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이웃나라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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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만화로 역사를 설명해 주는 책을 좋아했는데,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는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곁에 남아 있는 이름이다. 그 연작에서 한국을 다루는 권을 다시 펼치며 느낀 점은, 내가 살아가는 땅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으면서도 사건과 제도가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연결되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대형 서사만 나열하지 않고 거리 풍경, 시장의 소리, 집안의 풍속 같은 장면을 계속 보여 주니 과거가 먼 시간이 아니라 지금으로 이어지는 길처럼 느껴진다. 만화라는 형식의 장점이 여기서 제대로 살아난다. 컷과 컷 사이에 흐르는 리듬이 역사의 고비를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바꾸어 준다. 그림을 새로 손봤다는 안내를 떠올리며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색감과 구도의 힘이 확실히 커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설명이 길어질 지점에서는 도표가 등장하고, 사람의 표정은 복잡한 감정을 짧은 말풍선보다 먼저 전한다. 덕분에 나 같은 평범한 독자층을 넘어 청소년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겠다 싶다. 역사책의 두께 앞에서 주춤하던 이에게 문턱을 낮춰 준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의 의미가 다시 확인된다.

책은 먼 과거에서 출발해 현재로 다다른다. 신화와 전설로 입구를 연 뒤 고조선에서 삼국으로 흐르는 장을 넘기면, 고대 한반도가 주변 국가와 어떤 관계망을 이루었는지가 도식과 지도 속에서 또렷해진다. 외교의 언어, 교역의 통로, 전쟁과 동맹이 반복되는 과정이 복잡하지만 만화 칸의 배열 속에서 정리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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