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한별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독후감

소개

불가능한 번역을 이야기하는 불가능한 몸짓
-홍한별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목차

1. 들어가며-이토록 철학적이고 시적인 번역론
2 ‘직역 대 의역’ 해묵은 이분법을 넘어서
3. 우리가 번역을 투명하다고 말할 때
4. 행간과 여백을 헤아리는 일

본문내용

1. 들어가며-이토록 철학적이고 시적인 번역론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번역가 홍한별이 번역에 관한 단상을 묶어 놓은 에세이이다. 먼저 저자인 홍한별 작가에 대해 알아보자. 클레어 키건, 애나 번스, 가즈오 이시구로 등 유명작가들의 책을 옮겨 왔다. 『아무튼, 사전』과 같은, 직업과도 관련된 언어에 대한 일상적 단상을 적은 에세이를 짓기도 했다. 『밀크맨』으로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요컨대 한국에서 책에 관심이 있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이며 이 번역가의 번역본을 한번쯤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저자의 ‘번역 에세이’ 출간 소식을 듣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나는 안정효, 황석희, 정영목, 권남희 등 이른바 ‘올드 스쿨’들의 번역을 읽고 자란 세대다. 그래서 그들이 펼치는 번역론 번역에 얽힌 뒷이야기도 꽤나 많이 접했다. 이미 전문가들이 내 놓은 번역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 않은가. 또한, 요즘에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너도 나도 책에 대해서라면 번역본에 대해 한마디씩 얻는 게 거의 국민 스포츠 급 아닌가. 인터넷 서점의 별점 후기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력이 오래되었으면서도 지금도 한창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번역가의 ‘요즘 번역 단상’이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번역본을 처음 접하고 읽던 20여 년 전과 지금의 번역 생태계는 또 많이 달라졌을 테니까. 막상 책을 펼쳐보니 이 책만의 독특한 매력이자 특장점을 발견했다. 번역가들이 번역하며 떠올린 단상, 에피소드 같은 그저 범상한 에세이일줄 알았는데, 학술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이 상당했다. 번역이라는 작업의 특성상 철학적인 사유도 많이 촉발했다. 역시, 번역이라는 특성상 문제의식이나 문체가 무척 시적이다.

2 ‘직역 대 의역’ 해묵은 이분법을 넘어서

우선 번역을 둘러싼 가장 대중적이고도 친숙한 이야기로 시작하자.

참고자료

·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지음, 위고,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