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탈춤1. 봉산 탈춤의 유래 북한 지도 황해도 지도한반도 황해도 일대의 가면극을 통틀어 해서 ( 海西 ) 탈춤이라고 부른다 . 그리고 이는 가면 · 의상 · 대사 · 춤사위의 유형에 따라 다시 봉산탈춤 ( 기린 , 서흥 , 봉산 , 재령 ) 형과 해주탈춤 ( 옹진 , 강령 , 해주 ) 형으로 나눌 수 있다 . 봉산탈춤은 주로 단오날 놀았다 . 그리고 봉산 구읍이 봉산 관아의 소재지인데다 중국 사신이 왕래하며 머무는 곳이었기에 신임 사또의 부임이나 중국 사신의 영접을 축하할 때 등 관아의 행사로도 봉산탈춤이 연행 ( 演行 ) 되었다 . 특히 5 월 초에 해주 강령에서 황해도 지역 탈춤들의 경연대회를 벌였고 , 우승하면 감사로부터 돈 천 냥이 하사되었으며 , 놀이패의 대표에게는 해주 기생과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다 . 놀이꾼은 관아의 하층 관속 , 상인 , 마을 주민이었다 . 하층 관속의 참여로 인해 가면극의 공연이나 연출이 유리하였고 연기의 수준도 향상될 수 있었다 . 봉산탈춤은 강령탈춤과 함께 19 세기 말에서 20 세기 초에 걸쳐 해서탈춤의 최고봉을 이루 었다 . 특히 1936 년 8 월 30 일 ( 백중날 ) 사리원 경암산 아래 마당에서 거행한 공연이 경성 방송을 통해 전국에 중계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 봉산탈춤의 주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첫 째 , 벽사 ( 辟邪 ) 의식무 ( 儀式舞 ) 를 통해 종교적 주제가 드러나고 , 둘째 파계승 ( 破戒僧 ) 에 대한 풍자로써 사회적 주제를 인식할 수 있다 . 셋째 양반계급에 대한 모순을 지적함으로써 정치적 주제를 지니며 마지막으로 일부 ( 一夫 ) 대 처첩간의 삼각관계로 가정적인 주제까지도 엿볼 수 있다 .2. 봉산탈춤의 공연 양식 (1) 공연 시기 과거에는 연중행사로써 5 월 단오날 낮에는 씨름 · 그네뛰기 등을 하다가 ,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새도록 탈춤을 놀았다고 한다 . 관 ( 官 ) 의 행사와 원님의 생일날 , 중국사신을 영접하는 놀이로도 성행되었지만 주좌청 ( 左靑 ), 우홍 ( 友紅 ) 의 원동에 초록색 소매를 단 등거리를 나삼 위에 입은 후 붉고 푸른 띠를 매는 것이다 . 손에 낀 희고 긴 한삼은 경쾌하게 흩뿌려지며 춤에 신명을 더한다 . (6) 장단 염불 , 굿거리 , 타령 등의 장단이 있다 . 타령 장단은 하늘을 상징하여 도약하는 리듬이고 , 굿거리 장단은 땅을 연상시키며 곡선으로 늘어지는 장단이다 .(7) 춤사위 봉산탈춤은 도무 ( 跳舞 , 도약춤 ), 건무 ( 建舞 , 빠르고 강한춤 ), 연무 ( 軟舞 , 느리고 가녀린춤 ) 로 발산 ( 發散 ) 형 춤이다 . 같은 손 같은 발이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 봉산탈춤은 활발하고 경쾌하면서도 묵직하고 끈적하게 추어야한다 . 기본 춤사위로는 외사위 , 겹사위 , 양사위 , 앉아뛰기 등이 있다 . 그 외 양반춤 , 사자춤 , 미얄춤 등 내용과 역할에 따라 다양한 춤이 있다 .(8) 대사 대사의 높낮음은 자연의 원리로써 운문 ( 韻文 ) 으로 표현한 한시 ( 漢詩 ) 구절을 패러디 (parody) 한 부분이 많다 . 대사의 장 · 단음 처리나 , 뜻에 따라 표출되는 대사의 흥과 멋은 관객에게 보는 재미를 더하여준다 . 추임새는 관객과 연희자가 소통하며 주고 받는 것으로써 관객과 연희자 사이에 일치감을 더해준다 . (9) 템포 조절 탈춤의 음악은 메트로놈이나 지휘자에 의하여 템포를 결정하지 않고 ‘ 불림’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연희의 템포를 결정한다 . 연희자는 “ 낙양동천이화정 ” , “ 백수한산에 심불로 ” 등의 싯구를 외치고 연주자들은 불림의 템포에 맞추어 장단을 연주한다 .3. 탈춤의 구성 및 내용 (1) 제 1 과장 사상좌무 사상좌무는 벽사 ( 辟邪 ) 적인 성격의 의식무 ( 儀式舞 ) 이다 . 