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푸른, 종묘조선시대 시대 건축물 중 기다랗게 뻗은 기와가 인상깊게 느껴져 종묘를 찾았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역대 국왕들과 왕후들의 신주를 모시고 제례를 봉행하는 사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내려 종묘로 걸어가는 길은 혼잡한 도심 그 자체였다. 높은 건물들 사이로 수많은 자동차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달리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 복잡한 도시를 해쳐나가 도달한 곳엔 바로 종묘가 있었다. 종묘에 들어서는 순간 놀랍게도 지금까지 도심속에 있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평온하고 고요한 풍경이 펼쳐졌다. 산속에 들어와 있기라도 한 듯이 푸른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어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고, 좀처럼 보기 힘든 흙바닥과 그 끝에 서있는 웅장한 모습의 기와 건물들은 이곳이 도심이라는 걸 망각하게 했다.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종묘의 건물들을 차례대로 마주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하고, 또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던 정전은 보수공사중에 있어 제대로 볼 수 없었던건 아쉽지만, 종묘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멀리서도 충분했다.종묘의 정문인 외대문을 들어서서 울퉁불퉁한 돌들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흙길을 걸어가다 보면 먼저 정전에 다다른다. 정전은 종묘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가로 109m, 세로 69m의 월대 위에 건축되어 있다. 월대는 정전 앞의 크기와 모양이 다른 얇은 돌들을 쌓아 만든 단으로, 제례 의식을 치르기 위한 ‘단’ 으로 하월대와 상월대의 2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전은 낮은 초석과 원기둥을 세우고 각 기둥 위에 1출목 2익공포작을 구성하였으며, 앞 뒤칸에는 기둥높이에 우물천장을 설치하고 안쪽은 고주높이로 우물천장을 설치하였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기에 직접 확인은 불가능했다. 전체적으로는 7량 구조의 홑처마 맞배지붕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총 19칸의 정전 좌우로 2칸의 제기고 건물들이 연속되어 있고, 상월대의 좌우 끝에는 5칸씩의 동월량과 서월량을 정전의 직각방향으로 배치해 전체모양은 ‘ㄷ’자 형식을 구성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목조건물인 정전은 현재 공사중이라 가까이 접근은 못했지만 멀리서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다른 여타 조선시대 목조건물들과 비교해서 한층 간결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궁궐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화려함이 감추어진, 최대한 장식을 자제한 조선시대 목조건축의 정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점은, 기와의 색감이 무척 아름답다는 점이다. 기다란 건물의 특성상 거대한 기와지붕을 볼 수 있었는데 장식이 배제된 만큼 그 색감이 더욱 두드러졌다. 검푸르스름한 어두운 색의 기와는 종묘 건물의 목재 부분 색과도 잘 어우러지며 묵묵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정전 앞에서는 종묘제례악을 통해 의식을 치르는데 이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정전의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의식을 행한다고 상상하니 그 풍경이 정말 장엄하리라 생각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종묘제례악을 꼭 관람하고 싶다.월대를 구성하고 있는 돌은 매우 거칠고 지면 또한 평탄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 거친 돌을 사용한 것은 경박스럽게 움직이지 못하게 한것이고, 평탄치 않고 경사진 것은 비가 많이 내리더라도 고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라 한다. 사소한 것이지만 조선시대 건축가들의 생각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정전에서 나와 좀 더 걸어가다 보면 제 2의 정전이라 불리는 영녕전에 도착한다. 세종대왕 때에 이르러 신주를 모실 공간이 부족하게 되자 지은 건물인 영녕전은 ‘왕가의 조상과 자손이 함께 길이 평안하라’ 라는 의미를 갖고있다. 정전보다는 확실히 작은 크기인 영녕전은 얼핏 봐서는 정전을 그대로 양 옆의 너비를 조금 줄여 놓은 것 같이 보인다. 이곳은 보수공사가 진행중이지 않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곳의 기와 또한 정전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무척 아름다웠으나, 부분 부분 콘크리트로 보이는 재료로 보수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어 아쉬웠다. 조선시대에 건축된 그대로가 보존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세월의 흐름을 목조건축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어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아래에서 볼 수 있었는데, 본 수업에서 학습한 목조건축의 구조 부분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안쪽 부분은 관람이 불가능해 내부에서의 천장구조는 파악이 불가능했다.종묘를 한바퀴 돌고 다시 혼잡한 도심속으로 나오면서 종묘 내부 공간의 정숙성과 자연친화성을 다시한번 느꼈다. 콘크리트가 대부분인 도심속 한가운데에 푸른 공간이 있고 그 안에 아름다운 목조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종묘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도심 한복판의 푸른 공간은 마치 서울의 센트럴파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숨통이 트이는 공간을 제공한다. 웅장한 목조건축의 자태와 함께 묵묵하게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종묘의 푸른 기와를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