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낭만의 달, 광기의 달?을 읽고마법의 세계로 손짓하는 저 달빛-세일러문 가사 中-김혜원매일 밤 차가운 은빛을 뿌리며 나타나는 달은 세월을 넘어 끊임없이 인류를 홀리며 인류문화사의 곳곳에 자취를 남기고 간 전령사이며, 선 또는 악의 상징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달은 시험기간에 밤을 새며 공부하고 있으면 어느 샌가 나타나 나의 곁에 머무르며 소원을 들어주는 ‘파트너’이고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지 확인하고 떠나는 ‘감독관’이다. 나는 그런 달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또 우리는 달에게 어떤 의미부여를 했는지 궁금했고 Edgar Williams가 인도하는 탐험을 떠나 ‘달과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문화사를 중심으로 짚어보기로 했다.이 책에선 달의 문화사를 달나라 남자의 전설부터 부활절의 상징까지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달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부여받았는데 하나는 악의 덩어리, 병을 옮기는 근원, 덧없는 환상 등의 부정적 의미와 또 하나는 신, 숭배의 대상. 아름다움, 순수의 극치 등 긍정적 의미이다. 부정적 의미의 달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엘리자베스 1세가 총신 레스터 백작에게 보낸 편지의 한 줄이었다. “롭, 나의 흔들리는 필체만 봐도 내 머리가 보름달에 제대로 잠식당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함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엘리자베스 1세 시대는 과학, 의학, 기술이 매우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였고 그 당시에는 달이 잠을 설치게 하여 병과 류머티즘을 유발한다는 괴상한 통념이 팽배했다고 한다. 또한 그런 인식이 남긴 자취에는 “lunatic(미치광이)”,“moonstruck(몽유병 환자의)”,“mooncalfs(백치)”와 같은 달에서 파생된 단어들도 있다. 영화 처럼 보름달의 기운이 사람을 흉악한 늑대인간으로 만든다는 전설도 있고 심지어 20세기까지도 선천적 기형을 달의 여파, 특히 달빛 과다 노출의 부작용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이미지들을 보아 내가 생각하기에 달은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즉, 어떤 부정적 상황을 맞닥뜨린 인간이 자신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무능력함을 깨닫고 그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찾았던 희생양이 바로 ‘달’인 것이다. 왜 옛날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가졌었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그렇게라도 달을 미워함으로써 자신들의 나약함을 숨기고 현실을 벗어날 탈출구를 찾고자 했던 것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미신도 점점 과학,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여러 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그 중 달빛이 수면에 미치는 여파에 대한 사실은 이제 존 레논의 노래로만 남아있는 것 같다. “잠 못 이루는 밤, 달만 밝아요.”이번엔 달의 긍정적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태고부터 많은 종교와 역사 속에서 신으로 숭배된 달은 그 영향으로 초자연적 기운을 자아내며 작품에 문학적 장치와 배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고대 히브리어에서 달은 ‘천상의 여왕 또는 공주’로 불리었고 전 세계 이슬람사원 첨탑마다 어김없이 초승달이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인간사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 분명하다. 또 내가 고전시가 시간에 배운 문학작품 중에서도 달 관련 표현이 많이 쓰였다. 농암 이현보의 중 ‘강호에 월백하니 더욱 무심하여라’ 라는 표현에서도 달은 강호의 청정하고 순수한 자연미를 돋보여주는 장치로 쓰였다. 달은 고전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베토벤의 은 베토벤 사후 음악평론가 렐슈타프가 이 작품이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반짝이는 달빛을 연상시킨다고 한 데서 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이처럼 밝고 흰 달은 과거 사람들에게 신적 존재였고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등 긍정적인 의미도 품을 수 있었다.요즘 나는 달빛을 가리는 네온사인과 조명, 전구들로 인해 달과 우리를 묶었던 태고의 고리를 끊어진 것 같아 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찰나에 Edgar Williams가 제안한 탐험을 하고 와서 다시금 달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약간의 변화도 생겼다. 밤거리를 걸을 때면 가로등보다는 달빛을 찾게 되고 달이 살아있는지 달빛이 선명한지 확인하는 나를 발견하였다. 또 만약 달이 없다면, 달빛이 비치는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도 걸어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달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고 상상하기도 싫다. 그렇다. 달은 인류의 가장 오랜 동반자이다. 의미부여를 즐겨하는 인간의 특성 때문에 달은 억울하게도 부정적인 인식을 받기도, 긍정적 인식을 받기도 하였다. 어두운 밤하늘을 빛내는 달은 이렇게 인간의 믿음 속에서 무한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고 우리 인간은 그런 달의 모습 속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달과 우리는 닿을 수 없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상호작용을 했고 그것이 우리의 인류사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수많은 무언가가 서로 오갔던 것 같았으나) 이 책속에서, 이 탐험 속에서 내가 빠져나왔을 때 여전히 달은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오로지 우리 인간이 상상한 세계였음을 다시 자각했다. 달은 여전히 지구 밖에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웃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