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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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역에서 시작되는 감정의 움직임이 궁금했다
허수경 작가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라는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매우 사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일상 속에서 ‘기억’과 ‘사라짐’이라는 주제가 자꾸 마음속에 떠올랐고, 그 과정에서 역이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성에 유독 끌리게 되었다. 역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고, 떠나고, 도착하고, 기다리는 공간이다. 수많은 발자국이 누적되지만 정작 그 발자국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처음 보자마자 ‘기억되지 않는 장소’가 주는 존재론적 질문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 궁금해졌다. 특히 허수경 작가는 섬세하면서도 굉장히 날카로운 감정 묘사를 잘하는 작가라서, 이 책에서도 ‘사라지는 존재들’과 ‘남겨지는 존재들’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낼지 기대되었다. 또한 나는 최근 여러 관계 속에서 조금씩 멀어지거나 잊혀지는 경험을 하며 스스로의 위치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어떤 순간은 선명하게 남고, 어떤 순간은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억이라는 것이 정말 누구의 소유인지, 어떤 감정이 기억을 지탱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시기에 이 책을 마주쳤고, 나와 비슷한 질문을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아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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