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짝패 - 기대이상 그러나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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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코미디가 판치던 한국 영화판에서 류승완은 홀로 ‘액션’이라는 장르를 붙잡고 무거운 발걸음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가 말했던 서정적인 우리내 사람들의 감성 때문인가? 액션은 숱한 장르 속에서 멜로든 코미디든 블랙버스터든 주가 아닌 부로, 오직 양념으로만 쓰이고 있었다. 이 ‘액션’이란 게 말이다. 근데 류승완은 달랐다. 이전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주먹이 운다’ 등의 영화에서 잘 드러나듯 액션이 주가 되며 그 밖의 위트있는 코미디, 드라마적인 요소들을 부로 양념으로 써가며 순수액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짝패’ 이 영화에서는 그 주된 액션이 더욱 더 부상하였다. 싸우고, 도망치고, 얻어맞고, 난도질하고, 피가 튀고.... 그의 필모는 곧,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의 역사로 여겨질 만큼, 실험을 통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는 염분 섞인 핏내가 진동하는 수컷들의 시체더미에 둘러싸인 듯이 한결 같이 배우와 감독의 액션에 대한 열정이 관객을 압도한다. 류승완은 곧 액TUS이다. 스턴트계의 태두 정도홍이 있어서 가능했던가.. 와이어나 CG와 같은 특수효과가 상실된 순수 액션으로만 만들었진... 흡사 유기농 채소 혹은 싱싱한 생선회와도 같은 확실한 아니 정직한 액션!!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러나 액션이 곧 영화가 될 수는 없다. K-1이나 PRIDE의 격투기의 달인들을 초월할 만큼의 신기술로 러닝타임 전반을 책임질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적어도 <옹박>처럼 기술적인 팔꿈치, 박치기 타법을 구사해 내는 것이 아니라면, 관객은 곧바로 액션이 아닌, 영화의 내러티브와 구조에 주목하게 된다. <옹박>조차도 주인공이 쉴 새 없이 싸움질을 하고 묘기를 부리지만 관객의 탄성은 싸움이 끝나는 순간 사그라들고 이어지는 지루한 이야기 전개에 긴장감은 사라지기 일쑤다.
<짝패>를 보는 동안, 정두홍과 류승완의 멋진 액션연기에 잠시 숨을 죽여 본다. 하지만 그들의 액션이 끝나고 났을 때의 공허함은 어찌하란 말인가! <메멘토>에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 레나드가 한참을 쫓기다가 자신이 도망가는 이유를 잊어버린 것처럼 <짝패>의 싸움질은 이유가 없다. 모든 캐릭터는 단순하기 짝이 없고 한결 같이 액션에 열중할 뿐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