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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상병 시론 평가A+최고예요
    천상병 시론목차- 서론- 본론 : 천상병의 시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중심으로1. 천상병의 시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2. ‘새’ 이미지의 중간적 위치3. 예외적 ‘귀천’- 결론서론천상병의 시 「귀천」을 모르는 한국인은 잘 없을 것이다. 특유의 아름다운 분위기와 서정적인 시어의 쓰임, 정작 고통스러웠던 삶을 살다간 시인이 생의 고통마저 즐거운 소풍으로 승화하여 나타낸 표현까지. 나 역시 처음 그 시를 접한 순간부터 감탄했었다. 시인의 아픈 사정까지 알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매우 잘 쓰인 시라고 생각했다.사실 「귀천」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배운 것이 학창시절이었고, 그 당시에 교과서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저 정도가 다였다. 그래서 이번에 과제 주제를 「귀천」과 천상병 시인으로 잡고 시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면서 「귀천」이 천상병 시인의 평소 시세계와는 조금 동떨어진 시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욱 흥미가 생겼다. 그에, 천상병 시인의 다른 시 몇가지와 「귀천」을 이미지와 표현론적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본론1. 천상병의 시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천상병의 시에는 반복적인 이미지와 상징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해당 시어들은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쓰이기도 하면서 시인만의 독특한 정서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단, 사용되는 시어들이 주는 무게가 달라 층위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세 가지로 분류를 해보았다.첫째는 죽음과 관련된 하강의 이미지이다. ‘무덤’, ‘밤’, ‘겨울’, ‘잠’, ‘비’, ‘흐르는 것’, ‘강’ 등의 상징과 ‘홀로’, ‘외롭다’, ‘서럽다’ 등의 시어가 반복적으로 쓰임으로써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를 만든다.- 저쪽 죽음의 섬에는 내 청춘의 무덤도 있다(니이체)태고적 고요가바다를 딛고 있는그 곳.안개 자욱이석유불처럼 흐르는그 곳.새 무덤,물결에 씻긴다.위의 시에서처럼 직접적으로 죽음의 대상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물론 여기서 무덤의 주인인 ‘새’는 후술할 다른 상징이므로, 새 무덤은 ‘자아 혹은 자유의 죽음’을 의미하는 액자식 은유에 가깝다.) 아래의 시처럼 자신의 사후를 노래한 시도 여러 편 존재한다.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괴로웠을 그런 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씽씽 바람 불어라 ……다른 문인들의 추모시를 많이 남긴 것 역시 반복되는 죽음의 이미지를 강하게 만든다. 이 첫 번째 층위의 시어들 때문에, 시인의 많은 시에서 그늘이 드리워진 듯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는 특히 ‘새’에 관련된 시와 결합되어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대한 절망을 깊게 하는 요소로 사용된다.두 번째는 중간적인 시어의 모음이다. ‘쓸쓸한 즐거움’, ‘새벽’, ‘날개’, ‘새’, ‘술’이 여기에 속한다고 보았다. 실제로 시인이 이상적인 세계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과정에서도 중간적 역할을 했던 제재들이 사용되었다. 시인이 계속 원했던 날개와 가난한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값싼 즐거움이었던 술과 더불어, 밤에서 아침으로 건너가는 시간인 새벽도 포함된다. 시인이 그리는 새벽은 아침보다는 밤 시간에 더 가까운 어두운 새벽이다. ‘새’와 ‘날개’는 2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세 번째로는 천진하고 다정한 이미지의 시어들이다. ‘하느님’, ‘아이들’, ‘아내’, ‘하늘’, ‘자유’, ‘태평’, ‘평화로움’, ‘마음껏 달림’은 시인이 추구하는 이상이자 사랑하는 대상이다. 이 시어들이 주가 되는 시는 대부분 따뜻한 시풍을 보인다.즉, 천상병의 시 전체는 죽음과 무덤의 그림자가 깔려있는 시인의 땅에서 시작한다. 땅 위에서만 보자면 최고로 높이 날 수 있는 것은 새고, 그 새조차 닿지 못하는 곳에 하늘과 자유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2. ‘새’ 이미지의 중간적 위치누구나 천상병 시 속의 새를 보면 자유 추구의 모티프, 감정 이입의 대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 번째 층위인 중간적 이미지에 넣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1에서 다루었듯 천상병의 시에서는 특정한 이미지의 반복이 두드러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것이 ‘새’의 이미지이다. 