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성시를 보고나서.

소개

‘비정성시’를 보고나서 역사의 인식과 관련하여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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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역사란 위기시에 나타나는 자각의 한 형태. 이것이 이번 주의 수업 주제였다. 그렇다, 이 영화는 역사적 배경으로 시작을 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연상시키는 대만 현대사가, 제주 4·3항쟁을 연상시키는 2·28항쟁의 진행과정이 배경에 깔려있다. ‘비정성시’는 가족의 역사를 다루기 때문이다. 영화의 문 안에는 인간의, 한 가족의 삶이 도도하게 흘러간다. 드라마의 중심에는 문씨 집안 형제의 3대에 걸친 슬프고도 꿋꿋한 가족사가 서 있다. ‘비정성시’의 역사성과 생명력은 역사에서 출발하여 인간을 그리지 않고, 먼저 인간을 묘사하면서 그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이 드러나게 하는 과정에 있다.
2시간 반이 넘는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러닝타임. 게다가 기승전결이 춤추듯 선명히 드러나는 것도 아닌 영화. 하지만 단순히 ‘재미’로 평가할 영화는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 듯 하다. 공적인 역사의 진실을 추동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적인 방식으로 과거의 시간과 공간의 대기 속에 흘러가는 암울한 시대적 흔적들을 상기시킨다. 한켠으로 물러서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전부인, 그러다 타의에 의해 일상을 박탈당하기도 하는 인물들을 만져내며 역사의 중심에서 비껴나가 있는듯해도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의 얼굴을 하고 있음을 알린,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고비의 순간도 어떻게든 견뎌내는 것이 인간이 지닌 괴력이며, 총칼이 들이대지는 상황에서도 끼니를 챙겨먹고 아이를 생산하고, 그렇게 누군가 물러난 자리를 채워나가는 것이 신에게 받은 최대의 선물임을, 그 모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아아......”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영화였다.
감독은 40여년 동안 중음신으로 지하를 배회하면서 신음하던 대만의 한 역사적 사건을 들추어내 대명천지로 불러낸다. 그 역사적 사건이란 무엇인가. 이름하여 2.28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어떤 내력을 가진 것이기에 대만인들의 가슴속에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간직돼야 했던가.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