네 명의 상좌는 염불장단에 맞추어 사방신 ( 四坊神 ) 에 대한 합장 ( 合掌 ) 재배 ( 再拜 ) 를 하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 상좌들이 입는 흰색 장삼은 ‘ 청결함’을 뜻하며 붉은 가사는 ‘깨끗한 피’를 상징한다 . 상좌는 어리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당패와 함께 놀량가를 부른다 . 애사당 주위를 둘러싸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사당패들은 백업댄서와 같다 . 이 과장은 전체적인 탈춤 줄거리의 전개와 상관 없이 신나게 놀고 가는 막간쇼와 같은 과장이다 .(4) 제 4 과장 노장무 봉산탈춤 제 4 과장 노장춤은부분으로 나누어진다 . 노장춤에서는 먹중들이 노장의 지팡이를 어깨에 메고 노장을 끌고 타령곡에 맞춰 탈판으로 들어온다 . 노장은 어느 정도 끌려오다가 지팡이를 슬며시 놓고 멈추어 선다 . 먹중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대로 지팡이를 메고 가다가 노장이 없는 것을 알고 차례로 노장을 찾아 나선다 . 이어 먹중들이 다시 노장을 모시지만 , 노장은 탈판 가운데쯤에서 쓰러진다 . 그러면 소무가 가마를 타고 들어온다 . 가마에서 내린 소무가 염불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면 , 생불 ( 生佛 ) 이라는 칭송을 받던 노장이 소무의 요염한 교태와 능란한 유혹에 빠져 , 자기의 염주까지 걸어주는 파계 과정을 춤과 무언극만으로 표현한다 신장수춤에서는 노장과 소무가 한창 어울려 춤을 추고 있을 때 신장수가 등장한다 . 노장이 신장수를 불러 소무의 신을 사는데 , 신짐 속에서 원숭이가 튀어나와 신장수와 수작을 하다가 신 값을 받아 오라는 말에 노장에게 가서 소무 뒤에 붙어 외설스러운 짓을 한다 . 원숭이가 신 값 대신 신 값을 받으려면 장작전 뒷골목으로 오너라 라는 내용의 편지를 갖다 보이자 장작찜을 당하겠다고 여긴 신장수는 도망간다 . 취발이춤에서는 두 손에 푸른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한쪽 무릎에 큰 방울을 달고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등장한 취발이가 노장에게 면상을 얻어맞고 정신을 차려 보니 중이 소무를 데리고 노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꾸짖는다 . 취발이가 춤으로 내기를 하여 이기면 소무를 뺏기로 작정을 하고 노장과 춤을 겨루지만 , 춤대결에서 이기지 못하자 노장을 때려서 내쫓는다 . 취발이는 소무에게 돈으로 환심을 사서 사랑춤을 추고 , 그 결과 소무는 취발이의 아이를 낳는다 . 취발이는 아이에게 마당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전국 탈춤에서 공통적으로 연행되는 과장으로 , 특히 야류 · 오광대 의 경우 가면극 전체가 말뚝이 놀이로 인식될 정도로 양반을 풍자하는 양반과장의 비중이 크다 . 양반과장은 몇 개의 단락을 반복하면서 양반들과 하인 말뚝이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 양반과장에서 말뚝이는 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 양반과장은 말뚝이가 양반을 인도하고 등장하여 양반사회에서 일어나는 부패 · 부정 · 비리와 양반들의 생활상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 양반들은 언청이 , 또는 코나 입이 비뚤어져 있는 불구의 모습 등 외모에서부터 풍자의 대상이 된다 . 말뚝이는 새처 정하는 놀이 , 시조 짓기와 파자 ( 破 字 ) 놀이 , 나랏돈 잘라먹은 취발이를 잡아오는 과정에서 양반들을 실컷 조롱하고 풍자한다 .(7) 제 7 과장 미얄무 미얄은 봉산탈춤의 마지막 과장에 나오는 여주인공으로 , 그녀의 춤은 ‘ 엉덩이춤’으로 알려져 있다 . 여기에는 흰 치마와 저고리 , 이마에 붉은 수건을 쓰고 부채와 방울 달린 지팡이를 든 미얄 , 흰 도포 ( 장삼 ) 와 바지에 개가죽관을 쓰고 부채와 지팡이를 든 영감 ( 미얄의 서방 ), 노란 저고리와 붉은 치마에 붉은 댕기를 한 덜머리집 ( 영감의 첩 ), 그리고 흰 수염의 갓을 쓴 남강노인과 무당이 등장한다 . 