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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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여행한다는 기묘한 상상력에 끌리다
나는 평소 한국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특히 현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품들에 관심이 많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표지 디자인이 독특했고, 무엇보다 '재난 여행'이라는 소재가 눈길을 끌었다. 재난과 여행이라는 두 단어가 함께 쓰인다는 것이 낯설고 불편하면서도 묘하게 궁금증을 자극했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주인공이 재난 지역을 여행하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에 다닌다고 했다. 지진이나 쓰나미,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곳을 관광 상품으로 만든다는 설정이 충격적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도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 현장을 지나갈 때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들, SNS에서 재난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들, 전쟁 지역이나 빈민가를 방문하는 여행 상품들. 이미 현실에서도 재난은 어떤 형태로든 소비되고 있었다. 나는 이 소설이 그런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다. 또한 윤고은 작가는 한겨레문학상과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소개를 보고 신뢰가 갔다. 젊은 작가이지만 이미 문학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이 소설은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문학상인 대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소설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그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250쪽 정도의 분량이라 부담스럽지 않았다. 주말에 읽기 시작했는데, 첫 장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작가의 문체가 담백하면서도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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