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는가를 읽고언어와 사고의 상관관계에 대하여“로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이었다.” 책의 첫 문장이다. 대한민국 교육과정을 성실히 따른 이공계열 학생으로서 세계사를 제대로 배운 경험이 없다. 로마와 그 역사에 문외한인 나는 그저 로마는 망한 제국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과연 로마는 위대한 제국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로마는 실로 위대한 제국이었음을 인정하게 되었고 다섯가지의 이유로 로마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작가의 관점이 흥미로웠다. 역사상 가장 오래 유지된 로마의 역사를 내가 감히 간단히 요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훗날 폴리비우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정치체제를 중심으로 로마의 과거를 간단히 정리해보겠다.기원전 750년 경, 로물루스에 의해 세워진 로마는 대부분의 고대 국가와 같은 왕정체제였다. 다른 고대국가와 차별점이 있다면 원로원이 선출하고 인민들이 승인한 기초적인 민주주의 성격을 갖고 있는 왕이었다는 점이다. 기원전 509년까지 이어진 왕정시대는 이후 콘술이라는 집정관이 왕을 대체하며 공화정의 시대가 이어졌다. 주권재민을 인정했던 기초수준의 민주주의는 점점 싹을 틔우며 자라났다. 평민들은 귀족의 부당한 대우에 반하여 수차례 분리운동을 벌였고 평민을 위한 호민관직이 생겨나고, 평민회가 설치되며 귀족과 평민의 차별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로마는 라틴과 동맹을 맺고 점차 성장했다. 이웃 민족과의 전쟁에서 수차례 패배하지만 결국엔 승리하며 기원전 290년경 중부 이탈리아를 통일하게 된다. 로마는 훌륭한 전략과 정책을 통해 그 세력을 점차 키워갔고 기원전 2세기에 지중해 세계의 중심이 되어 800년 간 그 명성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잦은 전쟁으로 농토를 돌보지 못한 평민들은 빈곤했고 반대로 귀족들은 점점 부유해지면서 귀족과 평민 간의 신분대립은 점차 심해졌다. 혼란스러운 시기, 기원전 1세기 경에는 군대를 동원하여 권력을 장악하고 정치를 하는 장군들의 시대가 오게 된다. 이 시기가 바로 그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정복하는 위대한 업적을 세우는 때이다. 그는 황제가 되고자하는 욕심을 가졌고 공화정을 지키려는 무리에 의해 그 꿈은 무산된다. 이후 옥타비아누스가 원수정 체제를 세우며 로마 땅에 평화를 가져온다. 그 뒤로 펼쳐진 팍스 로마나기에는 다섯명의 현명한 황제들이 원로원을 존중하고 인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안정적인 정치를 했다. 하지만 평화는 영원하지 않았고 게르만 족의 침입으로 서로마 제국은 476년 멸망하게 된다. 비잔티움으로 수도를 옮긴 동로마는 1453년에 멸망하며 로마제국의 역사는 끝이 난다.작가가 생각하는 로마의 다섯가지 성공비결을 요약하면 초월적인 중용, 배움의 자세, 가진 자의 솔선수범, 정치체제, 그리고 종교다. 초월적인 중용은 말 그래도 인종, 국경, 신분을 초월한 인재등용이다. 외국인은 물론 얼마전까지 죽일듯이 싸우던 적국의 사람도, 노예 신분의 사람도 모두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었다. 관직 뿐 아니라 사회, 문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로마는 가장 바람직한 학생으로서 배움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 적국으로부터 다양한 무기와 전략을 배우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건축, 문학, 철학, 농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습득했다. 주변 국의 선진문물을 스펀지처럼 쏙쏙 빨아들인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로마의 중용한 성공 비결 중 하나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과거일수록 가진 자는 더욱 많은 것을 가졌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돈과 땅을 가졌고 지식과 정보마저 가졌다. 전 세계, 전 시대를 통틀어 권력의 상층부가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로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로마는 적어도 국가의 위기 때에는 놀라울 정도의 이성적인 판단을 보여줬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했고, 개인의 욕심을 포기하며, 국가를 위해서 앞서 전장으로 나섰던 가진 자의 솔선수범은 그 자체로도, 민중들에게 끼쳤던 영향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로마를 지키고 발전시키기에 충분했다. 정치 분야에서 로마는 권력의 분립이 이루어졌던 높은 수준의 정체를 갖고 있었다. 책 속에서도 언급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체순환론의 기본적인 원리는 퇴보와 발전이다. 현명한 인류는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지만 이후 평화로운 상태가 고인물처럼 계속되면 결국 다시 퇴보하게 되므로 7가지의 정체를 순환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로마는 콘술, 원로원, 민회로 이루어진 3개의 주체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며 오늘날 삼권분립과 비슷한 혼합정체를 구축했고 이것이 로마를 오래 지속시킨 비결 중 하나였다. 마지막은 놀랍게도 종교다. 오늘 날에도 종교처럼 많은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스템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놀라운 것은 기독교를 탄압한걸로만 알고 있던 로마의 성공비결이 종교였다는 것이다. 믿음은 그 자체로도 자신감과 확신이라는 힘을 주고 그 믿음을 여럿이 공유할 땐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기독교 아래서 거대한 로마를 하나로 묶을 수 있었고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나는 작가의 다섯가지 관점에 깊이 공감하고 설득 당했다. 