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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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개인 봄 날씨에 영 호응해 주지 않는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남자친구와 경복궁 소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산뜻한 아침에 ‘무엇을 보고 어떻게 보고서를 써야 하나’라는 생각에 뿌옇기만 한 머리와는 상관없다는 듯 나의 두 발은 포부도 당당했다.
국립중앙 박물관은 경복궁 역 출구에 인접해 있었으며 중앙 박물관이란 작은 현판이 붙어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중앙 박물관은 옛 기억보다는 작았고 초라한 느낌마저 들어서 과연 이것이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중앙 박물관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옆에 있는 외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조금 부끄럽기까지 했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인데 옛 박물관을 헐기 전에 새 박물관에 대한 계획을 잘 세워 물품들을 옮겨놓고 헐어내는 것이 순서인데 우리 나라의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인 정책들을 보면서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에 규모가 생각보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관람 후에 힘들만큼 넓기는 했다.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전시되어 있었고 관람순서도 편리하게 잘 돼있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2층 출입구 한 켠에 마련된「첫번째 통일, 새로운 나라 통일신라」특별전시관이었다. 들어서자 눈을 붙잡던 것은 통로였다. 시간을 거꾸로 되짚어가는 공간적 구성이 재미를 선사했다. 바닥면과 벽면에 AD10c~AD6c 연대기적 사건을 짚어놓아 타임머신과 같이 느껴졌다. 한가지 사건을 스칠 때마다 미지적 공간으로 떠나가는 기분이 보물찾기한 듯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었다. 유물 보존을 위해서 조명설치가 안 돼있어서자세히 살피지는 못했지만 다음세대를 위한 예의이자 의무라고 생각됐다. 덧붙여 수업 중에 배웠던 `염거화상탑지`도 보았는데 더 많은 정보를 알았고 보게되어 좋았다. 신비함에 두 번이나 전시관을 돌아보며 나올때는 꿈을 꾼 것 같았다. 실내 조명 탓도 있겠지만 조용한 곳에서 과거와 눈으로 대화하는 기분이 너무나 몽환적이었던 까닭이 더 크겠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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