시인은 자신의 내적세계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시에서도 다음과 같이 새를 등장시킨다.이 마을 하늘에는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그렇지 않을 때는흰구름이 왕창 덮인다.‘무덤’과 ‘밤’, ‘강’, ‘잠’ 등에 비하면 차라리 ‘자유’와 ‘태평’에 가까운 이미지가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천상병의 시에서 나타난 ‘새’는 오히려 비참하고, 허망하고, 멀게 느껴진다.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지만 새에게는 닿지 않는다. 새는 그저 「한낮의 별빛」에서처럼 날아다니며 울고만 있다.새는온갖 한낮의 별빛 계곡을 횡단하면서울고 있다.하지만 ‘새’가 시인에게 가까워져서 함께할 때는 또 ‘부질없고’ ‘어리석은’ 갇힌 새일 때뿐이다.이런 부질없는 새가 어디 있을까?세상을 살다보면 별일도 많다는데참으로 희귀한 일이다.한참 천장을 날다가 달아났는데꼭 나와 같은 어리석은 새다.사람이 사는 좁은 공간을 날다니.시인이 부러워하고 ‘날개’를 얻어 닮고 싶어 하는 부러운 존재이지만 동시에 완전하지는 못한 이상이기 때문에 중간적인 것으로 보았다. ‘쓸쓸한 즐거움’이라는 시어에 차라리 부합하는 온도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이젠 몇 년이었는가아이론 밑 와이셔츠 같이당한 그날은......이젠 몇 년이었는가무서운 집 뒤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날은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진실과 고통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내 마음 하늘한편 가에서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위의 작품은 시인의 인생을 크게 흔든 동백림 사건(천상병이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풀려났던 일) 이후의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새’가 몸도 마음도 부자유해진 화자와는 다른 자유와 양심을 상징하는 것으로 바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새’의 모티프는 동백림 사건 전부터 시인이 꾸준히 써왔던 것이어서 다른 시에서도 단순히 가난과 부자유한 몸에서의 자유를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투영한 객관적 상관물로만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3. 예외적 ‘귀천’앞서 살펴 보았듯 천상병 시인의 시에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주제와 시어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 귀천은 상당히 특이한 시처럼 보인다. 관조적이며 천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세 번째 층위, 즉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다룬 시와 비슷하지만 조금 결이 다르다. ‘-하리라’의 어미를 사용하여 분위기가 장난스럽기보다 엄숙하고 비장하다. ‘요놈 요놈아’하며 10원짜리 사탕만 사주면 시인을 좋은 할아버지라고 불러주는 아이의 천진함이 아니라, 성화에 묘사된 아기 천사 같은 근엄한 천진함이 보인다.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이렇듯 귀천은 시적화자의 태도도 특이하고, 사용되는 시어도 특이하다. 2에서 언급했던 시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천상병은 항상 자신의 시의 어딘가에서 시적 화자로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귀천에서 만큼은 확실히 그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시인은 항상 아픔과 잃어버린 자유를 노래해왔지만 그것은 새의 날개에 의탁한 것이다. 죽음이 묻어있는 얼룩한 새였다. 반면 아이들과 아내, 술과 하느님을 노래하는 시인은 더욱 가벼웠다.
    인문/어학| 2018.06.17| 6페이지| 1,000원| 조회(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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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현 고두 독후감
