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향 '벙어리 삼룡이'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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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향의 단편소설 「벙어리 삼룡이」는 1925년 잡지 『여명』에 발표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한국 사회의 계급적 모순과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문학적 성취이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직설적이고 거친 어감에 다소 당혹스러웠다. '벙어리'라는 단어가 주는 폭력성과 차별의 뉘앙스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을 읽어가면서, 이 제목이야말로 작가가 의도한 가장 강력한 사회 비판의 출발점임을 깨달았다. 나도향은 언어를 박탈당한 한 인간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민중이 처한 구조적 침묵과 억압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었다.

작품의 무대는 지금의 서울 남대문 인근, 당시 연화봉이라 불리던 지역이다. 화자는 "내가 열 살이 될락말락 한때"의 기억을 소환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러한 회상적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일정한 거리감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과거의 비극을 현재의 시선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 작품 속 연화봉은 "자기네 딴은 행세한다는 사람들"이 살던 곳이지만,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점에는 이미 "빈민굴"로 전락한 상태다. 이러한 시간적 대비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몰락과 상실의 테마를 예고한다.

오생원의 집에서 하인으로 살아가는 삼룡이는 선천적 언어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작가는 그의 외모를 묘사하면서 "땅딸보", "대강이를 갖다가 붙인 것 같"은 몸, "얽은 얼굴", "큰 입", "불밤송이 모양"의 머리 등 매우 구체적이고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묘사는 단순히 인물의 외양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그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타자화되고 대상화되는지를 보여준다. 동네 사람들이 그를 이름 대신 '벙어리' 혹은 '앵모'라고 부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삼룡이는 이름을 가진 개별적 인격체가 아니라, 그의 장애로 환원되어 호명되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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