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서울, 1964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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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은 현실에서 소외된 고독한 세 인물이 서로 무심히 만나고 헤어지는 단순한 사건을 통해, 사회적 연대성을 잃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나’와 대학원생인 ‘안’이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시작된다. 상실과 좌절을 경험한 두 사람은 심각하고 진지한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하나 진심을 털어 놓지는 않는다.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사소한 대화만 있을 뿐, 두 사내는 철저한 개인주의의 소유자이다. 이 두 사람에 비해서 삼십대의 외판원 사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고뇌와 비애를 공유할 것을 간청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힌 ‘나’와 ‘안’에게 사내는 부담스러운 존재 일 뿐이다. 둘은 사내의 통행 요청에 응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빨리 떠나고 싶어 한다. 사내가 이러한 기미를 눈치 채고 화재가 난 곳을 찾아가 아내의 시체를 판돈을 버리는 행위는 허위적이고 비인간적인 삶에 대한 분노이자 절망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세 사내가 여관에서도 각각 다른 방을 쓰게 되고, 또 ‘안’의 경우 사내가 자살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이를 말리지 않은 사실에서 인간적 유대가 없는 소외 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세 사람의 우연한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열려 있는 공간으로 나가지 못하고 개인의 폐쇄적인 회로 속에 갇혀 있는 단절된 인간상을 보여 주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특히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작가의 서술이나 묘사보다는 대화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대화는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어 주는 동시에 작품의 의미를 완성시켜 주고,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 작품에 나타난 대화들은 일종의 작위적인 언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의사 전달의 기능보다는 언어의 무상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동질성을 상실하고 개인의 폐쇄성에 갇혀 있는 인간 존재의 고독함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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