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엔트로피: 미래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를 읽고“사람들의 행동양식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이들이 풍요의 결과 잉여를 충분히 축적해서 생각하고 실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이다.”『엔트로피』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일직선의 역사관에 의문을 던진다. 모든 것이 잘 될 때, 즉 충분한 잉여가 있을 때 인간은 삶을 바꾸기 위해 불확실함으로 몸을 내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지금까지의 큰 변화들은 풍족해서 일어났던 게 아니라 기존의 원천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용한 원천이 고갈되어 생존위기에 봉착한 인간이 기존의 에너지를 대치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내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이용할 기술을 탄생시키고, 기술에 맞는 사회, 경제, 정치 체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이와 같이 결핍, 위기, 실험이 반복된 인간 역사가 열역학 제 2법칙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제1법칙에 따라 에너지는 창조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단지 전환될 뿐이며, 제2법칙에 의해 한 방향으로 혼돈과 무질서를 향해 변해가기 때문에 오염이란 엔트로피의 또 다른 명칭이다.”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일정량의 에너지는 무용한 에너지로 변환되었고, 사회의 엔트로피 총량은 커졌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오염되어 사라진 것이다. 오염이 증가하면서 환경은 열악해졌고, 삶은 영위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앞선 단계의 기술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복잡한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수렵채집사회와 농업사회를 거쳐 산업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엔트로피 과정을 가속해왔다.이렇게 가속된 엔트로피 과정은 지구 생태계를 붕괴하고 있다. 토양이 황폐화되고, 각종 재난이 일어나며, 여러 생명체가 멸종하고 있다. 인간은 에너지를 착취하고, 수탈하고, 상품화하며 모든 것을 소멸시키고 있다. 아래 사례는 지구 생태계에 이어 자기 자신까지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주태산, 「기후변화로 80년내 모든 종 절반 사라진다 」, (『라이프』, 2022.11.05.)함호영, 「무분별한 산림 훼손 막아야... ‘산사태 되풀이’ 차단」, (『경기일보』, 2023.06.12.)세상의 모든 것은 섬세하고 복잡하게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된다. 인간도 동물도 자연도 모두 같은 엔트로피 법칙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 인간이 가속시킨 엔트로피 과정은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생물다양성 감소로 끝없이 연결되어 다시 인간에게로 되돌아온다. 결국 인간의 행동이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는 셈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과 향후 세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긴급한 문제를 마주 보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이렇게 엔트로피 과정이 지속되어 유용한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엔트로피 개념을 활용하여 현대사회의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부한다. 그는 기계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에너지의 낭비가 불러올 재앙을 경고한다. 자연과 분리되어 자연을 통제하고 착취해온 서구의 근대적 세계관이 아닌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고, 우리가 문명을 대하는 방식이 환경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복과 지배의 논리로의 세계화가 아니라 화해와 연대를 지향하는 세계화, 즉 생태적인 관심에 기초를 둔 개인적이고 내적인 성장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진행 단계로서 공유 경제와 공동체 기반의 협력 모델을 소개한다.이런 리프킨의 주장은, 인간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구조이기에 사회현상을 모두 과학이론에 기대어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을 받는다. 과학이론을 사회현상과 엮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건 과학이론 본래의 정체성을 왜곡하기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저자의 주장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과학 현상으로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 약간의 비약이 있을지언정, 『엔트로피』가 앞으로 인류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는 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인류는 저엔트로피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저엔트로피 사회를 위해 리프킨은 자본주의 체계에서 인간의 생활방식과 현대 과학기술을 면밀하게 돌아볼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앞으로 인류가 추구하는 과학기술이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활발히 이야기해야 함을 강조한다. 지구 생태계의 일부인 인간은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 모두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임은 지구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환경교육, 화해와 연대를 지향하는 협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