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라틴어로 독을 뜻하는 단어이다. 바이러스는 네덜란드 생물학자인 베이에링크에 의해서 처음 발견되었다. 14세기에는 병원균을 바이러스라고 지칭하게 되었다.병원균이 팬데믹을 일으키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병원균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성장하거나 생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기에 자신들이 감염시킨 세포에 기생한다. 바이러스는 조류, 박테리아, 식물, 벌레, 포유동물 등 모든 세포를 지닌 생물에서 살아갈 수 있고, 심지어 극미한 생명체에도 살아갈 수 있다. 즉, 바이러스는 모든 종류의 세포생물에서 최소한 한 가지 유형으로 기생할 수 있는 존재다.병원균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숙주를 살려둔 채로 새로운 병원균들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숙주를 오랫동안 살려두어 그 숙주를 이용해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많은 피해자를 감염시킬 수가 있다. 그리고 바이러스에게 있어서 중요한 과제는 유전자적으로 새로운 것으로 생성하는 힘이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돌연변이이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중 돌연변이율이 가장 높다. 돌연변이체는 생존력과 확산력을 겸비해 숙주의 면역체계를 이겨내고, 신약에도 견뎌내고 완전히 다른 종으로 숙주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하나의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비교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 동물들의 체내에서 기생하는 병원균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방법을 ‘병원균 레퍼토리’라 할 수 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 친척을 연구해 보았을 때 인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침팬지와 보노보이다. 그리고 약 800만 년 전에 살았던 유인원은 사람과 침팬지와 보노보의 공통 조상이다. 계통적으로 봤을 때 한쪽으로 침팬지와 보노보로 이어지고, 다른 쪽으로는 사람으로 갈라지는 계통 분기가 있은 후, 우리 조상들은 공통 조상의 생활방식에서 점점 멀어지는 일련의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주로 숲에 근거해 살아가던 동물로부터, 초지에서 살아가는 능력을 지닌 동물로의 변화이다. 이러한 이주는 병원균 레퍼토리에서의 큰 병원균이 감염시킬 수 있는 숙주 동물의 다양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병원균의 다양성도 당연히 줄어들었다.이러한 다수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초기 조상들의 병원균 레퍼토리를 낮춘 것이다. 인간으로 진화되는 과정들과 관련된 조건들이 인간과 분기된 유인원 친척들에게 존재하는 병원균 다양성을 떨어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유인원 친척들의 계통에 계속 존재하고 확산되는 다양한 병원균을 인간 계통에서는 병원균 청소를 거친 셈이다. 또한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유인원 계통들은 인간에게는 사라진 병원균들의 창고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세기가 지난 후 인간 세계가 확대되면서 이 거대한 창고가 인간과 충돌하게 된다.인류 초기 조상의 체내에서 병원균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유전적 방어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우리 조상의 몸에서 병원균 청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유인원 친척들은 그대로 유지했던 병원균 레퍼토리에 우리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하나의 독립된 종으로서 변화를 거듭하는 동안, 무대의 다른 쪽에서는 바이러스 폭풍이 일어날 조건을 갖추어 가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종에게 일어난 역사적 사건 중 가장 중요한 일인 ‘길들이기’에서 비롯된다. 농업의 등장으로 인간은 한곳에서 정착하며 안정화된 생활방식과 충분한 식량 생산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농사를 짓고 동식물을 가축화하기 시작하면서 동식물의 병원균이 인간에게 옮겨가는 통로가 되었다. 마을들이 서로 교류하기 시작하고 마을 간의 교통도 개선되면서 인간의 접촉 또한 늘어났다. 결국 서로 교류하는 사람의 수가 대대적으로 증가하게 되자 바이러스들은 항구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우리는 병원균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최초의 팬데믹이 발생하게 되었다.팬데믹은 ‘모두’를 뜻하는 그리스어 pan과 ‘사람’을 뜻하는 demos가 합해진 단어이다. 팬데믹을 규정하는 것의 기준은 치사율이 아닌 확산력이다. 즉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이된 병원균이 다른 인간에게 확산될 수 있는 경우를 팬사에서 전례 없던 방식으로 혈액과 장기 및 여러 조직으로 인간들 사이를 서로 연결시켜 병원균의 전이를 용이하게 만들었다.의학기술로 인해 인간들 사이에 병원균 교환이 증가된 가장 확실한 사례는 피의 사용이다. 오늘날 세계 전역에서 매년 약 8,000만 유닛(약 450ml)의 피가 헌혈자들로부터 수집되어 이를 수혈이라는 방법으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1유닛의 피가 누군가에게 수혈되면, 그 유닛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와 다른 병원균들도 그 사람에게 유입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요즘은 혈액은행에서 의심스러운 혈액을 걸러낸다. 예를 들면 HIV에 감염된 피는 헌혈을 위한 사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혈이 완전히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재까지 알려진 병원균만을 혈액은행에서 걸러낼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순전히 숫자로 보면 수혈이 장기이식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장기의 이동이 훨씬 더 위험하다. 장기이식에는 피의 이동만이 아니라 조직의 이동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따라서 피뿐만 아니라 조직에 존재하는 병원균까지 장기와 함께 수용자에게 이동하게 된다. 