미얄은 난리가 나는 통에 헤어졌던 영감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이때 영감이 데리고 온 첩 덜머리집 때문에 미얄과 덜머리집 , 영감과 미얄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 , 미얄은 영감에게 맞아죽는다 . 이때 남강노인이 등장하여 무당을 불러 미얄의 혼백을 달래기 위한 지노귀굿을 해준다 .4. 연희 대본 (1) 2 목중 아 쉬 ~ 아 쉬 ~ 쉬 ~~ 산중 ( 山中 ) 에 무력일 ( 無曆日 ) 하여 철 가는 줄 몰랐더니 때 마침 어느 때냐 춘삼월 ( 春三月 ) 호시절 ( 好時節 ) 이라 . 꽃 피어 춘절 ( 春節 ) 이요 , 잎 돋아 하절 ( 夏節 ) 이라 . 오동낙엽 ( 梧桐落葉 ) 에 추절 ( 秋節 ) 이요 , 저 건너 창송녹숙 ( 蒼松綠竹 ) 에 백설으니 물건을 바꾸어 팔아보자 . 신발 사려 ! 육날 메투리 , 세코 짚세기 , 고운 아씨 꽃신을 사려 . 신발 사갔소 ? 아 몇 치 ? 있지 있어 ! ( 원숭이 등장 , 원숭이 발견 ) 허허 . 놔라 이 놈아 . 아 놓으라니까 . 자 놨다 . 앉아라 . 앉으래두 . 앉았다 이놈아 . 아 이놈의 짐승이 우리 조상적부터 못보던 짐승인데 어디 물어나보자 . 네가 고양이냐 ? ( 부정 ) 아니야 ? 그럼 저 산에서 내려온 노루냐 ? ( 부정 ) 아니야 ? 그럼 네가 사슴이냐 ? ( 부정 ) 노루 사슴도 아니면 네가 내 할애비냐 ? ( 부정 ) 허허 . 자고로 인간의 흉내를 잘 내는 것은 원숭이라 하였으니 니가 원숭이가 분명하구나 !( 긍정 ) 옳지 잘 됐다 . 원숭이는 사람처럼 영리해서 심부름도 곧잘 할터이니 , 내가 너를 수금원으로 채용하겠다 . 그렇게 하겠느냐 ? 옳지 옳지 . 그럼 내가 저 여인에게 신을 외상으로 팔았으니 가서 신 값 좀 받아오너라 . 그렇게 하겠느냐 ? ( 긍정 ) 옳지 옳지 ! 아 어서 가라 이놈아 ! ( 원숭이 숨는다 ) 이 놈이 올 때가 다 됐는데 오질 않으니 이게 웬일이냐 ? ( 원숭이 등장 ) 아 이놈아 신값을 받아오랬더니 신값은 안 받아오고 웬 편지를 받아왔는냐 ? 어디 읽어보자 . 신값을 받으려거든 뒷골목 장작전으로 오라고 ? 아이쿠 ! 신값 받으려다 . 매 맞아 죽갔구나 ! 어서 도망가자 !(3) 미얄 악공 거 웬 할멈입나 ? 미얄 웬 할멈은 웬 할멈이야 ? 덩 쿵하기에 굿만 여기어 한거리 놀고가려고 들어온 할멈이지 . 악공 아 그럼 한 거리 놀고 갑세 미얄 놀던지 말던지 . 허름한 영감을 잃고 영감 찾아다니는 할멈이니 . 영감을 찾아 놓고야 한거리 놀고 갔읍네 . 악공 그럼 어디 영감을 불러보게 ! 미얄 영감 ! 악공 거 너무 짧아 못쓰겄네 . 미얄 짧아 ? 영 ~~~~~~~ 감 ~~~~~~ 악공 그건 너무 길어서 못쓰겄네 . 미얄 아 길다 짧다 나더러 어찌부르란 말인가 ? 악공 할멈 본 고향이 어데와 / 미얄 본 고향 ? 본 how}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덤불 속(薮の中)」 등장인물의 무의식 연구: 자크 라캉의 ‘욕망 이론’을 중심으로서론『덤불 속(薮の中)』은 일본 다이쇼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단편 소설이다. 류노스케는 『곤자쿠 모노가타리(今昔物語集)』라는 일본 고전 민담집에서 이야기를 발췌하고 거기에 자신의 관점과 해석을 더해 여러 소설들을 써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덤불 속』이다. 『덤불 속』에서는 하나의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등장인물들은 각자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진술한다. 그런데 같은 사건을 겪은 이 인물들의 진술이 개인별로 ‘기억의 주관성’을 띄며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직접적인 용의자와 피해자인 세 인물, 도적 타조마루와 무사 다케히로 그리고 다케히로의 부인 마사고는 같은 일을 겪은 인물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다른 진술을 한다. 