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성질 죽이기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요즘 들어 점점 욱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욱’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작가는 분노로 인해 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분노를 크게 6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바로 돌발성분노, 잠재적분노, 생존성분노, 체념성분노, 수치심에서 비롯된 분노,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이다. 이 6가지 분노를 챕터로 나누어 해당 사례를 이야기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다.초반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하지 못한 이유는, 사례들이 너무 극단적이었다. 돌발적으로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말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돌발성분노나,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발생되는 생존성분노의 경우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나에겐 별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끝까지 읽을 필요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이왕 읽기 시작한 거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계속해서 읽었다. 다행이 6장 체념성분노에서부터 나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요즘 사회적인 이슈들이 떠오르면서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꼭 한 번쯤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작가는 체념성분노를 ‘자신에게 중요한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느끼는 무력감에 의해 촉발되는 엄청난 분노’로 정의한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이 내 맘 같지 않아”라는 말을 한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러한 생각이 지속되면 체념성분노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사람들이 꼭 내 맘과 같아야 하는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체념성분노는 내가 원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려 놓고, 나의 기대에 어긋날 때 발생되는 분노가 아닐까? 그렇다면 애초에 내가 원하는 상대방의 모습이나 기준들을 생각치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작가는 말한다. 모든 상황이나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리고 내가 정해 놓은 기준을 상대방이 지키지 않아 받은 상처에 휘둘리지 말아라.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런 생각들은 상대방이 나를 조종하게끔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나의 인생을 살아라. 공감했다. 내 마음의 공간에 행복을 담기도 바쁜데 굳이 상대방에 대한 미움을 담으며 나의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별로 예쁘지도 않은 사람인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장을 펼쳤을 때 나의 가장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수치심에서 비롯된 분노의 챕터가 시작되었다,수치심에서 비롯된 분노는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면 바로 화를 내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수치스러워하는 것보다 화를 내는 게 편하기 때문에 수치심을 분노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받은 수치심을 상대방에게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상대방의 비판이 기분 좋기만 한사람은 없을 것이다. 근데 유독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더 나아가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종종 그렇다.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한 일을 어떤 사람이 잘못했다고 지적하거나 비판하면 화를 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 다른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거나 그 의견을 반영해서 더 좋은 방안을 고민할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화만 냈는지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상대방의 말로부터 수치심을 느끼고 그 수치심을 상대방을 모욕하면서 갚아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나는 잘못된 게 없고 너의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달려든 것이다. ‘수치심’이란 감정은 자존감의 부족에서부터 생길 수도 있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부터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후자로부터 오는 수치심이 많다. 다른 부모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의 부모님은 칭찬이 매우 격했다. 학교에서 상장 하나 받아오는 날에는 온 동네가 내가 받아온 상장의 정체를 알았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가 그러하듯 나 또한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되었고, 그 기대에 부흥하고자 모든 일을 똑 부러지고 완벽하게 처리하는 사람처럼 보이고자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과 생각때문에 모든 일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의 비판에 쉽게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의 칭찬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부모님의 칭찬과 신뢰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유명한 책도 있지 않은가. 아이들의 자존감을 위해 부모님의 ‘칭찬’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왜 완벽이란 강박을 놓지 못하는가, 그 강박은 왜 생겼는지 생각하다 보니 나의 유년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을 뿐이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여야 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가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세상에 모든 것을 잘 하는 사람은 없다. 나의 빈틈을 인정하고 그 빈틈을 메꿔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한다면 좋은 시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타인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 그 비판을 받아드려 더 좋은 방안을 만들어내도 좋고,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무시하면 된다.얼마 전 티비에서 젊은 여자분이 우리 아버지를 사형시켜 달라며 인터뷰한 것을 보았다. 정말 충격이었다.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길래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을 사형시켜 달라고 하는 것일까? 그녀의 아버지는 상습적으로 아내를 폭행했다. 견디지 못한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을 피하기 위해 몇 차례 이사를 다니며 숨어살다가 결국 위치가 들통나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사실 이 가족의 자세한 가정사나 내막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의 챕터를 읽고 있는데 이 비극적인 사건이 생각났다.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는 어린시절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18개월만 되면 ‘나를 사랑하고 아껴야 할 사람들에게 얼마나 의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거의 정한다. 이 시기에 보호자에게 확신을 받지 못하면 아무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마음에 단단한 벽을 쌓은 채 어른으로 성장하고, 심지어 정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날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는 공포가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상대방을 의심한다. 그 의심으로 지친 상대가 정말 자신을 떠나면 마음의 벽을 더욱 견고히 하고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사랑받고 행복해질 기회를 스스로가 망치고 있지 않은가. 과거의 날 버린 사람과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동일시하면 안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과거가 다시 반복될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 그것이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변 사람들을 내가 믿을 수 있고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로 채워 나가라. 어린시절부터 깊게 뿌리 박힌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의지를 갖고 조금씩 나아가면 언젠간 자신도 자신의 옆에 있는 상대방도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 날이 오지 않을까?이 책은 ‘행복하고 싶으면 분노를 조절하라!’고 말한다. 분노를 전혀 느끼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긍정적인 분노도 있으니 말이다. 나의 한계를 느끼고 분노하여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분노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항상 즐겁기만 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다만 타인에게 위협을 가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리는 분노는 조절하라는 것이다. 순간적인 분노로 인해 앞으로 어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내 인생에 먹구름이 낄 수 있으니 말이다. 분노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분노는 어디서부터 오는지, 그것에 대한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