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저) 독후감제목: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저자: 이꽃님출판사: 문학동네‘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의 서술자는 ‘행운’이다. 타이밍이나 운, 행운의 여신, 운명의 장난 등으로 불리는 서술자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항상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 인물들은 우영, 형수, 은재, 지유(반장)이다.우영과 형수는 친한 친구다. 소심하고 다른 사람의 부탁을 잘 거절 못하는 우영과 형수는 우연히 같은 반 친구 은재가 자신의 아빠에게 학대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은재를 걱정하는 우영과 형수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반장에게 차마 은재의 사정을 말할 수 없었던 우영은 형수가 은재를 좋아한다고 둘러대면서 그들의 오해는 시작된다. 우영을 도와주면서 우영과 사귄다는 소문이 난 반장에게 우영은 차일 생각으로 거짓 고백을 했다가 반장이 그의 고백을 받아주면서 진짜 사귀게 되고 그후 실제로도 반장을 좋아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서술자인 ‘행운’은 그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 마음이 곧 내 마음과 같았다. 정말 매력적인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 아이들의 삶에는 힘든 일이 많았다.모든 청소년들이 각자 삶의 어려움이 있고 고민이 있겠지만 ‘은재’는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바로 아버지의 학대이다. 은재는 아버지에게 맞은 흔적을 가리기 위해 더운 여름에도 카디건을 입고 다닌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매번 두들겨 맞으면서도 그 집을 떠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결국 아버지는 돌아오기 때문이다. 형수가 은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검색해 그곳들의 연락처를 내밀었지만 은재는 ‘내가 안 해봤을 것 같아?’ 하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은재의 그런 모습에 나는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실에서도 청소년 도움 센터나 지원 센터가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친권’이 강해서 부모의 권한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약하다고 한다. 집안일이다, 아이를 교육시키려고 그랬다는 식의 부모의 변명 앞에서 학교, 복지단체는 물론이고 경찰도 손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 들어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구조의 손길이 예전보다는 많이 닿는다고 해도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작고 약하다. 저자는 그런 현실을 은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은재와 관련해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영과 최 감독의 대화 장면이었다. 아이들끼리 은재를 구하러 간 것을 알고 최 감독은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아냐며 혼을 낸다. 그 위험한 곳에 은재는 늘 있어야 했다며 항변하는 지영에게 최 감독은 전화 한 통하는게 어렵냐고 되묻자, 지영이 이렇게 대답한다.‘감독님도 알고 계셨잖아요.’최 감독은 할 말을 잃는다. 최 감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 은재를 구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어른이 최 감독이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고, 자신의 삶에서 은재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 은재가 1순위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를 구하러 간 아이들 앞에서 고개가 숙여지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경찰관도 마찬가지다. 은재가 용기를 내어 경찰에 신고하러 갔을 때, 경찰관들은 그냥 아버지에게 혼난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대한다. 이때 경찰관들은 귀찮음, 성가심, 은재에 대한 의심과 함께 별일 아닐 거라는 안일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은재의 몸에 가득한 상처를 보았을 때, 그리고 은재가 가까스로 ‘도와주세요’라는 다섯 글자를 입 밖으로 내었을 때, 그들은 분명히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은재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어른들은 아이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어른도 실수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외면할 수도 있고,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아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다. 어른들은 누가 도와주겠지, 구해주겠지 등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남일인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되고 자신이 한명이라도 더 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주위의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아버지의 지속된 학대로 인해 삶의 동력을 잃어버린 은재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었던 것이 바로 축구였다. 축구를 하면서, 축구팀에 속하면서 은재는 연대감을 느끼고 아버지의 학대에 맞서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된다. 거기다 반장의 말에 용기를 얻는다. 반장은 은재에게 ‘죽지 못해 산다는 말, 좀 억울하잖아.’ 라고 하며 자기 인생은 온전히 자기 것이라며, 자기는 자신의 인생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은재는 반장의 말에 사실 자신의 삶에서 제일 먼저 자기를 포기한 사람이 자기 자신임을 깨닫고 아버지에게 맞을 걸 알면서도 축구가 하고 싶다고 말하러 간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저) 독후감제목: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저자: 이꽃님출판사: 문학동네우선, 제목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제목을 보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은 타임슬립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로맨스가 아니라 ‘워맨스’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간질간질한 연애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결말에 이르러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감동스토리였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나는 읽는 내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고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읽고 말았다.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2016년의 중학생 은유는 아빠와 둘이 살고 있다. 무뚝뚝하고 무심한 아빠가 최근 재혼을 결심한 뒤로 전에 없이 살갑게 굴어 은유는 배신감을 느끼는 중이다. 은유는 아빠의 제안으로 느린 우체통에 1년 뒤 자신에게 도착하는 편지를 억지로 써 보냈다. 