그러면서도 각자의 진술이 사실이고 진실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따라서 사건의 진실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미궁 속으로 빠져든 채 독자들에게 의문과 추측만 잔뜩 남기고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며 유리한 것만 말하고자 하는 인간 본성, 이기심, 자기 합리화 등의 추악한 심리를 고발한다. 또한 진실이란 무엇이며, 과연 우리가 믿는 진실이 ‘진짜 진실’인지, 아니면 ‘진실의 가면을 쓴 무의식의 시나리오’인지 다시 한 번 의심하게 한다.이 작품은 탁월한 주제의식과 참신한 구조, 무엇보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내용으로 수많은 예술가들과 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은 『덤불 속』과 류노스케의 동명 소설 『라쇼몽(羅生門)』을 합쳐 영화 을 만들었고, 심리학계는 이 영화를 통해 ‘라쇼몽 효과’라는 현대 심리학 용어를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심리학 외의 학계에서도 다양한 담론과 이데올로기로 꾸준히 이 작품을 연구해 왔으며, 예술계에서도 연극, 뮤지컬, 무용, 음니에 대한 욕망(로이스 79)’이라고 부른다. 또한 아이는 자신이 어머니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결여를 메워줄 남근(phallus)이 되고자 하며 동시에 자신이 그 남근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아이가 상징계(symbolic)로 진입하면서 깨어진다. 상징계는 자아의 바깥에 이미 구성되고 조직되어 있던 체계이다. 언어의 형식과 의미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히고 연쇄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질서와 법칙을 만들어내며 상징계를 구성하는 근간이 된다.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고 상징계에 들어서면서 질서와 법칙을 이해하게 되고, 허구적 이미지였던 환상 속의 ‘자아’는 사회적 관계 속의 ‘주체’로 변모한다.‘검비위사의 심문에 대한 호멘의 진술(류노스케 188)’에 따르면 타조마루는 ‘성 안을 돌아다니는 도적 중에서도 특히 여자를 밝히는 놈(189)’이다. 참배를 하던 모녀를 살해한 것도 그의 짓이라고 호멘은 확신한다. 그리고 타조마루 본인의 자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도적질이 일상이고 사람을 죽이거나 여자를 범하는 일쯤이야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저지를 수 있는 악질의 도적인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타조마루는 아직 아버지의 이름(Nom-du-Père)을 수용하는 상징계적 질서에 진입하지 못하고 이직 거울단계인 상상계에 머무른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을 총체성을 지닌 자아로 인식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신의 무력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자아가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에고가 허구임을 깨닫게(이미선 280)’ 되는 순간이 필수적인데, 타조마루는 자백의 순간에도 자신의 에고가 허구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는 겉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심문하는 나리의 죄가 더 악질임을 내세운다. 그리고 훌륭한 칼솜씨의 무사와 칼로 싸워 23합(合)째에 그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고 자랑하는데 목숨이 오가는 싸움에서 그는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합의 수를 기억할 수 있었을 일을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어쩌면 여자는 내가 칼싸움을 하자마자 남의 도움을 청하려고 덤불을 빠져나가 도망간 것일지도 몰라……. 