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감상문] 태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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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고전문학을 한 권쯤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류는 많이 접했지만, 시대를 넘어 살아남은 고전 문학은 그동안 다소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한국 근현대 소설 베스트’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았고,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끈 제목이 있었다. 바로 채만식의 '태평천하'였다. 제목부터가 역설적이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그 일제강점기, 전혀 ‘태평’하지 않았던 시기에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이런 제목이 붙었을까 궁금해졌다.
책 소개 글을 읽다 보니, 이 작품이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당시 양반 계층과 지식인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해학적인 문체로 시대의 모순을 드러냈다는 설명에 흥미를 느꼈다. 특히 주인공이 현실 감각을 상실한 채 과거의 권위에만 집착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닌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를 해부하는 작품일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들었다.
또한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작가는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을지가 궁금해졌다. 풍자를 통해 시대를 비틀어 보여주는 방식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 방식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책을 손에 들게 되었고, 단순한 ‘읽기’ 이상으로 사유하고 성찰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것이 매우 값진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 말기를 배경으로 하여, 구한말 정승 출신의 인물 ‘백정승’과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백정승은 이미 나라가 망하고 일본의 통치가 시작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조선 양반사회의 권위와 품격이 남아 있다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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