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보았던 발레 공연에 대한 지루함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나는 어딜 가나 ‘발레’라는 단어가 붙으면 항상 피하고 멀리 했었다. 심지어 이번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내가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이지만 그의 수 많은 작품들 중 나에게 제일 와닿지 않는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극도 아닌 발레로 관람한다기에 처음엔 어찌 해야 될지 몰라 마냥 막막함이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특히 내가 셰익스피어를 남다르게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인데, 지난 수 년간 발레를 멀리 해온 만큼 관련 지식이 터무니없어 아니나 다를까 무엇 하나 보이기는커녕 살짝의 지루함이 관람 도중에 잠깐 잠깐 느껴졌었다. 게다가 명색이 유니버셜 발레단 임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배우들의 타이밍이 맞지 않는 장면이 몇 군데 있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동네 시골 총각 ‘바우’와 사랑하는 사이인 여인 ‘달래’. 바우는 마을 모든 총각들이 곧 징집된다는 소문으로 인해 ‘달래’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그녀를 찾는다. 그러나 달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바우가 모르는 ‘비밀’로 인해 속마음을 꺼내기는커녕 마냥 그를 밀쳐내기만 한다. 한편 마을에도 자자할 정도로 아리따운 달래의 미모는 사또의 마음을 홀리고 만다. 결국 사또는 포교를 통해 구혼을 청해온다. ‘비밀’로 인해 아비는 달래와 사또의 혼인을 거절하려 하지만 몹쓸 포교는 잘못 전달이 된, 일부러 아비와 달래가 퍼뜨린 거짓 소문을 빌미로 가족을 궁지에 몰고 자신이 원하는 댓가 (혼인 승낙) 를 얻으려 한다. 때문에 아비는 딸을 위해 달래가 바우와 마을에서 달아나길 원하지만 ‘비밀’의 주인공 어미의 존재로 달래는 떠나기를 거부한다. 우연히 달래의 집을 찾다 ‘비밀’의 그 존재가 달래의 어미이며 그녀가 ‘문둥병’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된 바우는 큰 충격에 휩싸인다.
어쩌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내가 공연 일을 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된 공연이 아닐까 싶다. 2010년 샤롯데 시어터에서 진행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다른 공연들과 달리 실제 내가 보았던 책의 그림과 동일하게 무대가 진행되었다. (2막 첫 번째 넘버 'Masquerade' 중 팬텀의 붉은 가면 및 붉은 의상 등)( 좌 : 대다수 공연에서 보여진 유령의 돈주앙 모습, 우 : 2010 오페라의 유령 당시 유령의 돈주앙)활자가 실제화 될 수 있다는 점. 바로 내 앞에서 펼쳐지는 현장성 등 여러 방면들이 내 자신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당시 공연은 내 자신을 꽤 오랜 시간 동안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첫 공연이 내게 너무나 벅찬 감동을 주어서일까? (당시 홍광호, 양준모, 김소현 등의 캐스트로 진행) 타국으로 떠나 거금을 들여 보았던 <오페라의 유령>은 예상과 달리 지루함을 낳았다. 관극 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던 문제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추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