    이 소설을 읽고는 여러 가지 감상이 많았다. 우선 궁금했던 것은 대체 고두가 무엇일까 하는, 처음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가진 의문이었다. 작가가 굳이 제목에 명시한 한자를 보자면 두드릴 고(叩)에 머리 두(頭)를 쓴다. 사전을 찾아보니 ‘고두’란 ‘경의를 나타내려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라고 했다. 고두사은이라 하면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이고 받은 은혜에 고마워한다는 뜻이 되고, 고두사죄라고 하면 머리를 조아려 사죄한다는 뜻이 된다고도 했다. 아마 작가가 말하고 싶어 한 고두는 후자에서 쓰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렇게 알아내고도 제목부터 고두라니 하며 계속 곱씹게 되었다. 이미 주인공을 전부 보여주는 제목이었다. 어려운 말로 빙빙 돌아가면서 자기변명을 하는 모순 덩어리 같은 존재. 화자이자 주인공은 고등학교 윤리 선생이며, 자신만의 변명 기준이 확실한 인물이다. 동시에 부끄러움과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또 현실을 적당히 살아가려고 하는 위선적 존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은 높은 곳에 서서 청자와 독자를 가르치려 든다.누구나 한 번 쯤은 혹해볼만한 궤변을 늘어놓는 주인공은 화술이 너무 뛰어난데다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마저 보이기 때문에, 소설의 첫머리를 읽을 때는 이 사람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하는지 망설이게 된다. 체제에 완전히 저항하지는 못하는 속물이지만 그래도 아닌 것은 ‘멋스럽게’ 거부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판단 보류는 갈수록 흔들리기 시작하고, 연주와의 일련의 사건에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밖에 말하지 않는 주인공은 더럽고, 비열하고, 구차한 인물로 자리 잡는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고급스런 자기합리화는 주인공과 연주의 대비를 심하게 한다. ‘너 같으면 안 잤을 것 같아?’라고 외치는 나잇살 먹은 교사의 추잡함에 비해 ‘선생님을 사랑하는 건 아무래도 잘못이니까.’ 무릎을 꿇을 줄 아는 고등학생 연주의 사과는 일견 성스럽게 보일 정도니 말이다.그리고 끝까지 애매한 것이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와 주인공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로 지칭되는 청자가 연주의 아들로 추정되는 아이고, 구치소 앞에서 주인공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의 끝부분을 다시 보면 주인공은 구치소 앞에서 애먼 아이를 붙들어 훈계를 했을 뿐이다. 하지만 또 분명 ‘너’는 연주의 아들 같은 아이가 맞다. 이야기의 중간쯤에 ‘그런데 지금 여기가 어디냐?’하는 구절을 보면 ‘너’는 아마도 새로운 사고를 벌여 다시 구치소 내지는 형무소에 있었을 거라고 예상이 가능하다. 앞의 구절을 읽는 동안에는 연주의 일로 주인공도 감방에 들어와 있나보다, 하고 기대를 했었는데 여러 번 곱씹으니 우리의 회초리질 윤리 선생님이 그럴 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짜증이 났다. 이 쓰레기 같은 남자는 왜 처벌받지 않는 걸까.
    독후감/창작| 2018.06.17| 2페이지| 1,000원| 조회(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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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길 호수 독후감상문
    부제가 ‘다른 사람’이다. ‘호수’라는 짧은 제목으로 더욱 간결하고 집중적인 인상을 줄 수 있음에도 굳이 부제를 붙인 것이 흥미로웠다. 그 점에 집중하여 전체적인 맥락을 ‘다른 사람’에 집중하여 읽어나가니 더욱 편하게 정리가 가능해졌다.우선 민영과 진영은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초반부의 묘사나 진영이 민영에게 가지는 감정을 보았을 때 자매로 착각할 만큼 두 사람은 묘하게 같은 점이 많고, 가깝고, 이름조차도 돌림자처럼 비슷하다. 하지만 민영과 그 남편 이한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것도 다른 ‘남자’ 사람. 민영에 대한 것을 받아들이는 이한과 진영의 반응 또한 묘하게 그 결이 다르다. 진영이 이한의 행동에 취하는 거리감 역시 민영의 미적지근하고 체념적인 그것과는 또 다르다. 민영과 진영은 비슷한 경험(‘남자’들로부터 고통 받는 것)을 하지만 이미 죽어버려 저항할 수 없는 민영과 다르게 진영은 아주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한다.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되는 호수 역시 평범한 보통의 장소와는 다른 곳이다. 쉽게 도달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동네의 내부 사람들뿐이다. 진영과 민영은 그곳에서 몰래 산책을 하였고, 미자네를 보았고, 미자네를 향한 폭력을 마주하였고, 민영은 그곳에서 혼자서 어떤 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다.그 호수로 진영을 유도하여 민영과의 마지막 대화를 캐묻는 이한은 정말로 민영이 당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만 싶었던 것이었을까? 그랬을 뿐인데 민영이 너무 예민했던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켕기는 구석이 있어서 진영이 낌새를 알아채면 제거하고 싶었던 것일까? 민영이 호수에 두고 온 것은 무엇이며, 뭔가를 찾아냈다고 주장하는 남자는 정말로 그것을 찾아낸 걸까? 소설이 진행될수록 명확하게 풀리는 것은 하나도 없고, 질문들은 답 없이 쌓이기만 한다.