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최근 몇 년동안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는 생각에 재테크 책, 자기계발서만 읽고 가상의 이야기를 쓰는 소설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러던 중,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게 되었다. <중 략>순간의 판단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은 뻔하지만, 그 안에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고 있다.조금 힘들더라도 바른 길을 가고,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것.오늘도 나는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간다.
어렸을 적 밥 다먹고 반찬 안 넣어 놓는다고 엄마한테 많이 혼났었다.오빠는 그냥 방에 들어가도 뭐라고 안하면서.중학교 때에는 엄마 힘든데 설거지 좀 도와주지 왜 내 생각만 하냐며 혼이 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오빠좀 시켜!’라고 불평하면서도 묵묵히 엄마일을 도와드리곤 했다.엄마도 일하느라 힘들었으니까. 나라도 도와야 하니까.82년생 김지영은 그냥 내 이야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였다.소설에 나온 모든 일들을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운이 좋았을 뿐 혹은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을 뿐 여자라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회사에 입사하여 나는 성적인 접촉이나 폭행을 당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무심한 책 제목과 달리 읽을수록 속 깊고 정감이 간다.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아도 되고,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괜찮다며 위로해 준다.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그의 말과 생각에 너무나도 공감이 된다.나 또한 남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보이지 않는 100m 달리기를 해왔던 거 아닐까?결혼은 더 늙기 전에, 돈은 얼만큼 모으고, 커리어는 어떻게 쌓아야 할지그동안 참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 마음은, 몸은, 어떻게 변했을까? 외모에 대한 사랑과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은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뉘어진다. 외모지상주의, 특히 여성에게만 특히 가혹한 잣대로 외모를 평가하는 세상을 살아가며 정신적으로 연약한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책을 읽게 된 것에 감사하고 또 안도한다. 종종 tv 를 보며 의문을 품고는 했었다. 왜 아홉시 뉴스 속 여자 앵커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 품위 있어 보이는 나이든 남자로 구성되어 있을까 궁금했었다. 북한 방송 앵커는 늘 몇년째 나이들었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앵커인데..왜 여자는 겨드랑이털을 밀고 라미네이트를 하고 눈썹문신을 할까 남자의 겨털은 무엇이 보기 좋다고 남겨놓는 것일까. 항상 궁금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대답을 알려주지 않았고, 심지어 같은 여자들 조차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