그런데 그 편지가 1982년의 국딩, 은유에게 도착했다는 답장을 받는다. 이후 은유와 은유는 서로에게 편지를 쓰면서 우정을 쌓아간다.2016년의 은유가 며칠에 한 번씩 보낸 편지는 1982년의 은유에게 1~2년의 간격을 두면서 도착하게 된다. 두 사람의 시간의 흐름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즉 처음 편지를 받았을 때는 과거의 은유가 더 어렸지만 나중에는 언니가 된다. 그리고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의 어머니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기로 약속하고, 은유의 아버지 ‘송현철’을 찾아다니게 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과거의 은유가 성인이 되어 송현철을 만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되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과거의 은유가 2016년의 은유의 엄마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사실 읽는 중에 짐작은 했었다. 과거의 은유가 현재의 은유의 엄마가 아닐까 하는 나의 예상이 결국 딱 들어맞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동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 진짜 엄마가 맞았어.’ 하며 오히려 마음의 울림이 더 크게 느껴졌다.2016년의 은유는 내내 엄마를 궁금해했다. 그 감정을 그리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엄마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없었던 엄마, 그리고 아무도, 아빠조차도 엄마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사춘기 소녀에게 있어 엄마의 부재는 엄청난 결핍이었을 테지만 오히려 처음부터 없었기에 오히려 엄마가 없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아빠의 무관심에 더 큰 아픔을 겪고 있던 은유였다.은유의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긴 하지만 독자인 나도 은유의 아버지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그래도 은유의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않고, 딸을 피하는 듯한 모습, 딸의 생일을 챙기지 않는 것 등은 정말 나쁜 아빠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말에 가서 아빠가 1년 뒤 도착하는 느린 편지를 딸에게 썼으며 그간 무심하게 보였던 자신의 행동의 이유와 그것에 대한 사과를 전한다. 은유가 엄마와 이름이 같아 은유의 이름을 부를 때 마다 죽은 아내가 생각나서 이름을 안 불렀다는 점, 은유의 생일이 아내의 기일이라 생일을 기쁜 마음으로 챙길 수가 없었다는 점 등을 딸에게 밝히며 딸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진심을 전한다.물론 어른도, 부모도 완벽한 사람일 수는 없다. 그리고 아내를 잃은 남편의 마음을 내가 어찌 다 이해하겠느냐마는, 은유가 아빠로부터 받은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아빠의 사정을 알게 되어 그 상처가 아물긴 해도 흉터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다행히 힘들었던 1년간 친한 친구같이 마음을 나누었던 과거의 은유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과거의 은유를 통해 엄마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다는 점, 엄마의 마지막 편지와 아빠의 진심이 담긴 편지로 아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앞으로의 아빠와의 관계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점, 그토록 궁금했던 엄마에 대해 세상의 그 어떤 딸보다 잘 알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새엄마가 될 아빠의 여자친구가 좋은 사람이라는 점 등의 많은 요소들이 앞으로 은유의 상처를 잘 아물게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현재와 과거의 인물이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설정은 어쩌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의 솔직한 마음을 잘 전달하고, 두 은유의 관계를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것이 이 소설의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엄마의 편지를 읽을 때는 정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임신 중 암이 발병한 것을 알았지만 딸을 낳기 위해 치료를 포기한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엄마 은유는 자신이 낳을 딸이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왔으며 비밀을 다 터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인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살려면 그 존재는 애초에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기에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뱃속에 딸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엄마 은유에게 우주의 중심이 딸 은유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신에게 조금 더 살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고, 편지로나마 두 사람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 준 기적에 감사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 것이라며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저) 독후감제목: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저자: 룰루 밀러출판사: 곰출판장르를 짐작할 수 없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과 예술 작품 같은 표지는 나의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2020년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와 함께 자연과학, 철학, 전기를 모두 아우르는 놀라운 책이라는 추천사, 책이 경이롭다고 할 정도라니 읽기 전부터 너무 궁금했다.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글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제법 유명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생물 분류학자이자 스탠퍼드대 초대 총장을 지낸 사람이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과 인디애나 대학의 건물에 그의 이름이 붙어 있을 정도로 많은 과학자들이 존경한 사람이자 위대한 연구가였다. 저자도 그 중의 하나로 그를 동경하여 그의 발자취를 좇다가 오히려 그의 악한 실체를 알게 되고 그것을 이 책으로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된 것이었다.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류 수천 종을 식별해 목록화했으며 생명체가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 관계를 밝히는 데 평생을 바쳤다.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수집한 어류 표본이 모두 망가져 자신이 평생 연구한 것들이 물거품이 되었을 때도 절망하지 않고 물고기의 피부에 이름표를 꿰매 붙이는 식으로 표본을 되살려내 많은 사람들에게 위대한 연구가라는 평을 받았다. 