남자를 믿지 않고, 남자에게 폭행당한 전적이 있으며, 남자를 두려워하는 진영의 시점에서 나열되는 의심들은 다른 사람의 시각이 개입되지 않다보니 정당성과 진실성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영원히 갈팡질팡하며 헤맬 것 같던 이야기는 진영이 겪어온 ‘실수’의 의미가 되짚어지면서 다시 반전을 맞는다. 진영마저도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해서 독자 역시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어차피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은 진영이다. 민영과 겹쳐 보이는 미자네의 진상이 드러나고, 남자아이들의 실수, 전 남자친구의 실수, 이한의 실수가 하나씩 더해지며 진영의 이한에 대한 의심은 정점을 찍는다. 이쯤 되면 이한과 진영 두 사람 사이의 진실공방이 이야기의 중심축처럼 보이게 되지만, 여기서 다시 이 소설의 부제로 돌아갈 수 있다. 여전히 진영에게 폭력적인 그녀의 전 남자친구는 다시 말했다. 실수였다고. 그는 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다. 진영에게 있어 실수라고 말하는 남자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소설에서는 자꾸만 다른 사람이 늘어난다. 단순히 타인이라 다른 양태를 보이는 것 외에, ‘너 정말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할 때의 ‘다른 사람’ 말이다. 미자네에 대한 진실을 깨닫는 순간, 미자네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인(奇人)이 아니라 처절한 사연을 지닌 피해자가 된다. 이한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었지만 부인인 민영에게는 또 다른 사람이다. 민영도 이한과 함께 할 때면 다른 사람이 된다. 좋아하던 술조차 거절하는 재미없는 사람으로.이 무수한 ‘다른 사람’들을 다시 통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은 두 명의 그 여자다. 엘리베이터에서 강한 위협을 느꼈지만 다행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여자와 호수 속에서 민영이 만난 그 여자. 두 명, 어쩌면 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를 그 여자는 누굴까. 아마도 진영일 수도 있고, 민영일 수도 있고. 동시에 모든 여자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 특히 스스로가 ‘친절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언제든 ‘실수’였다고 우길 수 있는, 다른 남자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모든 여자들 말이다.그 여자를 보고 진영과 민영이 겪어온 세상은 항상 말해왔다. 다른 사람이야,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과연 다른 사람이었을까? 미자네도, 민영도 그 여자들도 다들 자신의 의지가 아닌데도 어딘가로(버스 밖으로, 엘리베이터로, 호숫가로) 끌려와서 폭력에 휘말리고 영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두려움에 떠는(호수의 물 안에 잠들어 있어야 하는) 운명이 되어버린다.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은 다른 사람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 스스로일 수도 있었다. 피해자가 ‘다른 사람이라서’ 겪게 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소설 저변에 깔려있는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에 깊은 관련이 있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남긴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독후감/창작| 2018.06.17| 3페이지| 1,000원| 조회(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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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어국문학 논문 요약 감상
    통신언어에 나타난 역문법화 현상 고찰- 접두사 ‘개-’의 용법을 중심으로 -논문 출처강희숙, [통신언어에 나타난 역문법화 현상 고찰 : 접두사 '개-'의 용법을 중심으로], {한민족어문학}, 제61호, 한민족어문학회, 2012요약? 논문의 목적과 ‘개-’ 활용의 예시이 논문은 통신언어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어 온 문법적 기능 바꾸기 현상 가운데 존재하는 ‘문법화’ 현상을 연구하기 위하여, 최근 통신언어에서 자주 사용되는 접두사 ‘개-’의 역문법화 현상을 살피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역문법화(degrammaticalization) 현상이란 여러 언어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문법화(grammaticalization) 현상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영어를 비롯한 다른 몇몇 언어에서도 존재하고 있고, 국어의 일상어에서도 종종 발견되어 왔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일반적인 문법화 · 역문법화의 원리를 통해 오늘날 통신언어에서 나타나는 문법적 기능 바꾸기를 분석하고 있다.