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실습 법원 방청 과제청주지방법원에 다녀와서이번 2학년 1학기에는 형사소송법 일반이론과 임상실습 무려 두 과목에서 법원 방청 과제를 받았다. 데드라인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지만, 두달이 지나가도록 아직 마치지 못한 과제가 있다는 생각에 늘 찜찜해서 3월 중에 미리 법원에 다녀오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 한켠이 불편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조금 늦게 방문 시기를 정한 것이 매우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중간고사가 막 끝난 5월 2일의 화창한 목요일, 긴 공강 시간을 이용해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 두 명과 함께 청주지방법원에 방문했다. 홈페이지에 재판 일정이 정확히 나와있지는 않았지만, 오전 10시부터 15분 간격으로 형사 재판이 계속 있다고 먼저 다녀온 동기에게 들어서 큰 걱정 없이 법원 입구에 들어섰다. 간단한 소지품검사를 마치고 게시판에 붙어있는 재판 일정을 살펴보니, 우리가 도착했던 10시 40분경과 가장 가까웠던 오전 11시 개정인 항소심 재판이 있어서 복도에서 약간 대기하다 시간에 맞추어 들어갔다.지방법원에서 다루는 항소심인지라 3인 합의부 형식이었는데, 대법정 621호에서 휴정없이 계속 이어서 별개의 사건 3개를 다루었다. 첫 번째 사건의 죄목은 절도 및 주거침입건, 두 번째는 특수상해, 그리고 마지막 피고의 죄목은 사기였다. 사실 단독이 아니라 항소심을 골랐던 이유는, 아무래도 항소심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재판 진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였는데 이는 우리의 단단한 오산이었음이 드러났다.항소심은 매우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검사는 사실 거기 앉아만 있었을 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판장은 합의부에서 검토한 재판 결과를 빠르게 그대로 읽어주었다. 모든 변론을 마친 실질적으로 선고만 앞둔 사건들인 것 같았다. 다만 특이점이 있었다면 두 번째 사건에서 피고인은 구속상태였는지 푸른 수의를 입고 있었는데 형을 1년6개월에서 1년2개월로 감해주겠다는 선고를 받고 매우 기뻐하는 것 같았고, 마지막 사건에서는 변호인이 증거를 새로 제출하였는데 판사가 원본이 맞는지 재차 확인한 후 국과수에 보내 필적감정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적지않이 놀랐는데, 정말 겉으로 대강 보기에도 썩 중요해 보이지 않은, 절반은 찢겨져 나가 너덜너덜한 종이조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과수에 맡기겠다고 해서였다. 아마도 국과수는 변사체 검시라든지, 혈흔이나 유전자검사 같은 거창한 것만을 다룬다는 편견이 있었나보다.항소심을 방청하고 나오니 아직 오전 11시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있었다. 어리둥절했고 아쉬운 마음에 단독심이라도 보고 나오자, 하고 적당히 이어서 시작하는 단독심 사건에 맞추어 들어갔다. 421호에서 개정한 단독심에서는 오히려 항소심에서보다 훨씬 평소 형사소송법 시간에 배웠던 순서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판사는 사건번호와 피고인을 호명하고, 진술거부권을 고지, 피고의 성명과 연령, 주소와 직업을 묻는 인정신문과 검사의 모두진술이 모두 순서대로 착실하게 진행되었다. 어떤 사건인지 미처 보지 못하고 급하게 들어왔었는데 피고가 무려 95년생의 앳된 청년이라 놀랐고, 기소 죄명을 보고서야 -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 납득했다. 아무래도 사건이 사건인지라 변호인이 따로 반박을 하거나 다른 증거를 제출하지는 않았고, “모두 인정합니다”로 빠르게 사건은 종결되었으나 다만 피고인의 정황 사정을 참작해달라는 변론이 인상 깊었다. 근방의 SK 하이닉스 공장을 다니고 있으며 회사에서 지난 2년간 성실하게 일을 해왔다는 점,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 나이가 어리고 비록 무면허 음주 운전이기는 하나 인명 사고는 없다는 점, 회사에서 해고 당하지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일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싶다는 점과 본인의 부주의에 대해 반성을 깊이 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절절하게 표현한 것이 좋았다. 판사는 본 건 판결은 5월 14일에 내리겠다고 하고 재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