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에 나타난 시뮬라시옹 현상1. 서론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Simulation) 현상을 통해 복제가 원본을 대체하고 독립성을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시뮬라시옹 현상은 4가지 단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장 보드리야르가 주목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a)는 마지막 단계인 4번째의 단계를 말한다. 지시하는 대상 또는 실체가 없는 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가 대상과 실체와 독립한 채, 그 자체가 스스로 자립적인 생명력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이러한 시뮬라시옹 현상은 다양한 곳에서 나타난다. 이 글에서는 신조어에 나타난 시뮬라시옹 현상을 분석해볼 것이다. 특히 시뮬라시옹의 4단계를 중심으로 신조어가 어떤 단계에 속하는지 알아보고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나는 시뮬라르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2. 시뮬라시옹의 이해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의 동사적 의미로 ‘시뮬라크르 하기’이다. 원본을 복제하고 재현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독립성을 가진 새로운 이미지가 되는 현상이다. 모방, 재현은 시뮬라시옹의 단계중 한 부분으로 시뮬라크르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시뮬라크르는 원본이 없는 독립적인 이미지로서 그 자체로 현실을 대체한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이론에서는 실재가 실재 아닌 것으로 대체되는 작업이 시뮬라시옹이고, 이 모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을 시뮬라크르라고 부른다. 시뮬라시옹은 네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1단계,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반영이다.2단계,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을 감추고 변질시킨다.3단계,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부재를 감춘다.4단계,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다.이미지는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르크이다.3. 신조어에 나타난 시뮬라시옹 현상첫 번째 단계는 재현 또는 모방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 복제본(이미지)은 원본(실재)와 같다. 신조어인 ‘무야호’가 여기에 속한다. ‘무야호’는 방송에서 할아버지가 ‘무야호’라고 외친 장면에서 유래되었다. 사람들이 이 단어를 사용할 때 이 할아버지가 한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히 모방하는 단계의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두 번째는 실재를 모방해서 변형시키는 단계이다. 대부분의 신조어에서 나타나는 단계이다. 처음 신조어를 본 사람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신조어는 사실성을 감추고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변질은 주로 말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 일어난다. 단순히 줄이는 방식이 있고 줄인 이후에 더 변형시키는 방법이 있다.단순히 줄이는 방식의 신조어는 ‘알잘딱깔센’이 있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라뜻의 유행어이다. 앞 글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신조어를 만들었다.단순히 줄임말이 아니라 줄임말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슬세권’이 있다. 슬세권은 슬리퍼와 세권(勢圈)의 합성어로 슬리퍼 차림으로 각종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한다. 이러한 유행어들은 원본으로 부터 변질되었지만 여전히 원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슬세권’은 역세권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알잘딱깔센’은 줄임말로 변형되었지만 원래의 의미와 똑같이 사용되고 있다.세 번째 단계는 원본은 거의 사라지고 변화된 이미지만 존재하는 단계다. 깊은 사실성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 이 단계가 나타나는 신조어는 ‘삼귀다’와 ‘700’이 있다.‘삼쉬다’는 두 사람이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 전 친밀하게 지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귀다’의 ‘사’보다 작은 숫자인 ‘삼’을 사용해서 사귀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까운 사이를 뜻한다. ‘삼귀다’는 ‘사귀다’에서 나온 말이지만 단순히 ‘사귀다’의 복제가 아니다. ‘사귀다’와 다른 새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삼귀다’라는 말을 사용할 때 더 이상 ‘사귀다’라는 말이 필요 없고 ‘삼귀다’라는 말을 통해 그동안 표현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이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단계에서는 복제본이 깊은 사실성의 부재를 감춘다.‘700’도 이와 비슷하다. ‘700’은 ‘귀여워’의 초성 ‘ㄱㅇㅇ’을 숫자로 표현한 신조어다. ‘700’은귀엽다는 의미로 사용될 때 숫자의 본래 의미인 양을 뜻하는 의미가 아니다. ‘ㄱㅇㅇ’과 비슷한 그림으로만 사용된다. 이것이 사용될 때 원본은 찾을 수 없고 변화된 이미지만 남게 된다.네 번째 단계는 시뮬라시옹 현상의 마지막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복제본은 원본과 관련이 없는 독립된 존재로 시뮬라크르이다.‘어쩔티비’와 ‘크크루삥뽕’에서 이 단계가 나타난다. ‘어쩔티비’는 ‘어쩌라고’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어쩔티비’를 ‘어쩌라고 티비(TV)나 봐’라는 식으로 해석한다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어쩔티비’에서 티비는 티비(TV)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티비’는 더 이상 텔레비젼을 의미하지 않는다. 원본과 관련 없이 독립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원본을 가지고 있지 않는 시뮬라크르가 된 것이다.신조어 ‘크크루삥뽕’도 시뮬라크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어는 트위치 방송 중 도네이션 음성에서 비롯된 신조어다. 이 단어는 다른 신조어와 다르게 원본을 찾을 수 없다. 웃음소리인 ‘크크’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루삥뽕’은 어떠한 사실성과 무관하다.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사용된다.이처럼 신조어들은 각각 시뮬라시옹의 다른 단계가 나타난다. 대부분은 재현하고 변형하는 단계에 속하지만 시뮬라크르라고 할 수 있는 네 번째 단계에 속하는 신조어들도 있다.4. 결론시뮬라시옹 현상을 소개하고 신조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해보았다. 시뮬라시옹 현상을 네 가지 단계를 통해 나타난다. 이 단계를 통해 신조어들이 어떤 단계에 속하는지 분석해보았다. 대다수의 신조어는 두 번째 단계로 변형과 관련이 있었다. 주로 줄임말이나 합성어를 통해 신조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뮬라시옹 두 번째 단계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