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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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범신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뽀얗게 말라가는 소금밭의 표면이었다. 햇빛에 반짝이며 서서히 결정이 맺히는 흰면은 마치 말수 적고 무던한 어떤 아버지의 등 같았다. 겉으로는 아무 말 없지만, 그 표면 아래엔 지난한 노동과 바람, 물의 흐름이 겹겹이 쌓여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은 가족이 서로 끌어안고 오열하며 화해하는 장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끝내 돌아오지 않는 자리에서 삶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숨과 땀을 응시한다. 박범신이 40번째 장편으로 그려낸 풍경은 화해보다 부재의 진실, 설명보다 체취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야기의 문은 배롱나무가 있는 폐교에서 열린다. 나는 그곳에서 시우를 처음 만난다. 시우는 20살 생일에 눈이 유난히 내리던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버지를 찾는 길 위에 서 있다. 폐교의 텅 빈 교실과 가지마다 매달리듯 붉게 피는 배롱나무가 함께 있는 장면은 묘하게 어긋난 희망을 품고 있다. 젊음의 탄력과 폐허의 적막이 동시에 서린 터라서, 그 대조가 오래 시선을 붙든다. 시우가 들려주는 말은 간단하지 않다.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그리움이 엉겨 붙어 있고, 추억과 현실이 섞여 있어 방향을 잡기 어렵다. 나는 그 말의 결을 한 겹씩 더듬어 나가게 된다.

강경으로 흘러가는 길에서 나는 친구 텁석부리와 함께 옥녀봉 꼭대기 소금집에 올라간다. 바람이 센 날이었고, 멀리 염전의 사각형마다 얇은 물빛이 떨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청동조각 김을 만난다. 이름부터 묘한 느낌을 주는 사람인데, 돌처럼 말이 적고, 손끝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이다. 한대수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고, 그 말은 순간적으로 그의 지난 시간을 약간 비스듬한 각도로 비추어 주는 작은 빛이 되었다. 예술의 쓸쓸함, 젊은 날의 방황, 생계를 위한 타협 같은 것이 그 한마디 뒤에 소금기처럼 말라붙어 있는 듯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