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시앙 페브르의 `16세기의 무신앙 문제` 서평

소개

서양사 - 뤼시앙 페브르의 `16세기의 무신앙 문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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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국사학을 전공으로 배우고 있는 필자는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다른 어떤 시대보다도 현대사에 관심이 많다. 현재에 한반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으며, 바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만들어내고 풀어야할 문제라는 점에서 현대사는 흥미롭기 그지없다. 그 중 최근에는 ‘이름붙이기의 정치’라고 명명할 수 있는 문제가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양자가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서로를 지칭하는 단어 사용을 통해 고찰하여 본다거나, 한국의 정치 세력들 간에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하여 똑같은 방법으로 현상을 들여다본다던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매우 흥미로우며 단어 사용 뒤에 존재하는 인식의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현상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뤼시앙 페브르의 「16세기의 무신앙 문제」에서 저자는 16세기에 무신론이라는 말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파렴치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고 밝힌다. 이에 대하여 옮긴이 김응종은 16세기에 “~는 무신론자다!”라는 말은 반공을 국시로 하는 시대에 “~는 공산주의자다!”라는 말과 같이 하나의 욕설 정도에 불과하였다고 요약을 한다. 이러한 의견에서 조금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이러한 욕설 역시 이름붙이기의 정치 행위이다. 욕설을 통해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이름붙이기의 정치 하에서의 욕설은 상대방에게 이름을 붙임을 통해 위치를 규정하고 사회적인 통념상 씻을 수 없는 낙인을 찍는 행위의 성격이 크다. 따라서 라블레에게 무신론자라는 욕설을 하는 행위는 그에게 모욕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그의 위치를 재단하고 낙인을 찍는 것으로 당대의 사회적인 인식, 즉 무신앙의 문제와 신앙의 문제를 고려해 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중세의 이단은 이름붙이기의 정치라는 면에서 고찰해 볼 수 있다. 이단은 어원적으로 “다른 견해나 교리”를 말한다. 따라서 중세의 이단이란 가톨릭교회와 다른 견해나 교리를 가지고 있어 가톨릭교회가 정통 교리에 위배된다고 단죄한 견해나 교리를 말한다.

참고자료

· 김동순, 「이단과 악마숭배」, 『서양중세사연구』 제5권, 한국서양중세사학회, 1999.
· 김응종,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푸른역사, 2005.
· 뤼시앙 페브르, 『16세기의 무신앙 문제』, 문학과 지성사, 1996.
· 제프리 리처드, 『중세의 소외집단』, 느티나무,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