통신언어는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등 다양한 전자 매체에서 사용되는 것으로서, 일상어와는 다른 특유의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역문법화를 살피기 위한 구체적 사례로서 ‘개-’의 기능 바꾸기 현상을 알아본다. ‘개-’는 최근 들어 기존의 문법적 기능과는 다른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ㄱ. 와! 개 예쁘다! 저 간호사한테 주사2000대라도 맞을 수 있겠어.ㄴ. 내가 저 개라면.. 개 부럽다.ㄷ. 한 번 더 말하는데 남산타워 물가 개 비싸다위의 예시에서 ‘개-’는 명사를 어근으로 하여 접두사로서 쓰였던 본래의 문법적 기능에서 벗어나 ‘정말, 매우’ 등을 의미하는 부사로 쓰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다른 품사에 속하였던 단어가 일정한 형태 변화 없이 그대로 품사만 바뀌게 되는 ‘품사의 전성’ 혹은 ‘전환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포괄하는 변화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생각해볼 때, 이는 보편적인 성격의 문법화와는 다른 일종의 역문법화에 해당한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단순한 문법적 기능 바꾸기로만 보았던 현상을 언어 변화(역문법화)의 원리로써 설명이 가능해진다.? 문법화와 역문법화형태소의 의미는 어휘적 의미와 문법적 의미로 구분된다. 어휘적 의미를 지닌 것은 자립적으로 쓰이는 어휘소이며, 문법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주로 의존적으로 쓰이는 문법소이다. 어떤 형태소가 둘 중 어느 범주에 드는지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그 정도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주범주는 어휘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명사, 동사 등과 같은 자립적 어휘들이 속하고, 반대로 문법의 의미가 더 큰 것을 소범주로 어미나 조사 등이 속한다.이렇듯 개별 형태소가 지니는 어휘적 의미와 문법적 의미의 상관관계에서 비롯된 언어 변화의 원리가 바로 역문법화와 문법화이다. 여기서 문법화는 어휘적 의미를 지니던 요소가 문법적 의미를 지니는 요소로 전화되는 것을 포함하여, 문법적 의미가 덜한 것이 더 강한 것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림 1)이런 문법화의 정의는 단일방향성 가설을 통해 그 성격을 더 자세하게 드러낸다. 구체적 의미의 추상화, 자립적 음운의 의존화, 어휘적 범주의 문법화가 바로 문법화의 진행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는 범언어적으로 두루 관찰할 수 있는 변화 유형에서 일반화된 결론이다. 이러한 연쇄적 경로는 범주의 급작스러운 변화가 아닌 점진적 변화를 기본으로 두고 있다.Bybee et al.(1991)에서는 이러한 단일방향성 가설을 통해 문법화가 역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Hopper & Traugott(1993:126)에서는 영어의 전치사 ‘up’이 동사로 쓰이거나, 형용사나 부사로 쓰이던 ‘down’이 명사로 쓰임을 들어 단일방향성 가설에도 예외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러한 현상을 역문법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역문법화는 그 예가 비교적 드문 특수한 현상이다. 그러나 영어나 일본어, 한국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 사례에서도 역문법화 현상은 충분히 보고되었다. 우리말에서 ‘때문에, 나름대로, 딴은’ 등이 선행요소의 수식 없이 자립적인 형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과 형용사 ‘지다’의 역문법화, 접미사 ‘끼, 꾼, 썰’ 등의 명사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역문법화의 경로는 앞서 다룬 문법화의 경로를 반대로 밟아가는 현상이다. 즉,굴절접사 >접어 > 소범주(접사, 접속사, 관사, 조동사) > 중간 범주(형용사, 부사) > 주범주(명사, 동사)라고 할 수 있다.? 통신언어에서의 적용통신언어의 특징 중 하나가 기존 형태들의 기능을 바꾸어 쓰는 현상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기능을 바꾸어 쓰는 유형에는 ‘문법 형태의 기능 바꾸어 쓰기’와 ‘어휘 의미의 기능 바꾸어 쓰기’가 있다. 이들 중 역문법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전자로, 그 하위 유형에는 명사의 기능 바꾸기와 접사의 기능 바꾸기가 있다.명사의 기능 바꾸기 현상의 예로는 ‘완전, 대략, 장(짱)’ 등의 변화가 있다. 통신언어에서 ‘완전’은 명사가 아닌 부사로 사용됨으로써 그 기능이 바뀐다. 본디 ‘완전’은 서술성 명사 앞에서 관형어로 쓰이거나, 접미사 ‘-히’가 붙어 부사어로 사용된다. 그러나 실례들에서는 비서술성 명사를 직접 수식하거나 그 자체만으로 부사의 기능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명사 ‘대략’ 역시 그 뜻과 기능이 모두 변하였고, ‘장(짱)’ 역시 경음화와 기능의 확대를 거쳐 부사로 사용됨을 알 수 있다.