예컨대 광견병의 경우 인간에서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광견병 바이러스가 인간에서 인간으로 옮겨간 10여 건의 사례를 보면, 이 모든 사례가 감염된 장기이식을 받은 원인으로 나타났다. 장기이식으로 전이된 휴면기의 감염증이 나중에 갑작스레 재발할 수도 있다. 어떤 바이러스는 잠복하거나 휴면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잠복기간에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던 바이러스가 이식이 일어난 후에 징후가 나타날 수가 있다. 이렇게 장기이식과 관련해 병원균의 이동 위험이 크기에 외과 의사들은 장기의 크기나 생리학적 특성이 인간과 유사한 동물의 장기를 사람의 인체에 이식하는 ‘이종장기이식’을 연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완전히 안전하다는 보장은 못 할 것이다.우리는 오래전부터 바늘로 자신을 찔러왔다. 1950년대 이전까지 주사기는 수공으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의 인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백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여 지금은 어느 때보다 보건관리와 백신 생산이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경이로운 과학발전들로 우리는 많은 치명적인 질병을 척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개체들 간의 생물학적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으며 그로 인해 달갑지 않은 부산물들도 생겨났다.우리는 인간의 고의로 병원균을 이용한 ‘생물학적 테러’와 인간의 실수에 의한 ‘바이오 에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병원균은 테러집단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무기이다. 화학무기나 핵무기보다 확보하기 훨씬 쉽기 때문이다. 또 화학무기나 핵무기와 달리 병원균은 자력으로 확산될 수 있다. 테러집단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판단에 따르면, 생물학 무기가 인간에게 사용될 가능성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한다. 이토록 치명적인 병원균이 합법적인 연구소에서, 혹은 무책임한 테러집단의 작업장에서 배양될 수 있다는 사실은 세계적인 팬데믹의 가능성에 또 다른 위협요인이다. 생물학적 테러와는 달리 바이오 에러는 인간의 실수에 의해 병원균이 우연히 방출되어 널리 확산되는 경우이다. 눈에 띄는 사례 중 하나는 1977년 11월 소련과 홍콩 및 중국의 남동부를 강타한 유행성 독감이다. 실험실에 보관되었던 바이러스가 우연히 실험실 직원의 몸에 침입하여 그로부터 확산되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면 일반 대중도 상세한 생물학적 정보와 기법에 접근해서 단순한 병원균들을 배양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생물학적 테러와 바이오 에러가 급증할 것이다. 정보를 공유하는 모든 시스템이 그렇듯이, 고도로 전문화된 것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새 보편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멀지 않은 미래에는 직접 생물학적 실험을 시도하는 소규모 집단이 보편화될지도 모른다. 그런 세계에서는 이것들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필요성이 실질적으로 대두될 것이다.바이러스들의 재조합으로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하는 과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병원균이 하나의 숙주에서 일표본 하나에서 모든 유전자 배열을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을 향해 숙주 표본에 기생하는 병원균들의 모든 조각을 읽어낼 수 있는 수준에도 접근했다. 바이러스 미세배열기법과 초고속 유전자 서열분석기법 같은 기법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병원체를 신속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병원균을 찾은 후에 그 병원균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이제 지금까지 했던 얘기와 다르게 내용의 방향을 바꿔보려고 한다. 바이러스가 야기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바이러스들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자. 팬데믹과의 전쟁에서 우리는 백신을 개발할 때 바이러스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대다수의 백신이 바이러스이거나 바이러스의 일부이다. 백신은 우리에게 면역력을 키워주면서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우리와 힘을 합해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싸워주는 안전한 바이러스이다. 그리고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바이러스 또한 존재한다. 암에 걸린 세포만을 표적으로 삼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는 암세포를 태워버린다. 이런 점을 이용하여 바이러스 치료법 연구자들은 다양한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바이러스 치료법을 개발하려 하고있다.대부분의 사람은 병원균에 대해 생각할 때 인간과 세균의 전쟁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병원균들이 형성한 공동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 공동체에서 병원균들은 자기들끼리, 혹은 우리와 싸우고 협조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공중보건이 완전히 멸균된 세계를 목표로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해로운 병원균을 찾아내서 통제하겠다는 목표이면 충분하다.지금까지 팬데믹과 그 밖의 병원균 위협과 관련하여 우리의 현재 위치를 대략적으로 설명하였고, 우리 역사에서 주된 사건들이 병원균과 이룬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우리는 사냥의 도래로 동물들과 접촉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새로운 병원균이 이전의 조상에게 침입하게 되었다. 그 후 인간의 증가로 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