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로 만들어진 움집은 비가 오면 허물어진다.(정신적 조작 승리법의 허상에 대해서)내일이 시험이다. 오늘 6시부터 시험공부 시작해야지. 벌써 12시야? 아무것도 한 거 없는데..괜찮아 자둬야 내일 시험을 잘치지. 자야겠다. 오늘 시험 망쳤다. 뭐 어때? 나보다 공부 더 못하는 애들도 얼마나 많은데.. 시험 잘치는 애들은 원래 머리가 좋은 거야. 난 원래 머리가 안 좋으니까 공부 못 하는 것은 당연한거야. 나보다 밑에 있는 친구들도 얼마나 많은데.. 나는 이런 합리화, 자기만족의 시스템을 가진 채 반복하며 지난 20년을 살아왔다.주변에서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밝은 아이라고 평가했고 실질적으로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이런 사고는 긍정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얼마나 부끄럽고 얼마나 무의미하고 어리석으며 발전이 없는 지 깨달은 지 1년 정도 되었다. 2년 전 대학교에 와서도 꿈 없이 목표 없이 살아가던, 아니 시들어가던 내가 어느 한 교양 수업을 계기로 마음가짐을 싹 바꾸게 되었고 장학금은 다른 세계의 학생들의 이야기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나는 그 해 계명대학교 성적 장학금이라는 영광을 안을 수 있게 되었다. 물 흘리듯 무심히 흘려보낸 지난 세월에 대한 자괴감과 허탈감, 쓰라림을 맘 속에 품고 내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시도하였다. 나는 내 인생의 이런 작은 변화를 계기로 인간의 마음가짐, 가치관, 사고방식이 한 인간의 삶에 얼마나 놀랍도록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독후감 대회에 참여를 결심하여 계명교양도서로 선정된 아큐정전을 읽으면서 나는 낯설지 않은 한 남성의 모습을 보게 된다.내가 불과 몇 년전까지 가지고 살아오던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하루를 버티는 중국의 신해혁명 시대의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이 책의 주인공, 아큐는 중국의 신해혁명이 이루어진 당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이 겪은 고통, 패배, 수치, 굴욕 등의 기억을 아주 없앤 채 정신적으로 합리화 하고 자기만족에 빠져 살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굉장히 불쌍하면서 무지몽매한 중국 어느 시골의 날품팔이 농사꾼이다. 동네를 떠돌아다니면서 늘 모든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놀림감이 되기 일쑤이며 심지어 자기 아들뻘인 사내들에게 죽도록 맞고도 이내 만족하며 돌아가는 사내였다. 그가 그토록 기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큐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보물이라고 여기며 뿌듯하게 생각하는 ‘망각’ 이라는 것인데 그가 삶에서 선택한 ‘정신적 조작 승리법‘ 의 토대이다.정신적 조작 승리법. 현실에서는 늘 멸시당하고 맞고 돌아다니면서 그 후에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부정하며 자신이 승리했다는 것에 자기 나름의 논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댄다. 그가 내세우는 이유들은 굉장히 우스꽝스럽고 어린아이 같다. 그러고선 결론은 자기가 승리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정신적 조작 승리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자신을 이긴 상대를 완전히 높게 사거나 혹은 자기 자신을 굉장히 미개한 존재, 바닥인 존재로 여겼다. 소설 내용을 살펴보면 그를 괴롭히는 자들도 아큐에게 이런 정신적인 승리법이 있는 것을 알고 괴롭히기 전에 이것은 자식이 아비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짐승을 때리는 것이라고 모욕감을 주었다. 그러자 아큐의 대답이 굉장히 가관이었다. ‘자신은 버러지이며 세상에서 자신을 제일 업신여기고 경멸하는 사람인데 너희 같이 제일 높은 사람들이 이런 제일 버러지 같은 나를 괴롭히는구나 그럼 내가 이긴게지’ 하고 자신을 굉장히 비하하여 이 또한 자신의 승리로 돌리는 것이었다.결국 모든 일에 무지했던 아큐는 반란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씌어 자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동그라미’의 의미도 모른채 마냥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최선을 다해 동그라미를 그렸다. 어쩌면 그 자리에서 느꼈을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이 그린 동그라미를 보고 남들이 비웃을까봐 걱정으로 바꾸어 이내 ‘동그라미는 손자뻘 되는 놈들이나 잘 그리지’ 하며 또 다시 합리화를 하며 만족한다.낙천적이어서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변명이 너무나도 무색할 만큼 무지한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고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아큐는 결국 늘 더 많은 매를 벌게 되고 자의가 아닌 죽음에 이르게 된다.매를 맞은 기억을 가진 사람은 더 독해진다고 한다.그 이유가 쓰린 기억을 가슴속에 품고 악에 받쳐 살아가기 때문이라고.억압, 패배, 굴욕으로 부터의 반항정신으로 더욱 강해지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나는 가슴 속의 한, 절망, 패배의 기억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기억해야 그런 과거를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낼 것이고 그럼으로써 더 나은 삶과 미래가 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