이런 점만 본다면 그는 정말 불굴의 의지와 끈기를 지닌 진정한 과학자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책에서도 전반부는 그의 생애와 업적을 전기 형식으로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여기까지만 읽었을 때는 도통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오히려 읽을수록 궁금해져 갔다.이 책의 진가는 후반부에서 드러났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해 마지 않았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사실은 살인자에 우생학 신봉자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충분히 살인 용의자로 몰릴 수 있었던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권력과 지지세력을 이용하여 의혹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난다. 하지만 작가는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분투하고 결국 그가 진범임을 증명해낸다. 그리고 우생학이 미국에서 법률로 정해져 많은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불임시술까지 시행되었다는 것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알린다. 이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위대한 과학자에서 시대의 범죄자로 추락하게 된다.거기다 조던이 일생을 바쳐 연구했던 생물 분류학, 즉 수천 종의 물고기를 분류한 업적 또한 송두리째 무너지게 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제목은 정말 말 그대로 물고기라는 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제목이 비유적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다시 말하면 ‘어류’라는 분류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땅 위에 사는 생물들을 하나로 묶어서 분류하지 않고 각 종의 특징에 맞게 분류하듯이 물속에 사는 생물들도 물속에 산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어류’라고 표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후대의 과학자들이 입증해냈다. 예를 들어 폐로 숨 쉬는 ‘폐어’ 같은 경우에는 아가미로 숨 쉬는 다른 물고기보다 오히려 포유류인 ‘소’와 유전적 형질이 더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류’라는 분류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은 조던이 평생을 바친 연구가 애초에 무의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모든 것이었던, 삶의 이유였던 ‘어류’ 연구가 분류학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 이것이 그의 악행에 대한 가장 큰 복수라는 작가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다.데이비드 스타 조던도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작가는 조던의 이런 악행의 원인을 ‘자기기만’에서 찾는다. 조던은 자신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그러한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자신이 하는 일을 다 옳다고 여기게 되어 무엇이 진짜 옳은 일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자기기만이 늘 나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사회지도층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들의 경우, 큰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반대로 자기기만을 잘하는 사람들 중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기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긍정적인 자기기만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정신승리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자기기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신승리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도 있고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실제로 자신의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하다고,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는 어떤 일을 하는데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나 어느 정도의 자기기만을 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모든 것이 지나치면 독이 되듯이 조던과 같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견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거기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을 때 그 부작용은 더욱 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합리화나 정당화의 수단이 된다면 그 문제는 더 클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이란 정말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진실이 밝혀지고 난 후,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뒤바뀌게 되고 스탠포드 대학에 설치된 그의 동상도 철거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때는 위인으로 인정받는 사람의 몰락을 보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지도 생각해 보았다. 미국만큼 빠른 시일 내에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의 추종자들, 그와 관련된 이권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권력자들, 그의 악행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 밝혀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사람들 등 진실을 밝히는 데 훼방을 놓을 부류의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떠오른다. 과거와 역사 속에서 잘못한 점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의지와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치의 악행을 인정하고 사죄한 독일이나 우생학의 법제화를 인정한 미국,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끌어내리는 결단을 한 스탠포드 대학 등이 지금도 선진국, 우수한 대학이라고 인정받는 이유도 쉽지 않은 그것을 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그럴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만큼 깨어있지는 못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저) 독후감제목: 아버지의 해방일지저자: 정지아출판사: 창비화제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어보았다. 유명인들의 수많은 추천사와 여러 도시, 도서관에서 인기 도서, 추천 도서로 선정되더니 평산 책방의 첫 번째 북토크의 주인공도 되었다. 이 책의 어떤 점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궁금해졌다.이 책은 ‘나’, 아리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외동딸인 아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의 상주가 되고 조문객들을 맞이한다. 