물론 이를 반박하고 의심할 배경지식의 부재가 원인일 수 있지만 그의 관점과 근거들은 매우 논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본 이 다섯 요인을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것은 로마인의 이성(理性)이다. 로마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이성적이었다. 내 동료를 죽인 자일지라도 능력이 있으면 그 분노를 누른 채 조국을 위해 일 할 수 있도록 했고 적에게 패했을 땐 아무리 수치스럽고 분하더라도 그들의 장점을 배워 익혀 내 것을 만들었다. 지금 당장 나의 재산과 목숨이 중요하지만 국가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에 옮긴 고대 로마인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은 현대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장군들도 원로원을 존중하고 기존의 정체를 유지함에 있어 매우 이성적이었고 이러한 틀이 무너지면 로마인들은 다시금 질서를 세우는데 성공했다. 믿음에 근거한 종교는 이성과 거리가 멀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종교를 믿는 자의 믿음 자체를 이성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로마의 국교로 기독교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로마를 하나로 묶었던 로마인들의 판단은 지극히 계산적이고 이성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건국 신화 속 조상을 영광스러운 이미지로 포장하기보다 미천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노력에 근거하여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결의를 담으며 시작한 민족이다. 얼마나 이성적이겠는가. 내가 말하는 로마인의 이성은 집단 이성이다. 몇몇 현명한 로마인의 개별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긴 시대를 통틀어 로마인이 함께 공유한 이성적 사고방식이 있었기에 길고 창대한역사를 이룩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차이가 로마인을 이토록 이성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들여다보고 싶은 건 로마의 언어다. 흔히 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 인간은 어느 순간 언어를 습득하고나서는 언어체계에 맞추어 사고하게 된다. 논리적인 사고를 위해서도, 타인과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서도 언어적 사고방식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존댓말의 개념이 있는 한글을 쓰는 우리 민족은 윗사람과 아랫사람,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예의범절이라는 규칙 아래 이 상하관계를 지켜 나가는 문화가 있다. 반면 영어권 국가에서는 상대방을 좀 더 존중하는 표현은 있지만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이 없기에 그런 문화 또한 없다. 이런 식으로 언어는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는데 과연 로마의 언어는 로마의 이성적인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쳤을까? 로마의 언어는 라틴어다. 물론 그리스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아무래도 공식적인 로마의 언어는 라틴어다.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을 보면 라틴어의 특성 중에는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표현은 라틴어에서 왔는데 ‘하지마라.’, ‘주의해라.’와 같은 명령이 아닌 행동의 주체로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표현이다. 한글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장자에 대한 우대가 기본이기에 반대로 어린 사람을 쉽게 하대하는 경향도 있다. 그에 반에 라틴어는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내려다보지 않는 수평성이 전제되어 있는 언어라고 한다. 이러한 라틴어의 성격 덕분에 여러 민족을 정복하여 영토를 확장할 때 속주민들을 차별없이 중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대로 속주민들로 하여금 지배 당하는 것이 아닌 로마의 국민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게 했던 것도 라틴어의 그런 측면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또한 로마의 역사를 살펴보면 국가의 여러 위기 상황을 현명한 자들의 연설을 통해 극복한 사례가 많다. 금모으기 운동의 시초가 되었던 라이비누스의 연설을 보며 나도 순간 소름이 돋았다. 토론과 연설을 통해 현명한 방향을 찾아내는 로마인들의 특성 또한 내가 모르는 라틴어의 성격에 의해 형성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라틴어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짐작컨데 로마가 그렇게 위대한 제국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무섭도록 이성적인 사람들이었다는 점이고 그 이성의 근간은 그들의 언어였을 것이다. 단순히 라틴어라는 언어가 아닌 그 시대 로마인들이 공유했던 소통수단으로써의 언어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을까. 매일 아침 구독하는 뉴스를 통해 접하는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성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우리 사회도 현명한 방식으로 소통한다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