저는 그런 생각이 들자 이번에는 내 목숨이 위험하니 칼과 활, 화살을 빼앗아 곧바로 아까의 산길로 나왔습니다. (195)그는 그녀가 남의 도움을 얻기 위해 도망친 것이라고 진술하지만, 그 진술은 타조마루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간다.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기도 전에 그는 마사고에게 거부당한 것이다. 그의 남근은 마사고에게 비참하게 부정당했으며, 또 한 번의 강력한 거세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완전한 총체성을 지닌 자아라는 환상을 갖고 살아오던 전형적인 상상계적 인물인 타조마루에게 마사고는 거세를 통한 결여를 남기고 해소되지 못할 욕망만 남겨둔 채 떠났다. 붙잡힌 타조마루는 진술에 있어서 약간의 왜곡이나 부풀림을 보이긴 했으나, 무사를 죽인 자신의 죄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거짓으로 무사 부부를 꾀었고, 마사고를 범했으며 무사를 죽였다는 일체의 범행을 자백하고 인정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어차피 언젠가는 잘려서 나뭇가지에 걸릴 머리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모쪼록 극형에 처해주시오. (의기양양한 태도) (195)비로소 타조마루는 자신이 ‘총체적 자아’가 아닌 ‘결여된 주체’임을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미선의 주장처럼 자아가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에고가 허구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필수적인데, 타조마루는 마사고에게 거절당한 것을 계기로 자아에서 주체로 비로소 성장하게 된 것이다.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마사고라캉은 언어가 욕망(desire)의 전제 조건이자 욕망을 지속시키는 근본 원인임을 되풀이해서 강조한다(김석 184). 이러한 욕망과 언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욕구(need)와 요구(demand)를 이해해야 한다. 욕구는 기본적인 식욕, 성욕, 자유의지 등 인간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들이다. 따뜻한 곳에서 안전하게 머물고 편히 자고 싶은 마음 그 자가 사라지고 난 뒤에는 그의 욕망도 사라진 셈이니 굳이 자신이 죽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라는 명제가 다시 한 번 증명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홀로 살아 청수사(淸水寺)에 온 그녀는 그간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그녀의 모든 진술에서도 알 수 있지만 특히 진술의 마지막 대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이제 남편이 아닌 세상 사람들을 타자 삼아 그들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저와 같이 한심스러운 여자는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도 내버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남편을 죽인 저는, 도적에게 치욕을 당한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도대체 저는⋯⋯. 저는⋯⋯.(돌연 격렬한 흐느낌) (197-198)그녀 자신이 제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이 사건을 들은 세상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수근거릴 것이다. 