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 법안 가결, 가카야 미유 지음이 책은 ‘70세 사망 법안 가결’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로 소설을 시작한다. 저 출산과 고령화의 가속화로 노인 연금은 바닥이 나고 만다. 부양해야 할 노인의 수는 증가하는데 노인을 부양할 젊은 세대들의 수는 줄어드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경제 몰락이 코 앞이다. 하지만 노인세대 입장에서는 자신들 역시 세금으로 이전 세대를 부양해 왔고 이 나라의 경제성장을 위해 피땀 흘려 일한 주역들에 해당한다. 그리고 노년 층이 되어서는 삶의 여유를 가지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복지연금을 통해 남은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고 싶은 것이 욕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의 입장에서는 현재 자신들이 먹고 살기도 빠듯한 실정인데다가, 취업은 잘 되지 않고, 자신들이 늙어 국가에서 제공하는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조차 없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세대간의 대립, 가부장적 사회의 병폐, 젊은 층의 취업난 등의 사회 병리들을 한 가정에 투영시켜 나타냈다. 우선 엄마인 도요코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도 결혼후 가정주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시어머니 병수발을 드느라 자신의 취미생활 조차 가질 여유가 없으며 가족 누구도 ‘집안일’을 바깥일과 동일한 노동으로 치부해주지 않는다. 아버지는 평생 대기업에서 일해왔으며,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서 회사에서 시키는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부당한 노동(ex,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가족 부양을 위해 힘써왔다. 하지만 그는 그것으로 가정에서의 자신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며 집안일 온전히 여자의 것으로 치부해 시어머니 병수발에 몸과 마음마저 지쳐버린 아내를 알아 차리 조차 못한다. 아들인 마사카는 일류대학을 나와 누구나 알아주는 은행에 취직하였으나,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회사는 그에게 신입 교육을 다시 할 생각이 없어 보였으며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생긴 3년이라는 공백 동안 아무것도 이룬 성취가 없다는 점에 치중하여 아무도 그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일류대학을 나온 그가 중소기업이나 아르바이트 따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 이야기는 그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다. 젊은 층들 모두는 이 나라에는 특정 대기업만 존재하다는 듯이 그 회사들을 목표로 취업준비를 한다. 그 결과 취업난이 발생하고 아직도 일자리가 부족해 곤란을 겪고 있는 산업현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수를 채우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내 자신의 의미를 찾고 일할 수 없으며 타인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 아닐까 하지만 이 사회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 같은 ‘체면’을 ‘개인의 정체성 및 주체성’보다 중시하는 나라에서 아직도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더불어 아무리 사회가 고도성장을 거쳐 현대사회로 모습을 변모하였다 할지라도 가정에서의 모습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아직도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은 ‘남성은 집안일을 하지 못한다’ 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여성 역시 처음부터 집안일에 능숙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집안일 초기값은 같다는 것이다, 다만 소요한 시간에 따른 디폴트 값이 다른 것이다.이 책의 결론은 다행이도 집안의 총 책임자인 ‘어머니’의 가출로 기존의 고착되어 있던 문제점들을 탈피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모한다. 변화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가출을 결심한 그녀 역시 처음에는 그녀의 가출이 가족의 존재자체를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까 계속해서 망설인다. 하지만 그녀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느끼자 집을 계약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는 등 그녀 기준에서는 정말 파격적인 변화를 거듭한다. 나 역시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정도는 참고 말지’ ‘괜히 나서서 피곤하기만 하지 좋은 일은 없을거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이 책을 떠올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