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리우 < 종이 동물원 > 중 “천생연분”201800523 김가빈- 도서 소개중국계 미국인 작가 켄 리우의 단편 소설집이다. 수록된 단편 소설 중 ‘종이 동물원’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받았다. 해당 단편집 자체도 로커스상 최우수 선집상을 수상했다. 전반적으로 SF 환상문학 장르들로 이루어져 있다. 총 14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머니의 사랑을 종이접기라는 신파적인 요소로 담아낸 “종이 동물원”, 냉전 시대 미국과 중화민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벌인 비밀작전을 배경으로 하는 “파자점술사”, 일본 제국의 731부대를 고발하는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는 “천생연분” 등 다양한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작가 소개1976년 중국 서북부 간쑤 성의 란저우 시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하버드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 후 하버드 전문 법학 대학원을 졸업,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7년간 일했다. 2002년 오슨 소콧 카드가 편집한 에 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2011년 종이동물원으로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SF 소설계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켄리우의 책에는 중국의 문화가 반영된 소설이 많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가 물려받은 중국 문화와 관련된 것은 무조건 피하려고 매우 조심했습니다. 그 결과는 끔찍이도 답답했습니다. 그건 입의 절반이 테이프로 막힌 채 말하는 것, 몸의 절반이 마비된 채 춤추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언급할 정도로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중국의 문화에 스며들 수 있다.- 소설이란 무엇인가?독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왜 계속 찾게 될까? 에 대한 의문에 해답을 이 단편소설집으로 알 것 같았다. 소설에도 종류가 다양하다. 소설 속에서의 세계를 현실을 모방하여 만든 리얼리즘, 사실주의 문학이 있는 반면 약간의 비틀기, 뒤집기 등으로 허상의 세계를 펼쳐주는 자들에게 닿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SF 소설이 독자들에게 보다 와닿지 않는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소설은 필자가 눈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 구현해냈는지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새로운 세상을 펼쳐줄지, 리얼리즘을 통해 다가갈지는 선택에 불과하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단편소설 줄거리가상의 기업 ‘센틸리언’과 그 기업이 만든 엄청난 능력의 인공지능 ‘틸리’가 등장한다. 평범한 직장인 남성 ‘사이’는 틸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매일을 보낸다. 틸리는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센틸리언의 데이터 센터에 보관한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사용자를 모니터링하며 지금껏 수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를 추천한다. 이를테면 아침 자명종 노래와 점심 메뉴, 후식, 입을 옷, 데이트 상대, 여가생활 등 사용자의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틸리가 추천한다. 추천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사용자는 그 추천에 전적으로 따르고 있기에 틸리의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사이를 비롯한 사용자들은 항상 틸리와 연결되기 위해 귓속에 이어폰을 꽂고 산다. 핸드폰은 물론이고 집 천장의 스피커나 카메라, 헤드폰 등 웬만한 기기에 틸리가 연동돼있다. 반면 사이의 이웃 주민 ‘제니’는 센틸리언에게 굉장한 적대심을 품고, 틸리 서비스를 망가트리려는 계획을 지니고 있다. 이 ‘제니’라는 인물은 독자들에게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공지능의 유익함에 대해 회의적인 질문을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그녀의 대사 중 “틸리는 단순한 것만 가르쳐 주지 않아요. 뭘 생각해야 할 지 까지 가르쳐 준단 말이에요.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지금도 알아요?” 라는 부분이 있다. 이 대사는 소설의 전개에 매우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틸리를 기술의 유익한 산물로 여기는 사이는 제니에게 반감을 느꼈지만 작품 중반부터는 제니의 설명에 넘어가 처음과는 입장을 달리한다. 바이러스를 개발해서 틸리를 무력화하려는 그들의 계획은 안타깝게도 센틸리언에게 발각된다. 사이. 요란한 곡 선정으로 인한 빠른 기상을 위함이 아닌 사이의 감정 변화, 이야기 흐름을 반영한다. 따라서, 틸리의 훌륭한 곡 선정에 따른 비평으로 접근하고자 한다.1.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다단조 “의심”소설의 첫 대목이다. 아무런 기대 없이 읽기 좋은 구절이었다. 하지만, 소설은 한 번에서 끝나지 않고 두 번, 세 번 읽다보면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마찬가지였다. 클래식 음악에 일가견은 없지만 저 곡의 제목만큼은 앞으로 사이의 심경변화에 복선 역할을 한다. 이 챕터에서는 괄목할 만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사이가 틸리의 추천으로 받게 되는 소개팅 이야기이다. 틸리의 추천으로 ‘엘렌’이라는 여자와의 저녁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틸리는 자연스레 꽃집을 안내하고, 상대의 과거, 현재, 미래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읊어준다. 