이 예시들에서 명사의 기능 바꾸기 현상은 단순히 통사 · 의미적인 문법 기능이 확대됨은 물론, 문법 범주의 변화, 즉 주범주에 속하는 명사에서 중간 범주에 속하는 부사로의 변화까지 보임으로서 앞서 제시한 문법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할 수 있다.또 다른 예시로는 ‘-초, 왕-, -님’의 기능 바꾸기 현상이 있다. 이는 접사에서의 기능 바꾸기 현상이다. 본래 일부 명사의 앞에서 뜻을 더해주던 접두사 ‘초-’가 ‘매우’의 뜻을 지닌 관형사나 부사로 변화했고, 접미사, 의존명사 ‘-님’이 2인칭 대명사로 그 기능을 바꾸어 사용되고 있다.이번 예시들은 자립성이 없는 소범주에 속하는 접사가 중간 범주에 속하는 관형사나 부사, 대명사로 전환되는 역문법화 현상에 속한다. 이는 국어의 접사들이 대부분 어근이나 어기의 문법화를 통해 형성되었다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현상이다.? ‘개-’의 역문법화와 결론이제 살펴볼 ‘개-’는 청소년들의 문자 언어 사용에 있어 다른 비속어에 이어 세 번째로 빈도가 높은 단어로, 급속하게 확산되어 일상 언어에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 ‘개-’의 사용은 매우 생산적으로 체언, 용언, 수식언 모두를 형성한다. ‘개-’는 부정적, 긍정적 표현에 모두 사용되므로 접두사로 처리되기도 하였는데, 이 논문에서는 접두사 외에도 부사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의미 또한 상당히 다양하게 확대 또한 변화되고 있다고 보았다.접두사로서의 ‘개-’는 원래 명사에 붙어 세 가지 정도의 의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통신언어의 사용에 있어서는 명사류가 아닌 용언류, 즉 형용사나 동사 앞에 분포하며 기능 역시 부사로 전이하는 변화를 겪고 있기에 역문법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하나의 자립 형식으로서 용언을 수식하는 부사로 인식되는 것처럼 보인다. ‘개’의 의미가 원래의 의미에서 확대되어 ‘매우’나 ‘정말’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 정도 부사의 기능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 역시 ‘개’의 부사화의 근거가 된다.즉, 통신언어 가운데 ‘완전, 대략, 장’ 등은 명사에서 부사가 되는 문법화를 경험하고 있는 반면, ‘초-, 왕-, -님’은 접사가 관형사나 부사, 대명사로 전환되는 역문법화를 보이고 있으며, 접두사 ‘개-’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부사로 사용되는 현상을 통해 역문법화가 진행 중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결과적으로 통신언어에서 나타는 문법적 기능 바꾸기 현상을 문법화와 역문법화로 설명할 수 있으며, 그 변화의 결과가 대체적으로 정도부사로 수렴되는 등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일정한 규칙과 패턴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문/어학| 2018.06.17| 4페이지| 1,000원| 조회(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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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카 와일드 작품론
    오스카 와일드의 초상나는 영문학을 언제부터 즐겨 읽었던 걸까. 초등학교 5학년 때 개봉했던 『오만과 편견』을 극장에서 보다가 잠들었던 기억은 확실하다. 그렇게 유명하다던 고전이면서 이토록 재미가 없을 수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서 도서관을 찾아 어린 나이에는 부담스러울 법도 한 두꺼운 책을 뽑아들었다. 결과는 당연했고, 나는 흔한 미국과 영국의 10대 소녀들처럼 그 책을 한동안 옆에 끼고 살았다. 다만 특이하게도 내 관심을 끈 것은 완벽한 꿈속의 남자 다아시 씨도, 반짝 반짝 재기발랄한 우리의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도 아닌 Mr.베넷이었다. 딸 부잣집 베넷 가를 이끄는 아버지이자 자기 자신마저 풍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촌철살인 위트를 보여주는 남자. 다아시는 적절하지 못한 상황에서조차 조롱을 일삼는 그의 행동을 비난했지만, ‘빙리씨가 당신(mrs.베넷)에게 반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며 빙빙 돌려 아내의 철없는 행동을 말리면서 등장해서 ‘난 내 세 사위가 모두 마음에 든다’며 ‘그 중에 제일은 위컴’이라고 말하는 끝부분까지 일관된 비꼬기 솜씨를 자랑하는 게 그렇게 귀여울 수 가 없었다.내가 좋아해마지 않는 이런 요소를 sarcasm이라고 보통 칭한다. 그런데 이 sarcasm적인 요소가 비교적 잘 보이는 장르가 바로 영문학이었다. 사회 저변에 짙게 깔린 블랙 유머 코드와 그들의 기질적인 에둘러 말하기 습관이 결합해서 굉장히 독특한 맛을 낸다. 이는 일본인들이 ‘다테마에(겉모습)’와 ‘혼마(본심)’의 구분을 두는 것과 상당히 비슷한데, 섬나라라는 지역적 특성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영국인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블랙 유머 중 하나가 오른쪽의 표다. 어째서 quite good이 a bit disappointing을 의미할 수 있는 걸까. 