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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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기 전에 제일 먼저 그 소설의 제목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제목을 통해 소설의 내용이나 주제 등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소설에서 제목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간단하게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무진기행」은 `무진`이라는 곳을 다녀오고 난 후의 ‘기록’을 이라고 풀이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진`은 작가가 만들어 낸 허구의 장소이고, 이 `무진(霧津)`을 풀이하면 `안개가 낀 나루`라는 뜻을 가진다. 그러면 작가는 왜 `무진`이라고 지명을 지어냈을까? 단순히 작가가 마음대로 지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이 지명이 뜻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와 상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진기행」은 1960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일어나는 비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또한 농촌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정체성을 잃고 전통 가치와 새로운 논리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사회를 배경을 두고 쓰여진 이야기임을 느낄 수 있다. 소설에서는 사회의 변화에 맞게 여러 종류의 캐릭터를 가지고 그 당시를 비판하고 있다. 기존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감수성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바로 등장인물 이외의 자연을 인간의 의식의 흐름을 대변 시켜주는존재로 그 의미를 확대 해석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의 `안개`는 이런 현대 문명의 조직 사회에 만연된 가치의 혼란이나 주체성의 잃은 것을 중심으로 삶에 대한 방향감각의 상실이나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즉 도시의 실패한 주인공이 `무진`에서 재충전을 받기 위해 고향을 찾아오지만 그 곳에서마저 상실과 불투명성의 상징인 `안개`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무진`에서의 기억이 ‘골방에서의 공상과 악몽과 불면을 쫓아 보려고 행하던 수음과 편도선을 붓게 하던 독한 담배꽁초 기억 뿐’임을 인식하는 것을 보면 무진 또한 현대 문명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 같다. 또한 `안개`는 이 작품의 핵심적인 배경이다. 안개 속에서 사물의 모습은 뚜렷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서툰 판단을 하게된다. 작품의 여러 삽화들은 모두 이 안개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무진`이라는 공간 자체가 안개와 같이 몽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보이는 것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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