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일지2‘지식의 저주’, 단어는 생소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하게 밀접히 발생해왔던 문제입니다. 강의에서는 일상적인 의사소통에서 알게 모르게 발생해왔던 이 문제를 직접 인식하고 경험해보고자 두 개의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우선 ‘연주자-청취자’게임을 해보았고, 연주자가 되었을 때의 입장과 청취자가 되어보았을 때의 입장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연주자가 연주할 때는 못 맞히는 청취자를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청취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정말 연주를 하는 게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막 두드린다고 생각했던 책상 연주가 무슨 곡인지 알고 나서부터는 신기하게도 박자와 멜로디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 곡을 알게 된 상태에서 알기 전으로 돌아가 보려 했지만 책상 연주를 볼 때마다 머릿속에서 곡의 멜로디가 술술 나왔습니다. 지식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과 수준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거로 생각하지만, 이미 지식을 습득한 상태에서 지식의 배경이 없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직접 서서 생각해 보려고 하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나의 지식에 의해 지식의 저주에 또 빠지리라 생각됩니다. 첫 번째 실험을 통해 얻은 것은, 지식의 저주는 간단히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한 과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식의 저주는 곧 고정관념이라고 말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가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또 고민해봐야 하고, 나 또한 언제든지 지식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첫 번째 실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뒤로하고, 다음 두 번째 실험을 진행하며 저의 전공 내용을 주위 친구들 대상으로 가르쳐 보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상업계 특성화고등학교 졸업하여 은행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같은 금융실무 동아리를 했던 고등학교 동창의 지식수준은 중, 두 번째 금융 관련 지식을 접해 본 적 없는 공대생 친구는 하, 그리고 같은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동기는 상으로 수준을 나누어 금융 지식을 알려보았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경영 및 금융을 전공한 은행원으로서, 요새 이슈인 주택청약 관련 민영주택, 국민주택 1순위 자격요건에 대하여 설명해보았습니다. 민영주택 1순위 자격요건은 이론 그대로를 머리에 입력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번에 이해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금융 지식 수준 하의 공대생 친구는 1순위 자격요건을 설명하기도 전에 국민 주택과 민영주택이 무엇인지 몰라 본론으로 들어가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단어의 정의부터 설명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지식수준이 중이라고 판단했던 고등학교 동창조차도 ‘투기과열지구’라는 단어에 막혀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민영주택 1순위 자격요건은 이론 그대로를 머리에 입력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라고 했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미 단어의 정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설명하려 했기 때문에 그 단어를 분명 누군가를 통해 배우며 듣고 습득하였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생각 못하고 ‘당연히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지식의 저주에 빠졌던 것입니다. ‘당연히’라는 무의식 속 고정관념은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에서 걸림돌이자 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면 ‘당연히’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지식수준 상이라고 판단했던 같은 회사 동기는 수월하게 설명할 수 있었지만 습득했던 지식이 맞는지 재차 확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물론 상대방의 지식수준을 판단하지 않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지식 수준 판단 후에 그에 맞춰 설명하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겠으나, 섣불리 타인의 수준을 판단하는 것도 지식의 저주에 빠질 수 있는 걸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서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간단한 사전 조사를 통하여 지식수준을 조금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지식의 저주가 조금이나마 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소수에게만 효과적이고, 교사같이 수준이 천차만별인 학생들 다수를 상대할 때에는 응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교사는 지식의 저주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떤 방안을 적용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톰케 교수가 ‘추측은 3분의 1은 맞고, 3분의 1은 중립이고, 3분의 1은 맞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학생들이 이해했다고 추측하며 쉽게 넘겨 짚지 말고 매사 질문을 통하여 이해 여부를 확인하면 어떨까? 라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이해 여부를 즉각적으로 확인하는 데에는 질문하고 답변 받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입니다. 매사 이해 여부를 확인하고 넘어간다면 진도는 더딜지라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즐거운 수업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교사가 설명을 잘한다는 것은 누구의 판단에 근거해서 결정되는지 물어본다면 저는 수업의 분위기에서, 즉 청취자(학생)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할 것입니다. 유명 강사들을 보면, ‘귀에 쏙쏙 들어와요’, ‘선생님 수업을 듣고 막혔던 이론도 이해가 잘됩니다’ 등 청취자의 이해도 관련하여 긍정적 후기가 많습니다. 학생들의 이해도에 따라 수업 분위기와 관심이 달라지고, 그것이 곧 성적에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의 관심과 성적 향상이야말로 교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지식의 저주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지만,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지속해서 고민해보고, 여러 번의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이해도를 파악하는 수많은 노력을 거친다면 분명히 고정관념이 깨어지고, 지식의 저주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식의 저주는 단순히 의사소통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지식의 저주는 교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해결해야 할 인생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