실제로 영국인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면 상당히 어렵고 난감하게 여겨질 수 도 있을 특성이지만, 어디까지나 제 3자의 시야로 간접 경험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sarcasm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캐릭터가사실이다.sarcasm적 문장들 외에 나를 영문학에 혹하게 했던 다른 특징이라면 아름다움을 들 수 있겠다. 한국의 소설가, 시인들이 전쟁과 힘겨운 시기를 견디면서 생활을 녹여낸 흙내 나는 글들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움, 미를 위한 예술이 언제나 내 구미를 먼저 당겼다. 아직 배운 것이 적고, 소녀 취향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영문학계가 낭만주의를 거쳐 탐미주의에 이르던 그 시기의 글들은 하나 같이 생생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념과 주장으로 탁해지지 않은 글을 위한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앞 서 언급한 두 가지의 특징으로 나는 영문학을 탐닉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깊이 빠지게 했던 것은 오스카 와일드였다. 존 러스킨과 페이터의 영향을 받아 극단의 탐미주의를 추구하며, 자신이 믿는 아름다움에 기반을 둔 수많은 독설과 냉소적 한 마디들을 남긴 와일드의 문학은 공작 깃털이요 백합이요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었다. 물론 날카로운 예지를 담은 풍자 역시 빠지지 않는다.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중편 소설에서 그의 풍자 소질을 잘 볼 수 있다. 그가 쓴 중편 소설에는 살인을 저지르게 될 것이라는 점쟁이의 말 때문에 ‘안전하게’ 운명보다 먼저 살인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인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미국인 가족들이 캔터빌 저택의 유령과 벌이는 소동을 그린 「캔터빌의 유령」 등이 있다. 특히 「캔터빌의 유령」에서는 미국의 편을 들어 영국인을 풍자하는 듯 싶더니 또 그런 점을 과장해서 미국인을 비꼬는 것 같기도 한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구식 사고와 전통에 매여서 ‘유령’을 두려워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영국인들과 유령을 역으로 골탕 먹이지만 물질 만능주의의 신봉자로 현실에만 묶여 낭만 없는 삶을 사는 미국인들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새벽에 발목을 채운 쇠사슬의 소리를 내며 복도를 돌아다녀 저택의 전(前) 영국인 주인들을 패닉에 빠뜨렸던 유령에게, 사슬 소리가 너무 시끄러우니 ‘한윤활유’를 바르라고 미국인 집주인이 종용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소보다는 씁쓸한 실소를 부르는 와일드 문학의 전반적 특징을 보인다.와일드의 인생 역시, 끝 맛이 떫은 그의 작품들과 비슷한 행적을 따랐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트리니티 칼리지를 다닌 후,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할 즈음 유미주의의 선도자가 된 그는 독특한 언행과 유명세로 적들이 많은 편이었다. 윌리엄 s. 길버트 역시 『patience』라는 극으로 와일드를 풍자하였는데, 오히려 이런 구설수들이 와일드의 명성에 힘을 더해주었고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큰 인기와 지지를 얻었다. 여러 동화집들, 『살로메』를 비롯한 희곡과 소설들을 발표하는 등 부와 명성까지 거머쥔 당대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은 ‘퀸즈베리 사건’으로 인해 처절한 몰락을 겪는다. 이미 결혼하여 두 아들을 둔 와일드였지만 퀸즈베리 후작의 막내아들 알프레드 더글라스 경과 동성애적 관계를 유지하다가 후작에게 고소를 당한 것이다. 후작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패소한 그는 2년간 형무소에서 복역해야 했으며 명예를 잃고 파산까지 하게 된다. 출소한 뒤에도 영국에서는 영구 추방을 당하여 프랑스 파리에서 곤궁하게 살다가 뇌수막염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무덤 역시 프랑스의 공동묘지 페르 라셰즈에 있다. 많은 여인들이 그의 무덤에 붉은 립스틱 자국을 남기려 키스하고, 영화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에서는 오스카 와일드의 유령이 그의 무덤을 찾은 연인의 사랑을 지켜주는 등(앞 페이지 왼쪽 사진) 로맨틱한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랑하는 아들들조차 만날 수 없었던 말년의 그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비록 그의 인생이 퇴로를 걷기 전에 쓰인 작품들이지만, 와일드의 동화들은 미래에 닥칠 불행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어둡다. 「나이팅게일과 장미꽃」의 나이팅게일은 젊은 남학생에게 그가 사모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붉은 장미를 만들어주려 목숨을 바친다. 