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람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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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4년 5월 16일 맑음
1784년 5월 18일 흐림
1784년 5월21일 맑음
1795년 9월12일 맑음

본문내용

1784년 5월 16일 맑음
오늘은 의원이 되기 위한 잡과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전의감에서 몇 년을 공부하며 뼈를 깎는 수행을 한 결과를 보여 줄 날이 온 것이었다.
사실 어렸을 적 내 꿈은 의원이 아니었다. 서당에 다녔을 시절 나보다 열등생이었던 의붓 형 개똥이가 과거에 급제한 이후로 서자인 나를 무시하는 꼴을 볼 수가 없어 서얼 출신의 최고관직인 의원이 되기로 결심을 한 것이었다. 의관이 양반들보다 천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과에 급제해서 나중에 국왕 폐하의 전속 의관이 된다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왠만한 정승 못지않은 자리에 이를 수 있으니 서얼 출신인 내가 걸을 수 있는 최고의 출세 길이라 할 만하다.
개똥이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쥐며 시험장에 도착해 보니 우리 전의감 출신 학우들 외에도 지방에서 올라온 응시자들이 많이 있었다. 이번 과거에는 지방에 내려가 의술 교육에 몸을 담고 있는 유의대 선생의 제자들도 대거 응시했다고 하니 꽤나 긴장이 되었다. 보통 때 같으면 우리 전의감 출신들이 급제를 비롯한 합격자들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 당연지사 이지만, 유의대 선생은 워낙 명의관이시니.......
잡생각은 그 쯤 한 뒤 심호흡으로 머리를 맑게 했다. 곧이어 시험이 시작 되었다. 시험은 암송2과목과 임문 7과목 이었다.
글쎄... 급제까지는 몰라도 과거 합격정도는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천만 만약에 급제를 하게 된다면 지난 몇 년간 얼굴조차 뵙지 못한 어머니께 제일 먼저 달려가 기쁜 소식을 전할 것이다. 어머니께서 무척 기뻐하시겠지? 그리고 내 친아버지인 김정승께서도 무척 자랑스러워 해 주실 것이다. 그리고 또 고 얄미운 개똥이 입은 한자나 튀어 나오겠지? 정말 즐거운 상상이다. 발표는 5일 후에 있다고 했으니 그동안 저자거리 나들이나 가 봐야겠다. 시간이 벌써 자시이다. 오늘은 이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