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독후감] 이상한 나라에서 숨 쉬는 법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소개

"[A++독후감] 이상한 나라에서 숨 쉬는 법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1. 서론
1-1. 이번 읽기의 전제와 기대
1-2. 동화가 아닌 텍스트로서의 ‘앨리스’
1-3. 내가 특히 크게 반응한 세 가지 장면과 문제의식

2. 본론
2-1. 토끼굴: 속도와 추락의 감각이 만든 독서 자세
2-2. 크기 변화의 은유: 몸의 통제감과 자아의 불안
2-3. 애벌레의 질문 “너는 누구냐?”: 정체성의 문장
2-4. 체셔 고양이: 방향, 존재, 그리고 미소만 남는 최소 조건
2-5. 이상한 티파티: 시간과 예의의 뒤틀림이 주는 해방감
2-6. 하트 여왕: 권위의 허상과 폭력의 유희화
2-7. 법과 교육의 풍자: 엉터리 재판이 비춘 사회의 절차
2-8. 마지막 장면: 언니의 상상과 기억의 잔향
2-9. 번역과 말놀이: 잃어버린 것과 새로 얻은 것
2-10. 오늘의 문장, 오늘의 나

3. 결론
3-1. 흔들리는 자아를 견디는 기술
3-2. 무의미의 유용성, 규칙을 의심하는 태도

본문내용

1-1. 이번 읽기의 전제와 기대

이 책을 다시 펴기 전까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래된 이미지 몇 장면으로만 떠올랐다. 토끼굴, 크기 커졌다 작아지는 몸, 체셔 고양이의 미소, 하트 여왕의 “목을 쳐라.” 예전에 이 작품을 동화처럼 훑었을 때는 그저 기발하고 엉뚱한 이야기라는 인상만 남았다. 이번에는 다르게 읽어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줄거리를 따라가며 메시지를 재빨리 뽑아내는 습관을 잠시 멈추고, 문장과 장면이 만드는 감각에 오래 머물기로 했다. 내가 요즘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감정—규칙이 갑자기 뒤집힐 때의 불안, 예의가 내용보다 앞설 때의 피로, 정체성이 질문으로 돌아올 때의 당혹—이 이 책을 다시 부르게 한 동기였다. 그래서 이번 읽기의 기대는 단순했다. ‘무슨 교훈인가’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무엇을 느끼는가’를 끝까지 따라가 보는 것.

1-2. 동화가 아닌 텍스트로서의 ‘앨리스’

읽기 시작하자마자 ‘동화’라는 라벨이 방해된다는 걸 금방 느꼈다. 이야기의 세계는 어린이에게 친근한 사물과 동물로 채워져 있지만, 문장들이 요청하는 독서의 태도는 의외로 단단하다. 규칙은 계속 바뀌고, 말은 뜻에서 미끄러지고, 권위는 근거가 없다. 이 세계를 이해하려면 기존의 해석 습관—원인과 결과를 깔끔하게 연결하고, 갈등이 등장하면 해결을 기대하고, 상징을 만나면 너무 빨리 번역하려는 태도—을 내려놓아야 한다.
특히 말장난과 논리 퍼즐이 연속적으로 등장할 때, 나는 두 가지 상반된 감각을 동시에 경험했다. 한편으로는 의미를 붙잡지 못해 미끄러지는 답답함, 다른 한편으로는 그 미끄러짐 덕분에 굳어 있던 사고가 풀리는 해방감. 이 책은 이야기보다 ‘읽는 나’를 더 적극적으로 무대에 올린다. 나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인물의 감정선보다 내 사고의 움직임을 더 또렷하게 자각했다. 그 자각이 때로는 피곤함으로, 때로는 유쾌함으로 바뀌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