해 더 깊이 장미 가시를 박아 넣어, 흐르는 피로 장미를 붉게 물들여야 했던 것이다. 남자는 새 따위가 감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무시하지만 나이팅게일은 ‘사랑은 삶보다 더 귀한 것’이라고 노래했고 사랑의 전달자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죽어간다. 다음날 남자는 나이팅게일이 목숨과 맞바꾼 붉은 장미를 가지고 여인에게 구애를 하지만 하룻밤 새 변덕을 부린 여인은 장미꽃을 거절하고, 남자 역시 ‘사랑은 형이상학보다 못하다’며 장미를 바닥에 팽개치고 다시 공부를 위해 책을 편다. ‘지혜도 현명하지만 사랑이 더 현명하고, 힘도 강하지만 사랑이 더 강하다’던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어리석은 메아리가 되어 마차바퀴 아래서 짓밟혀버린다.아마 와일드의 작품 중 가장 대중과 친숙하다고 할 수 있을 「행복한 왕자」는 또 어떤가. 하느님이 제비와 왕자의 영혼을 거둔다는 기독교적인 ‘기적’을 배제한 현실에서의 결말은 비참하기까지 하다. 가난한 이들에게 빛나는 장식들을 모두 나눠준 왕자는 쓸모없고 추한 존재로 인식 되어 용광로에서 쇳물로 녹여지고, 왕자에게 헌신하며 베풂을 도운 제비는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이 「행복한 왕자」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임을 모르고 보았던 어린 시절에도 상당히 특이하고 기괴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있다. 보답 받지 못하는 절대적 선행의 어려움과 이기적인 인간 군상의 모습이 동화라기에는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서, 일그러진 ‘현실’이 ‘동화’의 가면 아래 미처 다 숨지 못하고 삐져나오는 형국이다. 회색으로 칠해진 ‘대중들’의 성격과 와일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끝’이 부딪혀서 와일드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이 한껏 강해진다고도 볼 수 있겠다.그가 쓰는 글이라면 동화에서조차 빠지지 않는 그로테스크, 즉 괴기하기까지 한 부자연스러움은 세월이 흐르고 여러 글을 거친 뒤인 1892년 발표한 『살로메』에서 그 정점에 달한다. 예언자 요카난에게 반한 헤롯왕의 딸 살로메는 일곱 베일의 춤을 왕에게 보여준 대가로 요카난의 목을 요구한다. 잘린 요카난의 머리에 사랑을 속를 방패로 짓눌러 죽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 이 희곡은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답다.처음 감옥에 갇힌 요카난을 보게 된 살로메가 요카난을 무섭다고 하면서도 그의 새까만 눈, 상아 같은 몸에 매혹됨으로서 비극이 시작된다. ‘나는 당신의 몸을 사랑해요, 요카난! 당신의 몸은 한 번도 풀을 베지 않은 들판의 백합처럼 희어요.라며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조차 요카난의 아름다움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찬양하던 살로메는 대꾸도 없이 저주의 말만 반복하는 요카난에 ‘당신의 몸은 소름 끼쳐. 문둥이의 몸 같아.’라며 말을 바꾸더니 ‘내가 반한 것은 당신의 머리카락’이라며 다시 대상만 달리한 찬탄을 이어간다. 계속된 요카난의 거부와 살로메의 구애는 그녀가 요카난의 입술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며 그에게 입을 맞출 거라고 고집하는 데서 끝난다. 그리고 살로메는 자신을 딸 이상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헤롯왕을 이용하여 요카난의 목을 달라고 요구한다. ‘당신은 당신에게 입 맞추지 못하게 했지, 요카난. 이제 나는 당신에게 입 맞출 거야.’ 은으로 만든 방패 위에 놓인 요카난의 머리를 붙잡고, 살로메는 긴 독백을 한다.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어긋난 방법을 써서라도 손에 넣고 마는 그녀를 헤롯왕은 괴물이라 칭하며 두려워한다.그러나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비뚤어진 사랑의 화신 살로메는 분명히 아름답다. 미인에 한줄기 피가 더해지면 더욱 아름답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살로메』는 반짝일 수도 없는 기분 나쁜 아름다움이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작품이다. 넘치도록 퇴폐적인 단어와 묘사들이 가득하지만 천박하지는 않은 그 경계야 말로 와일드가 추구한 탐미주의의 궁극일 것이라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신 입에 내 입을 맞추었어. 당신 입술에서는 쓴 맛이 나네. 피의 맛인가? 아니 어쩌면 사랑의 맛일지도 몰라. 사람들은 사랑에서 쓴 맛이 난다고 하지.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무슨 상관인가? 나는 당신에게 입을 맞추었는데, 요카난.’ 이라며 요카난의 잘린 머리에 입을 맞추는 살로메의 모습은 한 번 접한 사한다.
    인문/어학| 2018.06.17| 7페이지| 1,000원| 조회(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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