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번 써봅시다.’ 제목이 정말 끌렸다. 정말 이 책만 읽으면 나도 책 한번 써볼 수 있을까. 투잡, 쓰리잡의 시대인데, 조금이나마 내가 해온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 책으로 낸다면 전문성을 인정받게 될까. 책을 집어 들기 전부터 기대감이 차올랐다. 책, 한번 써보지 뭐 올해는.저자 장강명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소설가로 전직했다. 당시 11년 차였던 그는 회사에서도 경찰, 검찰, 국회 등 소위 잘 나가는 출입처를 담당하는 인정받는 기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사표를 던졌을까. 그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기사 쓰는 기계’가 된 것 같다는 것이 퇴사 이유였다고 한다.저자는 2013년 8월 출입처였던 국회 기자실을 뛰쳐나와 휴대전화 전원을 꺼버리고 집에 가버렸다. 매일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하며 ‘내가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휩싸였는데, 그것이 불현 듯 어느 날 폭발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전부터 소설가가 꿈이었고 대학 땐 신춘문예에 응모도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결국 ‘내 글’을 쓰고 싶어 기자직을 던졌다. 물론 무작정 사표를 던지고 한 달은 후회하면서 보냈다고 한다.그렇게 ‘내 글’을 갈구했던 저자는 2014년 8월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수상을 시작으로 ‘댓글부대’(제주4·3문학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문학동네 작가) 등으로 연거푸 문학상을 거머쥐며 인기 소설가로 떠올랐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해피엔딩이다. 과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그가 타고난 글쟁이라서 일까. 아니면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 노트라도 있는 것일까. 그것이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이유였다.책은 의외로 쑥쑥 읽혔다. 책을 사고 일주일 만에 빠르게 독파했다. 두께도 두껍지 않았지만, 문장 자체가 어렵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도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치우치지 않고 독자가 실제 책 쓰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동기를 심어주면서 약간의 ‘기술적 테크닉’을 제시해 줬다. 책이란 것이 워낙 분야가 방대하고 소설, 에세이, 전문 서적 등 종류에 따라 책 쓰기에 필요한 기술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일 것이다.저자는 책 한번 써보는 일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심리적 장애물을 부수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그가 먼저 강조하는 것은 작법서에 매달리지 않는 일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지침이 참 많지만, 그걸 다 헌법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특히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권고들을 경계하자.”실제로 상당수의 작법서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문장은 무조건 짧게 쓰라’ ‘일본식 문법을 사용하지 말라’ 등이다. 작법서의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단문으로 문장을 툭툭 쳐나가면 가독성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작법서에서 강조하는 내용들을 하나하나 열심히 공부하고, 글을 쓸 때마다 적용하려고 하면 정작 글을 쓰기도 전에 막혀버리게 된다.저자에 따르면 수많은 문장 쓰기 방법론은 “한 권의 책을 쓰자고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신경 써야 할 문제들 중에서는 한참 후순위”인 것들이다. 축구 이론, 전술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일단 운동장에 나가서 공 한 번 차는 것이 축구 실력을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일단 책 쓰는 일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덜어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저자의 통념 깨기는 이것 뿐이 아니다. 그는 책을 쓰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도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또 책을 많이 읽었으니 좋은 책을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딱 들어맞는 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운동으로 예를 든다. “피겨스케이팅을 감상하는 능력과 피겨스케이트를 잘 타는 능력은 별개다. 글도 마찬가지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좋은 글을 판별할 수 있다고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다.”저자에 따르면 유독 초보 작가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정작 책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만큼 문장과 내용이 충실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거기서 움츠리고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는 그가 직접 경험한 현상이었을 것이다. 기자로 11년 간 일하면서 매일 매일 수많은 기사를 써 냈겠지만, 소설을 쓰는 일은 전혀 새로운 작업이었을 테니까. 일단 책을 쓰기 위해서 작법서를 통독한다던가, 무지막지하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식의 ‘준비 운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 가장 깊게 와닿았다.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 운동만 열심히 하다 정작 바다에는 뛰어들지 않으니까 말이다.이렇게 책 쓰기에 대한 마음의 부담감을 내려놓도록 한 저자는 결정타를 던진다. 바로 ‘수치화 된 목표’다. 그는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써낼 수 있으면 책을 쓸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는 한 주제로 원고지 600장을 쓸 수 없다면 책 한 권을 쓰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 문장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일단 한 주제에 대해 길게 쓸 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자기만의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왜 ‘200자 원고지 600자’일까. 저자는 ‘얇은 단행본 한 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분량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100매 정도 필요했지만 요즘은 점점 책이 얇아져서 600매 남짓이라도 괜찮다고 한다. 일단 원고지 600매 분량의 글을 써 낼 수 있다면 괜찮다는 것이다.저자의 말은 곧 원고지 600자 써내는 길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주는 방증과 같다고 생각했다. A4 용지 1장 분량의 글을 쓰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써놓고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지우고 다시 써도 여전히 이상한 것 같고. 결국 ‘나는 이 정도인가보다’ 하면서 책 쓰기를 덮어놓고 다른 취미 생활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았다.저자는 이런 루트를 통해 책 쓰기에 실패하는 나 같은 이들에 대해 충고를 이어간다. “기예를 익히는 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초반에 우스꽝스럽게 휘청거리고 자빠지는 일을 거듭해야 한다. 태어나서 처음 집어 든 색소폰을 멋지게 불었다든가 발레교습소에 가자마자 그랑주테 동작을 해냈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세상에 잠시 놀러 온 하느님이거나 인간형 외계인일 것이다.” 책 쓰기는 누구나 처음에 어렵고 잘 해내기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마치 두발 자전거 타기나 수영과 같은 것처럼 ‘초심자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어려운 일’이 책 쓰기라고 말한다. 어차피 다 처음엔 어렵고 힘들지만, 그것을 참고 견뎌내는 이가 자전거나 수영처럼 책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는 이 독후감을 쓰는 데도 그의 말에 많은 위안을 얻었다. 글 쓰는 일, 정말 쉽지 않다. 너무 어렵다. 그래도 꾹 참고 쓰자. 이건 원고자 600매 분량이 아니어도 되니까. 그런 저자의 말을 수없이 되뇌이며 썼다.저자는 책의 장르 가운데서 에세이, 소설, 논픽션 쓰는 방법을 차례로 서술한다. 일반인들이 책 쓰기에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들이며, 이와 동시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주제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탐독한 주제는 에세이였다. 하루의 상념을 단순히 SNS에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서 독자에게 감동과 공감을 주는 에세이를 꼭 한 번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가장 인상싶었던 대목은 “욕 먹을 각오하고, 인용 욕심과 감동에 대한 집착을 버리세요” 라는 부분이었다. 자기 자신을 뽐내고 치장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좋은 에세이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에세이 중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것들은 자신의 부족함, 졸렬함, 치졸함 등을 솔직하게 적은 것들이 많았다. 최근 읽었던 소설가 박완서의 에세이 ‘모래알 만한 진실이라도’(세계사)에서도 중견 소설가인 박완서씨가 노년에도 이웃 등 타인에 대해 소심한 태도를 보였던 일화를 솔직하게 고백한 대목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내가 이만큼 잘났고 이래서 이런 훌륭한 일들을 했다는 에세이는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미사여구보다 진솔한 에세이가 감동을 준다. 저자는 여기에 삶을 사랑하는 태도와 나만의 철학을 한 스푼 얹으라고 말한다. 단순히 ‘행복했다’로 끝나선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