하나 둘씩 찾아오는 조문객을 통해 아리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 각각 나름의 친분을 쌓아왔던 그 사람들을 통해 아버지와 그들의 웃기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아린 일화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게 된다.장례식에 찾아온 많은 사람들의 사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리의 작은아버지와 사촌오빠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은아버지는 빨치산이었던 형(아리의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아리의 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가게 한 자신과 형을 용서하지 못하고 평생을 자책과 회한 속에서 사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형을 너무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던 그였기에 그 비극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아버지 때문에 가출한 아리를 쫓아간 작은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형에 대한 그의 복잡한 감정을 나는 결코 다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또한 큰집 사촌오빠는 육사에 합격하고도 연좌제 때문에, 즉 아리의 아버지 때문에 입학하지 못하게 되었고, 주인공과도 어려운 사이가 되고 만다. 나중에 연좌제가 풀리면서 말단 공무원으로 일하게 되었고, 현재는 부군수 승진을 앞두고 있었지만 위암 말기인 상태였다. 아버지 장례식에 조문하러 온 그의 마른 나뭇가지같은 뒷모습을 보며 아리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두 사람의 인생을 읽으며 나는 그들의 운명에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아리의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솔직히 작은아버지는 아버지 때문에 인생이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이 빨치산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그때 멋모르고 입을 나불거리지 않았더라면, 이 두 가지 가정이 그를 평생동안 괴롭혔을 것이다. 형과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술을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작은아버지. 그리고 형과 자신이 한 일은 사실 죄가 아니라는 점이 더욱 그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형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았을 뿐이고 자신은 그런 형을 자랑스러워했을 뿐인데 시대의 비극은 개인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사촌오빠도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기회를 잃어버렸다.하지만 나는 아무리 시대의 잘못이라고 해도 그 흐름에 개인이 맞서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의 해방을 위해 자기 한 몸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같은 사람이 있어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는 그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보였다. 그것은 내가 이념 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시대에 살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개인의 삶과 개인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 속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의 ‘나’, 아리도 그렇지 않았을까. 그렇게 주인공은 평생을 아버지와 반목하며 살았을 것이다.‘오죽하면 사람이 그러겠냐’는 말을 입에 달고 하면서 자신의 가족보다 다른 사람들 걱정이 먼저였던 아버지였지만 그가 사랑하고 걱정하는 ‘인민’에 가족은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 아버지는 굳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 신념이 가장 가까운, 가장 사랑해야 할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가족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정말 진정한 의미의 인민 해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위대함, 희생정신, 굳은 신념 대단한 것도 알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우리 아버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작은아버지나 사촌오빠였다면 정말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를 잊고는 살아도 용서할 수는 없을 것 같다.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 삶의 이면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늘 사회주의와 유물론을 입에 달고 사는 아버지였지만 이념보다 사람이 먼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결국 이 책은 이데올로기에 관한 소설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박한우 선생과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박한우 선생은 아버지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군에서 자신이 쏜 총이 형과 누이, 친구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빨치산과 국군이라는 대척점에 있는 그들이었고, 한겨례 신문을 읽는 아버지를 ‘빨갱이 신문’을 읽는다고, 조선일보 독자였던 박 선생에게는 ‘반동 신문’을 읽는다고 서로 욕하고 반목하지만 그들은 사실 서로의 인간적인 면을 인정하고 참된 우정을 쌓아가고 있었다. 딸에게 그래도 사람은 그가 제일 낫다고 하는 부분에서 아버지가 사람을 사람 그 자체로 본다는 것, 이념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그 밖에도 아버지가 목숨을 살려준 순경 이야기, 엄마가 베트남 출신인 오거리 슈퍼 손녀와의 우정, 아버지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시집가게 된 장영자 씨의 이야기 등 아버지의 인간적인 모습이 소설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이고 내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 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 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 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라는 구절에서도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 소설이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에서 저자의 진정성이 더욱 잘 와닿는 것 같다.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아버지의 삶을 알게 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깨달음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장례식이라는 장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장례식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그의 삶이 어땠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아버지의 정치적 동료이자 절친한 동생인 민노당원 박동식 씨는 아버지의 영정사진과 친척들의 상복까지도 미리 준비해 두고 조문객들을 살뜰히 살핀다. 