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을 위한 천국 서평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이었다. 당시의 나는 글쓰기 과제를 위한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게 이 책에 대한 배경지식은 전혀 없었지만, 나 는 순전히 책의 제목만을 보고 이 책을 택했었다. ‘당신들의 천국.’ 이 짤막한 제목이 나타내 는 게 나의 천국이 아닌 상대방, 즉 당신의 천국이라는 것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내 가 느끼기엔 이상향과 유토피아를 연상시키는 ‘천국’이란 단어가 왜인지 부정적인 느낌을 주 는 것도 같았다. 이 또한 내게 호기심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읽고 내 나 름대로의 독후감도 썼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와서 책과 나의 독후감을 다시 읽어보니 내 가 이 책을 통해 느꼈던 것이 많이 바뀌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전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책 속의 상징적인 것에 대한 이해도도 또한 높아졌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처음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물론, 전반적인 책의 내용을 이해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당하고 있던 ‘배반’, ‘동 상’과 같은 단어가 내겐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당시, 이 단어들이 소설 속에서 주요한 장치인 것은 인지하였고, 당연 히 그것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란 것 또한 알았다. 그렇기에 이 단어들을 그저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런 탓일까, 나는 과거 주정수 원장과 현재의 조백헌을 관통하는 공통점 을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주정 수 원장의 이야기인지, 조백헌 원장의 이야기인지 가끔 분간하기 힘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이 책을 읽은 때엔, 전체적인 이야기보단 이 책이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와, 이것을 대 변하는 상징적인 단어들에 대해 더 집중하며 읽었다.나는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기 위해 써져있는 배반과 동상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그 노력을 통해, 이번에는 배반의 의미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그 중 첫째는 주정수의 배반이다. 그는 처음에 소록도에 부임하였을 때, 원생들을 위한 섬을 만들어주겠다 하였다. 실제로 주정수 원장은 그들을 위해 평의회를 구성하고, 섬을 위한 사업계획도 수립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도는 변질되어만 갔다. 원생들을 위한 계획이 점차 자신의 업적 을 쌓아올리기 위한 계획이 되었고, 주정수 원장은 원생들을 억압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바 로 소록도에 나타난 첫 번째 배반이었다. 둘째는 소록도 섬의 환자들의 배반이다. 주정수 원장 치하에 나타난 원생들에게 억압적이고 잔인한 환경.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상관단과 간호 주임들. 이것들의 존재는 명백한 주정수 원장의 배반이었지만, 이로 인해 환자들 사이에서 도 서서히 배반의 기운이 커져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원생들 사이에서 자신의 직위를 유지하기 위해 동료 원생들을 배반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제일 대표적인 게 동료 원생들에 대한 이 순구의 배반이다. 그는 자신의 비밀이 섬사람 전체의 금기가 된 것을 알고, 병원 당국의 충직 한 손발이 되어 동료 원생들의 처지를 노골적으로 외면하였다. 이런 처절한 분위기 속에서, 도저히 주정수와 이순구의 배반을 두고만 볼 수 없던 원생들이 그들에 대한 배반을 저질렀다. 자신들이 세운 주정수 원장의 동상 앞에서 그들을 죽여 버린 것이다. 실로 잔인한 소록도의 두 번째 배반이었다. 셋째는 사회로부터의 배반이다. 육지 사람들은 간척사업으로 소록도와 연결되고 싶지 않아하며 조백헌 원장의 사업을 아주 격렬히 반대하였다. 또, 소록도의 사람이 쓴 원고는, 항상 뜯기지도 않은 채 반송되어 돌아왔다. 이는 소록도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명백한 거부인 것이다. 또한 소록도의 원생들을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이 가 사회의 사람들이 섬사람에게 행하던, 책 속에 나타난 마지막 배반이다.이처럼 책에 나타난 세 가지의 배반은 사회로부터의 배반을 제외하고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던 배반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유기적이고 밀접한 관계에 있는 두 배반이,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동상 때문에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동상은, 원장 과 원생에 따라 그 의미가 다 다르다. 원장의 경우, 동상은 그들 내부의 있는 권력욕과 명예욕에 대한 욕심과 같은 것이다. 자신들이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하였든, 어쨌든 그들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본인들만을 위한 욕심. 배반의 첫걸음이 되는, 그런 욕심 말이다. 원생들의 경우, 동상은 그들의 지배자에 대한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마음이다. 지배자의 말을 따르고 일하면, 그들 덕에 더 좋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그런 의미의 동상. 하지만 소록도 섬에 닥친 배반들은 이런 각자의 동상들로 인해 발생하게 되었다. 원장 은 처음에는 오롯이 원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섬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마음속에 결국 자신 의 동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목적이 변질된 순간부터 주정수 원장의 마음속에서 자라던 이 동 상은, 결국 배반을 가져오고 말았다. 원생들 또한 처음에는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지배자인 원 장에 대한 동상을 세우며 그가 이루어내는 천국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결국 주정수 원장이 이룩해내고 있는 천국이 자신들을 위한 천국이 아니라며 원장을 미워하고 그를 죽임으로써 원장을 배반하게 되었다. 이상욱 과장이 조백헌 원장의 사업계획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원장의 마음에, 또 원생들의 마음에 동상이 세 워지고, 결국 이것이 또 다른 배반으로 이어지게 될까봐.나는 이 책에서 가장 주요한 인물 중 한명은 이상욱 과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생각하던 구절이 다 이상욱 과장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작중 에서 소록도가 사자들의 섬이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 구절에 대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소록도에 붙여진 사자들의 섬의 의미가 소록도를 관리하는 이들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록도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건, 병으로 인해 죽은 자들이 많기 때문에는 아니다. 그것은 오직 죽은 자들만이, 수많은 망령들만 이 자신들이 진정으로 하고픈 말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 죽은 사람들의 넋만이 살아있기 때문 에, 이 섬의 이름이 사자들의 섬이라고 지칭된 것이었다. 소록도의 원생들은 본인들의 배반, 원장의 배반 등 수많은 배반으로 인해 지쳐간 상태다. 그저 아무런 삶의 목적도, 하고픈 말도 없이 살아만 있다. 하지만 섬을 탈출하기 위해 죽은 사람들을 통해, 그들이 사실은 자유를 아 주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자유. 망자들이 외치는 그들의 진정한 바람이다. 또한 책 속에서 이상욱 과장은 조백헌 원장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 또한 본인과 소록도 원 생, 소록도 원생과 사회 간의 보이지 않는 철조망을 쳐놓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철조망은 원생들의 의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조 원장의 독단으로, 그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었다 말하며 이 과장은 그를 질책한다. 나는 이 구절에도 많은 인상을 받았는데, 원생들을 위해 이룩했던 천국이, 사실은 그 누구의 천국도 아니었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섬을 위해 행한 수많은 것들이 원생들을 위한 천국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원생들은 이것을 주정수와 조백헌과 같은 당신네들의 천국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주정수 와 조백헌은 이것을 원생들을 위한 원생들의 천국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결론적으로, 소록도가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당신들의 천국’에 불과한 것임을 의미한다. 서로가 본인들의 천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런 환경 속에서는, 모두의 마음에 ‘동상’이, ‘배반’이 자 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