 사이코패스 진단검사인 PCL-R에 포함된 20가지 항목 중 주로 앞서 언급한 ‘자기중심적 특징’, ‘정서적으로 냉담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 ‘충동적 및 무책임’, ‘죄책감 부재’, ‘타인 기만’ 과 같이 협소하게 2-3가지 특성만이 집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정서적, 행동적, 대인 관계적 측면 등 다차원에 걸친 복합적 평가로 진단되는 실제 테스트와 달리 일부 기준에만 해당하면 스가 가진 여러 특징을 매력적으로, 자극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매체를 통해 발현된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미지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잘못된 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특징들이 ‘비정상적 양상’으로 텍스트화 되어 있지만, 이러한 명제들은 어쩌면 사회에서 ‘정상적’ 혹은 ‘강제적’으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조건이기도 하다.하지만 명확한 개념인식 없이 몇 가지 제한적 측면만을 보고 사이코패스로 성급히 분류하여 지칭하게 되면, 대중에게 범죄에 대한 혼란이나 선입견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사이코패스와 관련하여 언론 보도에 투영된 부정확하고 왜곡된 편향성은 대중의 범죄에 대한 인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높은 정신병질 성향을 가진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에서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단순히 대중의 관심이나 흥미를 끌기 위해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남용한다면 이는 우리 사회에서 범죄의 발생과 그 잔혹성에 대한 과장된 인식으로 두려움과 불안감을 심화시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심지어 영화나 소설에서도 사이코패스는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이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3. 자본주의 구조적 모순을 심화시키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사이코패스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서 후반 쯤 신인력 정책이 정부차원에서 행해진바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노동의지가 강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기에 이와 같은 인력 개발을 목적으로 교육 정책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는데 1994년에 처음으로 시행된 수능이 그것이다. 수능은 청소년기부터 학생들로 하여 경쟁을 체화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때부터 사교육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교실의 급훈도 추상적인 것에서 점차 구체적인 것으로 변해 갔다. 가령 “오늘 자느라 흘린 너의 침이 미래 너의 아내의 얼굴을 결정한다.”와 같은 급훈 등은 미래의 배우자까지도 경쟁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 갔다.
    사회과학| 2017.05.25| 6페이지| 1,500원| 조회(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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