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학교를 넘어서를 읽고

소개글

이한의 <학교를 넘어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교육행정학, 교육사회학 등의 수업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한국 사회에서 12년간의 제도권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운이 좋거나 집안이 좋지 않은 바에야 모두 일정량의 억울함은 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그 억울함은 상당 부분 교사의 권력에서 기인하는데, 그 권력의 실상도 알고 보면 우습다. 나이가 개인의 경험과 비례할망정 인격의 성숙도와도 비례할 수 있을까? 오히려 교사보다 더 우수하고, 더 차분하며 더 인격적인 학생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그런 것은 깡그리 무시되어 버린다. 오로지 ‘교육적’이라는 이름의 ‘제도적’ 억압과 폭력만이 있을 수밖에. 그런 학교마다 ‘미친개’나 ‘제물포’가 한명씩은 꼭 있는 상황에서 학교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이런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늘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등학교 시절 무수히 자행되는 합법적 인권유린에 신음하던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어 당시의 일을 추억으로 생각한다. 그 뿐인가. 대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서로 자신의 학창시절이 더 힘들었더라고 말하곤 한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군생활을 줄기차게 저주하지만 제대한 후에는 서로 자신의 군생활이 힘들었다고 떠드는 예비역의 꼴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초등학교를 거쳐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며 한치의 의문도 품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사회 문화에 ‘학교를 넘어서자’, ‘학교를 해체하자’는 주장은 시쳇말로 생뚱맞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소문으로만 들었던 이 책을 이번에 와서야 읽어본 나 역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저자는 끊임없이 학교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유익한 지식과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지혜가 학교의 강의 현장에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거기다가 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을 기계적으로 들으며 시간을 떼우는 수업시간, 학생들의 지적인 욕구를 일깨우기는커녕 오히려 사고력을 가로막고 통제의 도구로 쓰이는 교과서 등 그가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학교의 문제는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이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극히 형식적이고 군대식의 인사를 받고는 한 명씩 일어나서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재차 알도록 강요당하는 모습. 실습은 없이 단순히 교과서만 보고 형식적인 필기와 강의만이 있는 기술 수업. 학생들의 미적 심상을 일깨워 주기는커녕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재료로 시간을 떼워야 하는 미술 수업. 체력 향상이나 균형잡힌 발달과는 무관한 채로 시간 떼우기에 급급한 체육 수업의 모습이 이어진다. 교과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제 수업 현장에서 교과서는 오히려 참고서나 기타 학원 교재에 종속되어 버린다. 주객이 전도돼도 어지간히 전도된 것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여타 교과서는 교사의 권위를 보조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만을 담당할 뿐, 더 이상의 기능을 담당하지 못한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이 책의 초판이 나온 98년이나 최근 수업 현장이나 수업 진행의 양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