역시 빨치산의 아들이었던 장례식장 공동사장인 황 사장도 주인공이 장례비를 못 낼까 봐 노심초사하긴 하지만 아리를 잘 챙겨준다. 단 5분의 조문을 위해 서울에서 구례까지 왕복 여덟 시간을 투자해 찾아온 소성철 선생의 장남도 있다. 이렇게 살아 생전 아버지에게 은혜 입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아버지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것의 반의 반만이라도 가족들에게 신경 써 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유진과 유진 (이금이 저) 독후감제목: 유진과 유진저자: 이금이출판사: 밤티나는 청소년 소설을 좋아한다. 10대 등장인물들만이 가지는 솔직함, 유쾌함이 너무 좋다.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그들의 감정과 관계, 인생의 굴곡에 맞서는 모습은 성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유진과 유진도 그렇다.이름은 같지만 성격과 외모는 정반대인 유진이들은 각각 큰유진, 작은유진이라고 불린다. 이 소설은 큰유진과 작은유진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중학교 2학년, 같은 반에서 큰유진과 작은유진은 만나게 된다. 큰유진은 작은유진을 보고 같은 유치원을 나온 어릴 적 친구임을 눈치채지만 작은유진은 큰유진을 기억하지 못한다. 큰유진은 작은유진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모른체한다고 생각하고 작은유진은 자기는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계속 건네는 큰유진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큰유진으로 인해 작은유진의 어릴적 기억이 점차 되살아나게 되고 작은유진은 큰 혼란에 빠진다.큰유진과 작은유진은 어릴 때 다니던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 둘은 똑같은 아픔과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두 유진이가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달랐다. 큰유진은 그 사실을 직면하고 가족들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함께 그 상처를 극복해나갔다. 그것은 피해자인 유진의 잘못이 아니었고, 운이 나빠서 똥을 밟은 것처럼 그저 나쁜 사람에게 ‘당한’ 것이다. 하지만 작은유진의 집은 달랐다. 피해자이지만 마치 더러운 것을 묻혀 온 사람 취급을 당했고 엄마는 그런 작은유진의 몸을 박박 씻기며 무조건 잊으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작은유진은 정말로 자신의 기억을 삭제시키게 되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기억도 못하지만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이 소설은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유진이 상처를 대면하는 방식은 달랐다. 큰유진은 자신의 상처를 직접 마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극복해나가고자 했고, 작은유진은 그저 없었던 일인 것처럼 묻어버렸다. 그것은 작은유진의 가족에 의한 방식이기도 했는데 결국 그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곪아버렸다. 딸이 끔찍한 일을 당했고 영원히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작은유진 엄마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벌어진 일은 그것이 아무리 큰 비극일지라도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결국 직접 대면하여 스스로 그것을 넘어서야만 한다.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는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물론 큰유진의 상처도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남자친구인 건우의 가벼운 스킨십에 과거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면서 자신에게도 어릴 적 상처의 후유증이 남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 때 도움을 주었던 건우의 어머니마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 애는 문제가 있다’는 말로 큰유진의 상처를 후벼판다.건우의 어머니가 잘못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게 현실적인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 아닐까 싶어 더 마음이 아팠다. 나 또한 이러한 편견이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 피해자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성범죄자들에 대해 분노하고, 피해자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위로한다. 하지만 반면 그들의 이야기는 쉽게 가십거리가 되며,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가까이 지내는 것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한술 더 떠 피해자들의 행실이나 태도를 문제 삼는 2차 가해자들도 있다.그래도 큰유진은 함께 아픔을 이겨내려고 하는 가족이 있었다. 큰유진이 그때만큼 우리 가족들이 나한테 잘해준 적이 없다고 농담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그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반증이다. 또한 건우 엄마 말을 들었을 때, 분노하는 큰유진 엄마의 모습이나, 정동진에서 돈을 다 잃어버리고 곤란에 처했을 때 한달음에 달려온 큰유진의 부모님을 보면 지지고 볶고 싸워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었다.반면 작은유진은 어릴 적 끔찍한 범죄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범죄 자체에 대한 아픔보다 그후 가족들의 태도에 더 상처를 받은 모습을 보인다. 작은유진은 은연중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부족해도, 모자라도 가족만큼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가족들 사이에서 가장 힘들었던 작은유진이 너무 안타까웠다. 기억도 못하면서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내내 가슴졸이며 살아온 작은유진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세운 무릎을 끌어안았다. 내가 나를 안아 주는 방법이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 나는 그렇게 나를 안는다.’ 이 구절을 보며 스스로를 안아 주는 작은유진이 작은 몸이 떠올랐고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작은유진의 가족들은 작은유진이 영원히 몰랐으면 했겠지만 결국 작은유진은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고, 모범생의 삶에서 벗어나 일탈하기 시작한다. 학원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머리를 물들이고 춤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가 된 큰유진과 소라와 함께 훌쩍 바다로 떠나버리기도 한다. 어른들의 시각으로는 엇나간다, 혹은 일탈이나 비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유진은 처음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법을 배웠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탈출구는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소녀들의 기차 여행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 부분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