우리나라 보다는 정조관념이 철저하지 않은 일본이었기에 정조를 잃은 것에 대한 비난은 덜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녀에게 남편을 죽인 파렴치한 여자라는 꼬리표는 평생 붙여줄 것이다. 다시 말해 그녀를 평범한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할 것이다. 마사고는 그런 사람들의 욕망을 읽고 그녀 자신을 ‘관세음보살도 내버린 여자’로 표현하며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린 것이다. 그녀 무의식의 한 켠에서는 억울한 마음을 느끼며 다시 잘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는 동시에 타인의 욕망에 따라 본인 스스로 더 이상 살아갈 자격이 없는 인간으로 규정 짓고 말았던 것이다.다케히로가 받아들인 시니피에, 그리고 죽음의 충동라캉은 소쉬르의 ‘기표, 기의’ 개념을 가지고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언어를 설명한다. ‘기표가 청각적인 이미지라면 기의는 개념을 말한다(김석 115)’. 이 중에서 시니피앙(Signifiant)이라고 불리는 기표는 ‘언어의 물질적 실재(116)’로서 상징계를 구성하는 기본이 된다. 시니피에(Signifié)라고 불리는 기의는 기표인 시니피앙과 1:1 관계를 맺는 잔뜩 남았다. 그리고 그 결여를 메워줄 적절한 대상마저 보이지 않는다. 그 때 다케히로는 ‘영원히 잃어버린 대상’을 갈망한다. 단순히 욕구를 채울 대상을 찾아 헤맬 상징계가 아닌 실재계라는 완벽한 세계로 뛰어넘기를 열망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죽음이다. 자결이라는 궁극의 주이상스를 추구 함으로써 고통을 뛰어넘는 희열, 희열을 넘어서는 고통을 만끽하고자 한 것이다.나는 마침내 삼나무 밑동에서 지친 몸을 일으켰다. 내 앞에 아내가 떨어뜨린 단검이 번뜩였다. 나는 그것을 들고 단번에 내 가슴을 찔렀다. 무언가 비린내 나는 덩어리가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라왔다. 그러나 고통은 전혀 없었다. 단지 가슴이 차가워지자 한층 주위가 조용해졌다. 아아, 얼마나 조용한가. (류노스케 200)다케히로는 자신의 가슴을 단번에 칼로 찔렀지만 고통은 전혀 없었다고 전한다. 강력한 주이상스를 경험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완벽한 실재계를 꿈꾸며 죽음을 선택했지만 그는 중유(中有)의 세계를 떠돌면서도 여전히 그 때의 사건에 분노하고 아내를 향해 치를 떨고 있다. 욕망은 죽음의 세계에서도 충족되지 못하고 그곳도 그가 꿈꾸던 실재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죽어서도 한(限)을 풀지 못하고 무당의 입을 빌어 세상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고하고 있다. 아마도 류노스케는 이러한 인물 묘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란 ‘죽어서도 벗어날 수 없는 무한한 굴레’라고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사료된다.결론이상 라캉의 ‘욕망이론’을 바탕으로 류노스케의 ‘덤불 속’ 인물들의 욕망과 무의식을 살펴보았다. 타조마루는 자신을 ‘총체적 자아’로 인식하며 상상계적 인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이제껏 다른 여인들에게 색욕만을 느끼던 것과 달리 마사고에게는 색욕 이상의 욕망을 느끼며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자신의 남근을 인정 받아 상징계적 질서로 들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그의 욕망은 좌절되고 커다란 결여만 남는다. 천하의 도적이었던 그는 붙잡힌 뒤, 본인의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겠다고 말한다. 그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