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린다.인간의 기억은 완벽할까? 인간은 이전의 일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과거를 회상한다.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경험을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 기억으로 남지만 인간이 기억하는 과거는 실제 경험과 똑같지 않다. 당장 우리가 어제 먹었던 점심을 기억해 보자. 어떤 음식을 먹었는가? 바로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어제 일도 떠올리기 쉽지 않은데, 몇 년 전 어느 특정 날짜에 한 일을 그대로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오래전 일이라도 트라우마, 특별한 경험, 대단한 의미가 있는 사건은 잊히지 않는다. 또 인간은 가끔 과거를 다른 사람에게 새롭게 전해 듣곤 하지만 그들의 기억도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 인간의 기질과 욕심으로 인해 기억을 자의적으로 왜곡, 변질시키며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왜곡된 기억에 근거해서 살아가게 된다.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주인공 토니가 그렇다. 토니는 옛 여자친구 베로니카에게 쓴 편지 내용을 잊고 살았고, 기억 속의 편지는 가벼운 장난과 질투 섞인 내용이었다. 책에서는 기억 왜곡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자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토니는 변형된 기억을 근거로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판단하게 된다.그럼 인간은 어떻게 기억을 하게 될까? 기억이란 경험한 것을 특정 형태로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재구성하는 현상이다. 기억을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시간적 측면에서 기억을 분류해 보자. 불필요하면 잊게 되는 ‘단기기억’과 장시간 때로는 평생동안 유지되는 ‘장기 기억’이 있다. 단순한 경험은 단기기억으로 남아 금방 망각되고, 특별한 경험은 장기 기억으로 남아 오랫동안 기억되기 쉽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의 토니 상황에 적용해 보면 단기기억에 해당한다. 토니는 애드리언과 베로니카의 관계를 모함하는 편지 내용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편지를 대수롭지 않은 단순한 경험으로 여겼다. 책에서는 단순히 토니가 기억을 잊어버리는 사건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 토니는 기억을 잊어버리고 기억을 왜곡하며 베로니카를 자기 마음대로 판단한다. 작가는 토니와 베로니카의 기억을 대조하면서 글을 전개한다.토니는 자신이 쓴 편지 내용을 잊고 살았다. 베로니카는 몇 년이 지나도 받은 편지를 갖고있었으며 절대 잊지 않았다. 베로니카는 편지로 인한 상처 때문에 토니를 만날 때마다 인생을 다시 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인간이 기억을 왜곡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같은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추억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잊어버리고 싶은 아픈 기억이 된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여 결국 불완전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우리의 기억 어딘가 있는 과거도 그 실제가 아닐지 모른다.토니의 망각으로 베로니카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책 제목과 달리 토니의 예감은 틀렸다. 토니의 기억 왜곡과 망각으로 인해 베로니카는 평생 아픈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기억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만 우리는 기억 왜곡에 대해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기억을 재확인하는 일이다. 기억이 왜곡되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이를 인식하려 노력해야 한다.지금까지 기억을 다루어 보았다. 인간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많은 기억을 조작하고 왜곡한다. 베로니카에게 보낸 토니의 편지가 기억의 왜곡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기억 속의 편지는 가벼운 장난과 질투 섞인 메시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 확인한 실제 편지는 기억과 달리 저주와 욕설로 가득 차 있었다.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인간은 가끔은 망각에서 더 나아가 ‘거짓 기억’마저 자기 기억의 일부처럼 느끼기 쉽다. 인간은 거짓된 기억을 근거로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며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왜곡되기 쉬운 지식과 기억에 근거하여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주인공 토니처럼 삶이 뒤죽박죽 되어버릴 수 있다. 인간은 기억이 왜곡, 변질되지 않게 하기위해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쓰거나 특별한 장소, 여행을 떠나면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이로써 인간은 빠르고 연속된 기억이 가능하고 기억을 재구성할 때 우리의 삶은 비로서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우리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토니의 삶처럼 되지 않기 위해 기억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