엘렌은 역시나 사이의 이상형에 매우 적합했다. 사람들은 이상형에 대해 묻고 답할 때 주로 외형적인 것을 연상하며 연예인들을 비유한다. 필자가 남주혁 배우와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 만남이 실현된다면 그날만을 학수고대할 것이다. 하지만, 사이의 소개팅은 매우 매끄러웠다. 매끄럽다 못해 설렘과 기대 또한 없었다. 심지어 대화의 공백이 생기자 틸리는 ‘엘렌한테 요즘 유행하는 일본식 디저트 좋아하냐고 물어보는건 어때요? 제가 적당한 가게를 알아요’ 라고 귓 속에서 말한다. 그러자 갑자기 디저트가 먹고 싶어 견디디가 힘들었다. 이 순간 사이는 틸리가 스스로를 소개팅 진행조차 못하는 어린아이 취급한다는 느낌에 자존심이 상해 기능을 끄게 된다.틸리의 디저트 권유에 갑자기 디저트에 대한 욕망이 생긴 사이는 이미 사고가 지배된 것이 아닐까? 처음부터 모든 선택권이 틸리에게 달려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편리함과 유용함에 속아 계속된 의존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교통 상황에 따라 지하철과 버스 중 어느 것이 편리할지 물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어떤 상대와의 교제를 이어나갈 것인있다.에 나오는 에메랄드 성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 두꺼운 초록색 고글 때문에 온 세상이 아름다운 초록빛으로 보인다고 믿는 것이다.앞서 언급하였듯, 제니는 무분별한 기술 수용에 물음표를 던지는 역할을 한다. 그녀가 인공지능에 대해 표현하는 대사들은 흥미롭다. 특히, 위 구절은 필자가 소설 내용 중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아름다운 초록빛’이라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아름다움이라 정의한 채로 인간의 자의식 없는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정녕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이를 통해 필자는 사상이라는 것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주로 특정한 사상 뒤에 ‘-주의‘라는 접미사를 붙인다. 이 소설 속에 사는 사람들은 ’전자(digital)주의‘이라 표현하고 싶다. 전자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두꺼운 초록색 고글은 끼고 있다는 사실, 이 때문에 세상이 초록빛으로 보이는 것임을 모른 채 사는 것이다. 세계의 과거, 현재, 미래에도 많은 사상들이 존재하고 존재할 것이다. 필자는 사상이란 하얀 도화지가 아닌 테두리가 그려진 도화지를 선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보는 것이 아닌 보이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이 아닌 들리는 것을 듣게끔 하는 것이 이데올로기라 여긴다.2. 마일스 데이비스의 “So What"No one here can love or understand meOh, what hard luck stories they all hand meMake my bed and light the light, I'll arrive late tonight- “So What"의 가사 인용재즈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노래이다. 재즈 중에서도 아주 클래식한 바이브를 자아내는 노래이다. 대부분, 트럼펫의 연주로 이어가는 노래이기에 가사가 짧다. 하지만, 가사 내용을 통해 소설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생각할 수 있다. 필자는 두 번째 줄의 they가 센틸리언 회사를 뜻하고, 세 번째 줄 가사가 스스로의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이끌림을 느끼게 되는 사이는 인간의 의지와 자의식에 대한 느낌을 받게 된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작가인 켄 리우의 화교계 성향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에서 살다온 제니와 미국에서의 삶을 살아온 사이의 배경 차이가 나타낸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를 억압 받은 역사가 있다. 마치 이에 대한 비판을 하는 듯 하지만, 제니는 오히려 자유를 누리던 사람들이 아직도 나는 자유롭다는 생각에 솥 안에서 천천히 삶아지는 개구리 같다고 비유한다. 이 대목은 어쩌면 중국계 미국인인 작가 켄 리우가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역사에 대한 세계적인 비판을 흥미롭게 승화시킨 것이라 여겼다.3. 퀸의 “We are the Champions"사이는 전날 제니와 친구들과 파티의 밤을 보내고 를 들으며 기상하고, 정말 완벽한 선곡이라 여기며 완벽한 성공을 직감하지만, 눈 앞에 곧 센틸리언 사람들이 나타나 붙잡혀간다. 틸리는 사이의 실패를 알면서도 왜 이 노래를 선곡해줬던 것일까? 사이와 제니가 복면을 벗게 되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센틸리언의 대표, 크리스턴 린이었다. 이 인물은 소설에서 인공지능의 효능과 이에 대한 정당성을 제기하는 인물 인공지능에 익숙해진 인간들 의 모습에 허를 찌르는 표현들이 흥미로웠다. 린은 그들의 작전을 이미 틸리의 이중안전장치로 인해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센틸리언의 기술에 해킹을 시도한 사람들 중 제일 가까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시 기상 노래인 ‘We are the Champions'를 되새겨보면 사이에게 결국 이 세상에 챔피언 즉, 영웅은 센틸리언임을 확실시 해주기 위한 선곡이라 여겨졌다.이제 인류는 사이보그입니다. 우리는 이미 의식을 전자(Digital)의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더 이상 편리함에 속아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인류의 실태를 비판하는 구절로, 크리스턴 린은 이미 사람들은 인공지능과 일체화 되어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소설은 사이와 제니에게 센틸리언의 입사 제안으로 결말로 다가간다. 이 때 독자로써 매우 안타까운 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